외면받던 주식형펀드의 '반전'…1년 묻어뒀으면 65% 수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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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조 빠져나간 국내 주식형펀드외면받았던 국내 주식형펀드들이 반전을 이뤄내고 있다. ‘누가 지금 같은 상황에서 펀드에 투자하겠느냐’는 비판을 딛고 수익률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어서다. 1년 전만 해도 사기만 하면 오르는 상승장이 펼쳐졌다. 개미와 펀드매니저의 대결은 단기적으로 개미의 완승이었다. 일부 자산운용사는 코로나 시대 주도주로 재빠르게 포트폴리오를 교체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투자자들은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15조원을 빼갔다.
코스피지수 상승률 64% 웃돌아
'현대강소기업펀드' 127% 수익
'미래에셋성장유망중소형'도 100%
"장기투자 땐 펀드투자 고려해볼만"
○펀드의 반전
반전이 일어났다. 직접투자 열풍 속에서도 펀드에서 돈을 빼지 않고 버텨낸 투자자들은 코스피지수 상승률을 웃도는 수익률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전체 액티브 주식형 공모펀드 536개의 1년(지난 6일 기준) 수익률은 평균 65.11%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64.82%)을 웃돌았다.액티브 주식형펀드는 특정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 주식형펀드와 달리 펀드매니저들이 자신만의 전략으로 직접 운용하는 펀드를 말한다. 롤러코스터 같은 지난 1년간 장세에서 시장(유가증권)을 이겨낸 셈이다.전체 국내 액티브 주식형펀드 536개 가운데 1년 수익률이 코스피지수 상승률을 앞선 펀드는 394개였다. 펀드 10개 중 7개가 코스피지수를 앞질렀다. 물론 특정 종목의 수익률은 펀드 수익률을 크게 앞선다. 현대차의 경우 1년 전 투자해 현재까지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면 그 수익률은 141%에 달한다. 그러나 이런 성공 사례는 극소수에 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통해 빈번하게 매수·매도하는 개미들의 특성상 1년치 수익률을 온전히 가져간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돈 벌어준 펀드는?
펀드를 굴리는 자산운용사들에 지난 1년은 고통의 시간이었다. 펀드 수익률이 고꾸라지는 것도 문제지만 수익이 나는 펀드 역시 줄줄이 환매가 일어났다. 1년간 15조원이 넘는 자금이 국내 액티브 주식형 공모펀드에서 빠져나간 이유다.운용할 돈은 쪼그라들었지만 수익률은 기대를 뛰어넘었다. 1년 새 원금의 두 배(100%) 이상 수익률을 낸 펀드도 수두룩했다. 설정액 규모는 작지만 중소형주에 투자하는 ‘현대강소기업펀드’의 1년 수익률은 127%다. ‘미래에셋성장유망중소형’ 펀드도 수익률이 100%나 된다.수익률 상위에 포진한 펀드 가운데 장수 펀드들이 유독 두각을 나타냈다. ‘우리중소형고배당’(96.42%), ‘마이다스액티브가치’ 펀드(96.71%)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모두 설정된 지 10년이 넘은 펀드다. 1999년 설정된 ‘한화코리아레전드4차산업’은 설정 이후 수익률이 925.64%, 2005년 설정된 ‘우리중소형고배당’ 펀드는 797.09%나 된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단기적으로 보면 펀드가 기대에 못 미치는 수익률을 기록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장기 투자를 목표로 한다면 들이는 노력과 시간 대비 펀드를 통해 간접투자를 하는 게 유리할 가능성이 높다”며 “과거 사례에 비춰보면 우수한 상품을 잘 골라 묻어두는 ‘엉덩이 무거운 투자자’가 더 나은 수익을 기록할 확률이 높았다는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재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