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SPA 자라 한국서 10년만에 매출 감소…패스트패션 몰락

10여년 전만해도 패션계 주류처럼 여겨졌던 패스트패션 브랜드의 매출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 영업손실도 눈덩이다. 최근 ESG가 기업 경영과 소비의 화두로 부상하면서 지속가능성한 패션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진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몇 번 입고 버리는 ‘패스트패션’을 지양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는 것이다.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글로벌 브랜드 ‘자라’(ZARA) 매출이 작년 대비 26%(약 1000억원)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자라가 역성장한 것은 2010년 국내 진출 후 처음이다. 영업손실은 22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당기순손실도 75억원에 달했다. 싸게 살 수 있고, 유행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는 의미로 ‘패스트 패션’이라고 불린 SPA브랜드는 중저가 옷을 대량 생산하고 한달 안에 매장에서 팔아버리는 유통 구조를 가졌다. 2000년대부터 자라와 H&M, 유니클로 등 브랜드가 저렴한 가격에 의류를 팔아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최근 패스트패션으로 의류 폐기물이 다량 발생하자 이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있다.

다른 SPA브랜드도 타격을 받고 있다. 스웨덴 SPA브랜드인 H&M의 지난해 매출은 2667억원으로 전년(2725억원) 대비 2%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73억원으로 전년(141억원)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불매운동 영향을 받은 일본 유니클로(에프알엘코리아) 매출은 5746억622만원으로 전년(9749억원) 대비 41% 감소했다.

이들 기업은 최근들어 ‘지속가능성 패션’으로 방침을 바꾸고 재활용 소재로 의류를 만드는 등 친환경 전략을 짜고 있다. 유니클로는 입지 않는 제품을 수거해 새로운 제품으로 활용하는 ‘유니클로 다운 리사이클’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H&M은 “2030년까지 출시되는 모든 상품의 소재를 지속가능한 친환경 소재로 대체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배정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