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소행성 탐사선, 태양계 원시 시료 갖고 23억㎞ 지구여정 시작

연료 아끼려 태양 두 바퀴 돌아 2년여 뒤 도착…시료 전달 마치고 추가 임무 맡을 듯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소행성 탐사선 '오시리스-렉스'(OSIRIS-REx)가 지구 근접 소행성 '베누'(Bennu)에 대한 탐사를 모두 마치고 2년여의 지구 귀환 여정에 올랐다. NASA 고더드 우주비행센터에 따르면 오시리스-렉스는 10일 오후 4시 23분께(미국 동부시간) 추진 엔진을 7분간 전력 가동해 시속 1천㎞로 베누 궤도에서 벗어났다.

베누는 현재 지구에서 약 2억8천700만㎞ 떨어진 곳에서 태양 궤도를 돌고 있다.

스포츠 유틸리티 차랑(SUV) 크기인 오시리스-렉스는 이곳에서 시작해 금성 안쪽 궤도로 태양을 두 번 돌아 지구에 도착한다. 총 23억㎞에 달하는 긴 여정으로 2023년 9월 24일 지구와 만나게 된다.

오시리스-렉스는 지구에 직접 착륙하지 않고 베누에서 채집한 암석과 먼지 시료를 담은 캡슐을 유타주 사막에 떨어뜨리는 것으로 시료 전달 임무를 마치게 된다.

캡슐을 지구 대기에 떨어뜨리는 지점이 너무 높거나 낮으면 지구 밖으로 튕겨 나가거나 마찰열로 타 버릴 수도 있는데, 캡슐 분리에 실패할 경우 2025년에 다시 시도하는 플랜B 계획이 잡혀있다. 캡슐의 시료는 지난해 10월 탐사선이 베누에 16초간 접지해 흡입 방식으로 채집한 것으로 약 200~400g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시료 채집 임무의 성패를 판단하는 최소 목표치인 60g을 훌쩍 넘긴 것이지만 초기에 예측했던 1㎏에는 못 미치는 것이다.
베누는 폭이 약 490m로, 더 큰 소행성에서 떨어져 나와 태양계를 구성하고 있는 요소를 원시 상태 그대로 갖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때문에 베누의 검고 거칠며, 탄소가 많아 보이는 표면에서 채집한 시료는 약 45억 년 전 행성의 형성과 생명체 진화에 관한 이해를 높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오시리스-렉스와 비슷한 임무를 가진 일본의 탐사선 '하야부사-2'는 지난해 12월 소행성 '류구'(龍宮)에서 채집한 토양 시료를 담은 캡슐을 지구로 전달해 이미 연구가 진행 중이다.

베누는 지구충돌 위험을 가진 천체여서 오시리스-렉스가 지난 2018년 말에 도착해 2년 넘게 관측한 자료는 베누의 잠재적 충돌 위험으로부터 지구를 방어하는데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베누는 궤도 상 2175~2199년 사이에 지구충돌 확률이 2천700분의 1로 높아지며, 충돌했을 때 TNT 10억t 이상의 충격을 가해 수백만명을 희생시킬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오시리스-렉스는 시료 전달 임무를 마친 뒤 다른 소행성을 방문해 탐사하는 추가 임무에 대비해 태양의 중력을 이용해 비행하며 연료를 최대한 절약하고 있다.

NASA는 올여름께 추가 임무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뉴욕타임스는 이미 소행성 '아포피스'(Apophis)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전했다.

아포피스는 폭이 약 340m로 베누보다는 약간 더 크며 지구 가까이 지나가며 충돌 가능성이 있는 위험 소행성으로 꼽히고 있다. 오시리스 렉스가 시료 전달 임무를 마치고 아포피스로 향하게 되면 2029년 4월에 도착할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