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어 세종·수원까지…'도심형 식물원'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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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문화 트렌드로 급부상서울식물원의 대표 수식어는 ‘국내 첫 도심형 식물원’이다. 식물원이 도시 중심부에 자리 잡은 건 3년이 채 안 됐다. 서울식물원이 2018년 10월 임시 개방하기 전엔 주말이 아닌 평일에 식물원에 가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요즘은 다르다. 서울을 시작으로 세종, 경기 수원 등으로 도심형 식물원이 확산하고 있다.
12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식물원을 잇는 도심형 식물원 또는 수목원이 전국 각지에 조성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립세종수목원이 개원한 데 이어 내년에는 수원에 수목원 두 곳이 문을 연다. 서울시 관계자는 “도심형 식물원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이어지면서 일종의 트렌드로 자리 잡는 분위기”라고 말했다.도심형 식물원은 도시에 있는 새로운 형태의 식물원이다. 주민 생활권 가까이에 있어 일상생활 중 상시 방문 및 이용이 가능한 게 특징이다. 서울식물원은 서울 강서구 마곡도시개발지구에 있다. 지하철로 서울시청에서 30분, 김포국제공항에서 5분 거리다. 인천국제공항에선 공항철도를 이용해 환승 없이 40분 만에 도달한다.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열대·지중해 식물 900여 종과 우리나라 식물 2700여 종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서울시는 시민들에게 도시에서 자연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는 취지로 이곳을 조성했다. 도시민의 여가문화를 질적으로 향상시키고, 식물문화를 확산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기존 국내 식물원은 식물 전시, 연구에 초점을 맞춘 ‘전원 체험형’이었다. 뉴욕 식물원, 런던 위슬리가든 등 세계 도시 식물원이 시민의 가드닝(정원 가꾸기) 교육과 도시 관광 거점의 역할을 하는 것과 차이가 컸다.
서울식물원은 마곡지구에 근무하는 직장인의 점심시간 산책 코스로 통한다. 마곡지구엔 LG전자, 코오롱 등 150여 개 기업이 있다. 정수민 서울식물원 주무관은 “보통 식물원은 평일에 한산하지만 서울식물원은 도시에 있어 평일에도 직장인이나 지역 주민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수원시는 서수원권(천천동)과 동수원권(원천동)에 도심형 수목원 두 곳을 조성 중이다. 2022년 준공이 목표다. 시민들이 언제든 편리하게 찾을 수 있는 휴식처이자 수원을 대표하는 관광자원으로 만들겠다는 설명이다. 국립세종수목원도 도심형 수목원으로 조성돼 접근성이 뛰어나다. 이곳에선 2834종, 172만 포기의 식물을 관람할 수 있다. 이들 도심형 식물원 및 수목원은 시민들이 틈틈이 여가와 휴식을 즐기면서 자연과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각 지역에서 도심 공원과 생태 공원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게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