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총에 저격수까지 동원해 시민 사살…5·18 계엄군의 민낯

5·18조사위, 가해 군인들 진술 확보…발포명령 체계 입증 실마리
5·18 민주화운동 당시 기관총과 저격수까지 미리 배치해두고 시민을 사살한 계엄군의 만행이 추가로 드러났다. 과격한 시위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발포했다는 전두환 신군부의 '자위권' 주장이 허구라는 증거가 다시 한번 나타난 셈이다.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지난 1년간 저인망식으로 조사한 5·18 당시 공수부대원의 진술에 따르면 제3공수여단은 5월 20일 오후 10시 이후 광주역에 M60 기관총을 설치했다.

당시 광주역 광장은 시위가 격렬하게 벌어지던 곳이었는데 기관총을 설치한 이후 비무장 시민들을 향해 발포가 이뤄졌고,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다음날인 21일 정오 무렵 전남도청 앞을 가득 메운 시위대를 향해서도 집단 발포가 자행됐다.

놀란 시위대가 흩어지자 11공수여단은 인근 주요 건물 옥상에 저격수를 배치해 시민들을 조준 사격했다.

그동안 피해자와 목격자들의 증언으로 계엄군의 조준 사격 의혹은 여러 차례 제기됐지만, 가해자의 입으로 이러한 사실을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2일 이후엔 광주 외곽을 봉쇄하는 작전을 하던 3공수여단이 광주교도소 감시탑과 건물 옥상에 M60 기관총을 설치하고, 저격용으로 사용되는 M1 소총에 조준경을 부착해 시민들을 살상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이러한 증언이 중요한 건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은 발포 명령자 또는 발포 책임자를 규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전두환과 신군부 지휘부는 "과격한 시위대로 인한 급박한 상황에서 방어를 위해 발포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하며 누구도 발포 명령을 한 적이 없다고 발뺌해왔다. 그러나 가해 당사자들의 이러한 진술은 명시적·묵시적인 발포 명령을 내포하고 있는 만큼 발포 명령 체계를 규명할 수 있는 단서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기관총까지 동원해 시민을 학살하듯 진압한 신군부는 다수가 총에 맞아 숨진 책임을 시위대로 돌리려 하기도 했다.
시위대가 무장했던 카빈총으로 숨진 사람을 94명이라고 집계하며 시위대끼리 오인 사격해 숨진 것이라는 문서를 작성했다.

M1 소총에 의한 사망은 시위대가 쏜 것으로 둔갑시켰고, M60 기관총으로 인한 사망은 집계조차 하지 않고 기타 사망자로 분류했다.

이후 여러 차례에 걸친 5·18 관련 조사를 통해 카빈총에 숨진 사망자가 아닌 사례가 밝혀지는 등 검시 조서가 조작된 정황도 드러났다.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는 이러한 진술과 과거 조사 내용 등을 토대로 광주역과 광주교도소 일원에서 숨진 사람들 가운데 카빈총에 의한 사망자로 분류된 의혹에 대해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사위 관계자는 12일 "탄도학 등 관련 전문가들과 국과수 등 전문기관에 의뢰해 추가 정밀 분석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