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여자들의 테러

이만하면 괜찮은 남자는 없다·K를 생각한다

▲ 여자들의 테러 = 브래디 미카코 지음. 노수경 옮김.
독립운동가 박열의 부인으로 항일운동에 참여했던 아나키스트 가네코 후미코(金子文子), 여성의 정치적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국왕의 말 앞으로 뛰어들었던 여성 참정권 운동가 에밀리 데이비슨, 아일랜드 독립을 위해 저격수로 활약했던 마거릿 스키니더 등 세 여성의 삶을 서술한 책.
이들은 힘없는 자들을 착취하고 각성한 이들을 짓밟던 거대 권력을 상대로 죽음마저 불사하며 저항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책은 일본과 영국, 아일랜드에서 각자 싸웠던 세 사람의 이야기를 교차 편집해 마치 공동 투쟁을 벌이는 것처럼 읽히게 한다.

앞사람 이야기의 마지막 구절을 다음 사람 이야기의 첫 문장이 넘겨받아 끝말잇기처럼 전개되는 것이 특징이다.

저자는 그동안 역사에서 비중 있게 다뤄지지 않았던 여러 인물도 등장시킨다. 후미코가 일생을 통해 찾아낸 단 한 명의 여성이라고 표현했던 니힐리스트 니야마 하쓰요, 귀족 신분에도 여성 참정권 운동에 투신한 레이디 콘스턴스 리턴, '아일랜드의 여성들'이란 신문의 편집 책임자 헬레나 몰로니 등이 그들이다.

사계절. 324쪽. 1만6천원.
▲ 이만하면 괜찮은 남자는 없다 = 박정훈 지음.
오마이뉴스에서 젠더 부문 기사를 쓰고 편집하는 저자가 남성들에게 '성별 이분법'을 흔들고 젠더 질서를 재편하는 데 함께 나서자는 요청의 메시지를 담고자 쓴 책.
저자는 여성혐오와 성폭력, 착취의 근원이 남성들의 '기만'에 있다는 논지를 편다. 그럴듯해 보이는 남성조차 가해자가 되는 것은 자신들이 '세상을 바꿨다'는 충만한 자부심으로 그들만의 세계에 존재해왔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아울러 저자는 '주린이·노키즈존' 등 차별을 당연하게 만드는 언어를 비롯해 결혼이나 신체 등에서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는 사회 등 사회 주변부의 폭력구조도 살핀다.

한겨레출판. 308쪽. 1만5천원.
▲ K를 생각한다 = 임영묵 지음.
1994년생으로 이른바 '이대남'인 저자가 대한민국의 'K'라는 키워드를 갖고 90년대생과 방역, 민족주의, 386, 대학입시 등 다섯 가지 측면에서 한국의 현실을 들여다본다.

책은 90년대생에 대한 분석으로 시작한다.

여러 지식인과 비평가들은 90년대생을 개인주의, 정치적 보수화, 혐오와 증오, 공정에 대한 갈망 등으로 분석하지만, 저자는 이런 해석은 모두 파편적이고 불완전하다고 지적한다.

90년대생들의 스트레스를 제대로 알기 위해선 그들이 내몰린 위계적인 피라미드의 문제적 상황부터 직시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 사회의 20대들은 살벌한 경쟁의 피라미드에서 떠밀려 내려가지 않으려는 불안감을 부여잡으며 그 불안감을 자기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체념하고 '감각의 홍수'에 휩쓸린 채 수많은 콘텐츠로써 자신의 욕망을 대리만족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현실의 근원에는 세계화로 인해 형성된 이중 경제체제와 정보 시대의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이 놓여 있다고 말한다. 사이드웨이. 368쪽. 1만7천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