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OVERLOOK] ′백가쟁명’ NASH 신약 글로벌 개발 전쟁 …“항 섬유화·항염증 치료제의 병용투여 전략이 주효할 것”

글 구자용 DB금융투자 연구위원
NASH는 다양한 기전으로 발병하는 만성질환이다. 현재까지는 대사능 개선 치료제들의 상용화 가능성이 높아 보이며, 항섬유화· 항염증 치료제의 병용투여 전략이 주효할 것이다.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NASH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27년 약 250억~500억 달러까지 성장해 매출 기준 톱5의 질환에 들 것으로 전망된다.

NASH는 NAFL(비알코올성 지방간)에서 진행돼 나타나는 질환인 만큼 운동과 식이조절을 통한 대사기능 개선이 기본 권장된다. 간의 섬유화 또는 경화를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약물 치료가 반드시 필요한 환자군이 존재하지만, 아쉽게도 이를 목적으로 승인받은 약은 아직 없다.복합적인 원인에 의해 발병하는 만성질환인 만큼 NASH 치료제 개발은 대사기능 개선, 염증 억제, 섬유화 억제로 다양하게 접근하고 있다.
기대했던 NASH 치료제들이 승인에 실패한 이후, 개발사들은 신규 타깃 발굴, 이미 실패한 사례가 있는 타깃의 단점을 개선한 물질 개발, 그리고 임상적으로는 병용투여에서 가능성을 찾고 있다.

성공 문턱에서 고배 마신 인터셉트 파마슈티컬스
최초로 승인받은 FXR 작용제인 인터셉트 파마슈티컬스의 ‘오칼리바(Obeticholic acid)’는 현재 희귀질환인 PBC(담즙성 간경변증) 치료제로 판매 중이며,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24% 증가한 3억1270만 달러를 달성했다. FXR 작용제는 합성 담즙산으로 NASH의 염증 반응을 조절하고 섬유화를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인터셉트 파마슈티컬스는 NASH 환자 1700명이 참여한 35건의 임상시험에서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권고한 1차 평가지표 중 하나인 ‘NASH 악화 없이 간섬유화의 1단계 이상 개선’을 충족하는 결과(오칼리바 23%, 위약효과 12%)를 얻었고, 가속 승인을 신청했으나 2020년 6월 FDA로부터 보완요구공문 (CRL)을 수령하면서 허가에 실패했다.CRL에는 오칼리바의 예상 혜택이 불확실하며 잠재적 위험 대비 충분하지 못하다는 FDA의 의견이 담겨 있었다. FDA는 오칼리바의 혜택과 위해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추가적인 장기 데이터를 요구했다.

오칼리바는 가려움증 부작용을 경험한 환자가 51%였고, 9%는 투약을 중단하기도 했다. 20%의 환자는 저밀도 콜레스테롤(LDL-C)의 증가가 확인됐는데 NASH 환자들은 동반질환을 많이 앓고 있기 때문에 장기 투여 시 심혈관 위험도를 높일 수 있는 우려가 있었다.

인터셉트 파마슈티컬스는 추가 데이터를 확보해 올해 중 다시 신약허가신청(NDA)을 할 계획이다. 최근 주요 경영진 교체와 인원 감축을 단행했고, PBC 치료제로서 오칼리바의 상업화에 집중하면서 동시에 NASH 프로그램을 진행할 것으로 밝혔다.현재까지의 FDA 의견과 회사의 상황을 볼 때 상업화 기대감이 전보다 낮아진 것은 아쉬운 부분이나 여전히 개발 단계가 가장 앞선 NASH 치료제다.

나스닥 기업들의 계속되는 도전
오칼리바 외에도 단점을 보완한 다수의 FXR 작용제가 개발 중에 있다. 노바티스는 효과와 내약성이 개선된 ‘트로피펙서(Tropifexor)’를 SGLT-1/2 억제제 ‘리코글리플로진(licogliflozin)’과 병용 투여하는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SGLT-1/2 억제제는 지방 및 체중감소 효과가 있으며 일반적으로 심혈관 보호의 효과(class effect)가 있다고 여겨진다. 노바티스는 그 외에도 트로피펙서를 화이자의 ACC 억제제, GDAT2 억제제, FGF21 자극제 등과 병용투여 개발을 진행 중이다.에난타 파마슈니컬스는 ‘EDP-305’와 ‘EDP-297’을 개발 중이다. EDP-297은 효력과 표적조직(간·장)의 분포도를 높인 후보 물질이다. 올해 중순경 EDP-305의 임상 2b상 중간결과와 EDP-297의 임상 1상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메타크라인은 ‘MET409’와 베링거인겔하임의 SGLT-2 억제제 ‘엠파글리플로진(empagliflozin)’의 병용투여 임상 2a상과 ‘MET642’의 단독투여 임상 2a상을 동시에 진행 중이다. MET409와 MET642는 분자구조 최적화를 통해 간지방 감소 효과를 높였으며 가려움증 또는 저밀도콜레스테롤(LDL) 증가의 부작용을 낮춘 FXR 작용제다. MET642는 MET409보다 효력을 높였으며, CYP3A4 매개 약물상호작용이 없도록 디자인했다.

메타크라인은 두 후보약물의 임상 2a상 결과에 따라 하나를 선택해 조직생검 기반의 임상 2b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각광받는 GLP-1 작용제

GLP-1 작용제는 이미 당뇨병 및 비만치료제로 시장 규모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질 개선, 체중 조절 등의 직접적인 효과가 이미 확인되었기 때문에 다른 NASH 치료제와 병용투여 파트너로 많이 연구되고 있다. 위장관 부작용이 있으나 약물에 따라 견딜 수 있는 수준이다.

GLP-1 시장점유율이 가장 높은 노보노디스크는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의 NASH 임상 2상 결과에서 치료 가능성을 보여줬다. 단독 투여 시 간섬유증 F2~F3 단계 환자의 악화 없는 NASH의 해소가 위약군 대비 달성률이 높았다. NASH 악화 없는 섬유화 개선은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으나 용량 의존적으로 긍정적 경향성을 확보했다.

지난해 미국간학회(AASLD)에서는 세마글루타이드와 길리어드의 실로펙서(FXR 작용제), 피르소코스타트(AOC 억제제) 삼중 병용투여의 개념증명(PoC) 임상 2상 결과를 발표했다. GLP-1의 위장관 부작용과 실로펙서 투여로 인한 가려움증으로 5~14%의 참 여자가 임상을 중단했으나 이는 길리어드와 노보노디스크의 NASH 치료제 개발 협력을 공고히 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GLP-1을 기반으로 개발 중인 NASH 치료제로는 GLP-1/GCG 이중작용제로 아스트라제네카의 ‘코타듀티드(cotadutide)’, 한미약품과 MSD의 ‘에피노페그듀타이드(efinopegdutide)’, 질랜드와 베링거의 ‘BI456906’이 임상 2상 단계에 있다.

한미약품의 GLP-1/GCG/GIP 삼중작용제는 FDA 패스트트랙에 지정됐으며 임상 2상 단계에 있다. GCG는 에너지 대사를 촉진하는 효과가 있으며, GIP는 GLP-1와 같은 인크레틴(혈당 수치를 낮추는 대사호르몬)의 일종으로 GCG 분비를 자극하기 때문에 GLP-1과 삼중작용제로 투약할 경우 체중감 량 및 대사능 개선의 효과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유한양행과 베링거는 GlP-1/FGF-21의 이중 작용제의 임상 1 상을 앞두고 있다. FGF-21은 인슐린 감수성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GLP-1과의 병용 시 NASH뿐만 아니라 당뇨병 치료제로서의 가능성도 높다고 볼 수 있다.

계속되는 다양한 시도들
PPAR 조절제는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는 약물로 염증억제, 간지방 감소, 간세포 풍선 변성 감 소 등의 효과를 나타낸다. 현재 NASH의 약물치료로 PPAR-γ 작용제인 피오글리타존(pioglitazone)을 사용할 수 있으나 체중 증가, 심부전 등의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간 조직검사로 NASH가 확인된 환자에게만 사용해볼 수 있다.

PPAR-α/β 이중작용제는 젠핏의 ‘엘라피브라노어(elafibranor)’가 지난해 임상 3상에서 섬유화 악화가 없는 NASH 개선을 입증하는 데 실패한 바 있다. 인벤티바가 개발 중인 pan-PPAR(PPAR-α/β/γ) 작용제 ‘라니피브라노어(lanifibranor)’는 앞선 임상시험에서 내약성을 확인했다. 188명을 대상으로 24주 간 진행된 임상 2상에서는 FDA가 요구하는 2가지 평가지표에서 위약효과 대비 높은 NASH 개선 및 섬유화 개선 결과를 나타냈고 혁신치료제 및 패스트트랙에 지정되었다.

젠핏의 엘라피브라노어와 직접 비교할 수는 없으나 라니피브라노어는 임상 2상에서 위약효과가 20% 내외로 높게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2가지 평가지표에서 모두 45% 정도의 높은 개선 효과를 나타냈기 때문에 임상 3상의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 조직생검으로 진단된 F2-F3 단계의 NASH 환자 900여 명을 대상으로 72주간 치료 후 연장 진행되는 임상 3상은 2024년께 결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THR-β 작용제는 갑상선 호르몬 β수용체를 선택적으로 자극하여 LDL, 중성지방, 간지방을 낮추는 효과를 나타낸다. 바이킹테라퓨틱스의 ‘VK2809’는 임상 2상에서 16주 치료 시 위약군 18.7% 대비 투약군에서 45.4%의 의미 있는 간지방 감소를 확인했다. 바이킹 테라퓨틱스는 조직생검으로 확인된 NASH 환자를 대상으로 VOYAGE 임상 2b상을 진행 중이다.

마드리갈 파마슈티컬스의 ‘레스메티롬 (MGL-3196)’은 조직생검 기반의 임상 2상에서 용량의존적인 간지방 감소를 확인했다. F2-F3 NASH 환자 대상으로 52주 치료하는 조직생검 기반 임상 3상 MAESTRO-NASH가 진행 중이다. 올해는 MRI-PDFF로 간지방 변화와 LDL의 변화를 확인하는 오픈 라벨 임상 3상 MAESTRO-NAFLD-1의 데이터를 공개할 예정이다.

올해 나스닥에 상장한 턴스 파마슈티컬스는 간질환 전문 바이오텍으로 NASH 치료제로 가능성이 높은 FXR, THR-β, VAP-1, GLP-1 타깃의 치료 파이프라인을 개발 중에 있다. 턴스 파마슈티컬스는 각 약물의 선택성을 높여 효과와 부작용 측면에서 차별성을 가지려고 하고 있다.

올해 FXR 작용제의 임상 2a상 결과와 THR-β의 임상 1상 톱라인 결과를 공개하고 VAP-1의 임상 1b상을 개시할 예정이다.

앞서 언급한 NASH 치료제 외에도 중성지방 합성인자인 DGAT-2 억제제, 지질 및 당대사 조절인자인 AMPK 활성화제, 간에서의 면역반응을 억제하는 VAP-1(AOC3) 저해제, 항섬유화 및 항염 효과를 나타내는 줄기세포 치료제 등 다양한 타깃의 치료제가 개발 중이다. 국내에서도 한미약품, 유한양행, LG화학, 브릿지바이오 등 10여 개 기업이 자체 개발, 기술도입, 판권계약 등을 통해 NASH 치료제 상업화에 관여하고 있다.

NASH는 다양한 기전으로 발병하는 만성질환이다. NASH의 병태생리가 임상적으로 직접 연결되지 않는 부분이 있고, 비침습 진단을 위한 바이오마커 개발도 충분치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개발에 어려움이 있다.

현재까지 상황으로는 GLP-1과 같이 이미 다른 질환에서 효과를 확인한 대사능 개선 치료제들의 상용화 가능성이 높아 보이며 이를 기반으로 항섬유화·항염증 치료제의 병용 투여 전략이 주효할 것으로 생각된다.
<저자 소개>

구자용

현 DB금융투자 제약바이오산업 분석 연구위원. 셀트리온과 사노피, 베링거인겔하임 등 국내외 제약사를 거친 뒤 금융투자업계에 입문했다. 서울대 대학원에서 약학박사를 수료했으며 중앙대 대학원에서 의학박사 과정 중에 있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5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