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COMPANY] 동아ST, 당뇨 치료물질 복합제로 NASH 치료제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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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ST는 당뇨 치료제 후보물질을 병용투여해 임상 성공률을 높이는 전략을 준비 중이다. 동아ST 신약연구소의 의약연구3실장인 김미경 연구위원은 “복합제를 개발해 지방간 축적과 염증·섬유화를 막겠다”고 말했다.동아ST와 레드엔비아가 NASH 치료제로 개발 중인 ‘DA-1229’는 ‘슈가논(성분명 에보글립틴)’이라는 당뇨약 이름으로 더 알려져 있다. 2016년 국내 출시된 DPP-4 억제제인 슈가논은 지난 1분기 제품군 처방액 72억 원을 기록했다.
이 회사는 DPP-4 단백질을 억제해 지방 축적을 억제하면 NASH 치료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DPP-4는 혈당을 낮춰주는 GLP-1 호르몬을 분해하는 효소다. DPP-4의 작용을 억제하면 체내 GLP-1 호르몬 농도가 증가돼 인슐린 분비가 촉진되고 식후 혈당이 개선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당뇨 치료제로 NASH 병용투여 임상 추진
DPP-4 억제제는 간세포의 지방산 신합성도 억제한다. 지방산 신합성이란 세포질 내 합성 작용을 통해 탄수화물 등의 물질이 지방으로 바뀌는 작용이다. 지방산 신합성이 활발히 일어나면 세포질 안에 지방이 과다 축적된다. 지방으로 속이 빵빵해진 세포는 산화 스트레스가 증가해서 염증을 일으키는 사이토카인을 분비한다. DA-1229는 이 지방산 신합성 과정을 차단해 간세포의 지방 축적을 막는다.
DPP-4 억제제는 면역세포 활성화를 억제해 염증 진행을 막는 효과도 있다. 섬유화가 일어나기 전 단계에서 지방간 축적을 막고 염증을 억제하는 게 DA-1229의 NASH 치료 기전이다.
NASH 치료제로서 DA-1229에 주목한 건 동아ST만이 아니었다. 미국 제약사 토비라는 개발 중이던 NASH 치료 후보물질인 ‘세니크리비록’을 복합제로 개발하기 위해 2016년 DA-1229를 도입했다. 하지만 토비라가 앨러간에 인수되면서 2017년 이 물질의 개발 권리가 반납됐다. 앨러간은 대신 노바티스와 손을 잡고 복합제를 개발 중이다.현재 DA-1229의 NASH 대상 단일제 및 동아ST 약물을 제외한 복합제 개발 권리는 레드엔비아가 갖고 있다. 이 회사는 동아ST와 서울아산병원이 세운 합작법인이다. 동아ST는 병용투여로 임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섬유화를 억제할 수 있는 다른 약물을 함께 투여해 치료 효과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미 DA-1229와 함께 쓸 두 번째 무기도 확보해뒀다.
병용투여 할 후보물질 자체 확보
이 회사의 두 번째 카드는 혁신신약으로 개발 중인 ‘DA-1241’이다. 슈가논처럼 당뇨병 치료 목적으로 개발한 후보물질이다. 현재 국내에서 전임상을, 미국에서 임상 1b상을 마친 상태다.
DA-1241은 GPR119와 결합해 작용한다. GPR119는 췌장 베타세포에 존재하는 수용체다. 활성화하면 포도당·지질 등의 대사 작용을 통해 인슐린 분비를 촉진한다.이 후보물질은 동물실험에서 지방간 감소와 염증·섬유화 억제 모두에 효과를 냈다는 게 김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우선 DPP-4 억제제처럼 간에서 지방산 신합성을 억제해 지방간 감소 효과를 낸다. 염증이 일어난 세포에선 염증성 사이토카인의 활성화를 억제해 염증 반응을 막는다. 마지막으로 간 성상세포의 활성화를 억제하는 방식으로 콜라겐 생성을 차단해 섬유화를 억제한다.
김 연구위원은 “전임상에서 염증이 생겼을 때 증가하는 TNF-알파, IL-6 등의 혈중 농도 감소 효과를 확인했다”며 “염증억제 효과가 크다면 당뇨와 NASH 외에 다른 질환으로도 적응증 확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임상 일정은 NASH보다 당뇨가 빠르다. 동아ST는 빠른 시일 내에 단독제로 당뇨 임상 2상 시험계획(IND)을 신청할 계획이다. NASH 복합제로선 약물 상호작용을 확인하는 임상 1상이 따로 필요하다. 김 연구위원은 “DA-1241은 6개월간 인체 투약을 위한 안전성 자료가 확보돼 있지만 복합제 형태로는 안전성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어 전임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또 다른 카드도 있다. 동아ST는 비만·당뇨병 대상 펩타이드 주사제로 개발 중인 ‘DA-1726’을 NASH 치료에 활용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이 파이프라인은 GLP1 수용체와 글루카곤 수용체에 동시 작용한다. GLP1 수용체에 작용하면 혈당 감소 효과가, 글루카곤 수용체에 작용하면 체중 감소 효과가 뚜렷하다.
김 연구위원은 “두 수용체 중 어느 한쪽에 치우쳐 작용하지 않아 고루 효과를 낼 수 있는 게 이 후보물질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DPP-4 억제제로 심장판막 질환 임상 2·3상 진행
당뇨 치료 후보물질을 쓸 수 있는 새 적응증은 NASH 만이 아니다. 레드엔비아는 DA-1229로 대동맥심장판막석회화증 치료에도 도전하고 있다. 이 질환은 좌심실 대동맥에 있는 판막이 염증 이후 석회화로 딱딱해지는 질환이다. 판막은 혈액 역류를 막는 역할을 한다. 섬유화가 진행된 판막은 혈류 흐름을 저해해 심각한 통증을 일으킨다. 이 질환은 60대 이상 노령층의 7%가량에서 발병한다. 이 들 환자 상당수가 통증을 느끼고 2~3년 뒤에 사망한다. 치료제가 없어 인공판막을 삽입하는 것 외엔 별수가 없다.
DPP-4는 인슐린유사성장인자인 ‘IGF-1’을 억제한다. IGF-1은 판막혈관세포에서 판막 석회화를 막아주는 작용을 한다. DPP-4 저해제인 DA-1229를 투여하면 IGF-1이 활성화돼 석회화 억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게 김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레드엔비아는 지난해 9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이 질환을 대상으로 임상 2·3상 IND를 승인받았다. 국내에선 임상 2상 환자를 모집 중이다.<애널리스트 분석>
1일 1회 투약 제형 개발 가능 by 문경준 IBK투자증권 연구원
DA-1241은 NASH를 추가 적응증으로 해 임상을 확대할 수 있다. 동물 대상 투약 결과 혈당 강하 효과와 함께 식후 혈장 지질 농도 증가를 억제하는 효과를 보여줬다. 1일 1회 투약 제형으로 개발 가능할 전망이다. 기술이전 가능성도 있다.이주현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5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