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노래주점 살해 추정 40대男, 업주 실랑이 중 112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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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긴급상황 아니었다"…출동 안 해인천 한 노래주점에서 실종된 40대 남성이 주점 업주에게 살해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피해자가 업주와 실랑이 중 112에 신고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주점 업주 혐의 전면 부인…기존 주장 되풀이
인천 중부경찰서는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30대 중반 노래주점 업주 A씨를 체포했다고 12일 밝혔다. 경찰은 CCTV 분석 결과 A씨가 40대 남성 손님 B씨를 살해한 뒤 자신의 차량에 시신을 실어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송도신항일대에 유기한 것으로 보고 수색 중이다.
A씨는 현재 살해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노래주점 안에서 B씨의 혈흔과 살점 일부가 발견됐다.
B씨의 실종 신고가 접수된 것은 지난달 26일 그의 아버지로부터다. B씨의 아버지는 당시 "21일 외출한 아들이 귀가하지 않고 있다"고 진술했고,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B씨가 지인과 함께 지난달 21일 인천시 중구 신포동 한 노래주점에 방문한 사실을 파악했다. 사실 확인을 위해 해당 노래주점 출입고 3곳에 설치된 CCTV 영상을 분석한 끝에 B씨와 지인이 당일 오후 7시30분께 노래주점에 들어간 장면을 확인했다. 이후 오후 10시50분께 B씨의 지인이 노래주점에서 나오는 장면은 확인됐지만 B씨의 모습은 찾지 못했다.
당시 노래주점 업주인 A씨는 "다음 날인 22일 새벽 2시 조금 넘어서 주점을 나갔다"고 진술했으나 노래주점 내부에서도, 주변 지역의 CCTV 영상 분석에도 B씨의 행적은 나오지 않았다.
실종 신고 당시 경찰은 시신 등 타살 정황이 나오지 않아 강력사건으로 전환하지 않고 실종 사건으로 수사를 시작했다가 노래주점 현장 감식 결과 내부 화장실에서 B씨의 혈흔과 살점이 발견되면서 수사는 급물살을 탔다. 경찰은 B씨 실종 당시 A씨와 단둘이 주점 내부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근거로 A씨를 용의선상에 올렸고, 인근 CCTV를 통해 A씨가 마트에서 14ℓ짜리 락스와 청테이프, 75ℓ짜리 대형 쓰레기 봉투 등을 구입한 모습을 확인했다.
또 3~4차례에 걸쳐 쓰레기봉투를 들고 주점 안팎을 오가는 모습도 포착됐다. 경찰은 이 같은 정황을 근거로 영장을 발부받아 실종 20일만인 12일 A씨를 체포했다.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체포된 A씨는 1차 경찰 조사에서 "살인 및 시신을 유기하지 않았다"고 혐의를 부인하면서 "B씨가 22일 새벽 2시 술값 문제로 실랑이를 벌이다가 나갔고, 나머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이 과정에서 B씨가 112에 신고를 했지만 경찰이 현장에 출동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오전 2시5분께 112상황실로 B씨의 신고가 접수됐다. 당시 B씨는112에 전화를 걸어 "술값을 못 냈다"고 말했다.
신고를 접수한 112 치안 종합상황실 근무자가 위치를 물었지만 B씨는 제대로 답하지 못했고, A씨로 추정되는 인물에게 "너는 싸가지가 없어. X까는 소리 하지 마라"고 말하는 소리도 녹음됐다.
하지만 상황실 근무자는 단순 술값 시비로 판단해 관할 경찰서 지구대에 현장 출동 지령을 내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구조 요청을 한다든지, 피해를 호소한다든지 긴급하거나 신체의 위험이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해 비출동 종결처리를 했다는 설명이다.
경찰의 이 같은 해명에도 출동했다면 업주의 범행을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경찰은 A씨가 시신을 유기한 장소로 추정되는 송도 신항에 수색견 5마리, 드론 2대, 수중 수색요원 등 경찰 127명을 투입해 B씨의 시신을 수색 중이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