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문제 사과했지만…계속되는 집값 희생양 찾기[심형석의 부동산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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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문재인 대통령이 4주년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부분만큼은 정부가 할 말이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처음으로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자인한 내용이라는 해석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투기 금지, 실수요자 보호, 공공의 주택공급 확대라는 정책 기조는 달라질 수 없다는 언급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여전히 투기로 인해 집값이 올랐다는 생각을 가지는 한 집값을 잡는 것은 요원해 보입니다.
정책 실패 인정하면서도 기조 유지하겠다니…
정부 "신고가 계약 취소가 시세 조작"
현장에서는 "말도 안돼…신고가는 늦장 신고"
'투기세력'이라는 뜬구름 잡기…희생약 찾기로 해석
국토교통부가 전국 아파트 매매거래 건수 총 79만8000건을 조사했는데 거래신고가 해제된 것은 약 3만9000건이었습니다. 이중 사실상 취소인 ‘순수해제’ 건은 2만2000건이었고, 이중 신고가 거래는 16.9%인 3700 건이었다고 합니다. 이 사례를 대상으로 기획조사에 착수했는데 조사의 근거는 일부 투기 세력이 조직적으로 아파트 실거래가를 높인 뒤 계약을 해제하는 방식으로 호가를 조작한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진 데 따른 조치라고 합니다.차분히 이 통계를 살펴보면 79만8000 건에 달하는 아파트 매매거래 중 3700건만이 취소된 신고가 거래라는 의미입니다. 전체 거래건수를 기준으로 비중을 계산하면 단 0.046%입니다. 1만 건이 거래되면 의심되는 거래는 1건이 안된다는 말입니다. 물론 이 1건도 정황일 따름이고 시세를 조작한다고 밝혀진 것이 아닙니다. 이 정도 건수가 거래를 조작할 수 있을까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듭니다.직방의 통계에 의하면 2021년 5월 10일 현재 최근 3개월간 실거래가 최고가경신 비율은 전국이 44.91%, 서울은 무려 70.43%에 이릅니다. 10건이 거래되면 전국은 4건이, 서울은 7건이 신고가라는 말입니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기 위해서는 취소된 거래 중 신고가 비율은 45%보다는 많아야 합니다. 정부가 흥분해서 발표한 비율 16.9%는 누가 봐도 낯뜨거운 수치일 따름입니다.
이 조사가 어느 정도 일단락되면서 투기의혹 수사협력 관련회의가 지난 4월19일 열렸습니다. 여기서 그동안의 수사 상황에 대한 브리핑이 있었는데 경찰 측 1560명, 검찰 측 641명이 한 달 간 조사했으나 투기로는 5건 만이 밝혀졌다고 합니다. 엄청난 인력이 투입된 조사치고는 용두사미(龍頭蛇尾)가 아닌가 싶습니다.밸류맵이라는 부동산정보회사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거래 해제 신고가 의무화된 작년 2월부터 금년 4월까지 15개월간 총 241만 건에 이르는 전체 부동산 거래 중 아파트의 거래 해제 건수는 2.1%에 그쳤다고 합니다. 상업용 부동산은 7.6%의 거래 해제가 이루어졌습니다.
상가 등 상업용부동산은 거래가 자주 발생하지 않아 실제 거래가격을 알기 어렵습니다. 이런 상품은 호가를 조작하는 시도가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실제 효과도 있겠죠. 하지만 현실적으로 거래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실거래가가 비교적 정확하게 신고되는 아파트의 경우에는 호가를 올려 거래 후 취소한다고 해서 크게 실익은 없어 보입니다. 바보가 아니라면 갑자기 오른 거래를 따라서 추격매수를 할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입니다.
일반 아파트 거래에 있어서도 개업공인중개사들은 대부분 신고가는 빨리 신고하지 않습니다. 신고가가 빨리 신고돼 실거래가에 등재되면 집주인들은 그 이상의 가격으로 매물을 내놓거나 기존 매물의 가격도 그 수준에 맞추려고 합니다. 매수자 또한 오른 가격이 부담이 되니 계약이 잘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실거래가 신고기한인 한 달을 꽉 채워서 등록하거나 심지어 과태료를 물더라도 한 달을 넘기기도 합니다. 신고가를 기록한 계약은 중개보수를 소폭 올려줄 뿐이지만 신고가로 인해 앞으로의 계약 자체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특정 SNS에서는 이를 집값 폭등을 임기 말까지 밀어붙인다는 의미로까지 해석합니다. 사과는 했지만 현 정부는 집값 폭등의 주범은 아니라는 발뺌이겠죠. 집값 조작 조사, 투기 세력이라는 뜬구름 잡기, 끊임없는 세금 인상 이 모든 것이 정권 말기 아파트 가격 상승의 희생양을 찾으려는 부단한 노력으로 해석되는 건 기우였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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