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퀀텀 점프 성공한 한국생명공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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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석 한국생명공학연 경영기획부장세계적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가져올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하기 위한 움직임이 분주하다. 특히 기업들을 중심으로 업무 프로세스 개선과 효율성 증대를 위한 디지털 변혁(digital transformation)의 새바람이 불고 있다. 정부에서는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4차 산업혁명의 변화와 혁신의 핵심 동력인 ‘인공지능(AI)’을 사회혁신의 동인으로 삼기 위해 ‘인공지능 국가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이러한 디지털 뉴딜은 코로나 이후 변화하게 될 미래사회에 대한 디지털 대전환을 이끄는 정책이며, 디지털 전환은 D.N.A. (Data –Network - AI) 등 기술로 산업 혁신을 견인하는 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기업들이 1990년대 비용 절감을 위해 전사적자원관리(ERP), 2000년 이후 비즈니스프로세스아웃소싱(BPO)에 많은 관심을 가졌으나, 최근에는 24시간 불평 한마디 없이 업무를 척척 해내는 디지털 직원을 적극 채용하고 있다. 바로 로보틱프로세스자동화(RPA)라고 불리는 업무처리 자동화 소프트웨어이다.RPA를 사용하면 핵심 업무는 아니면서도 간혹 분노까지 유발하는 반복적이고 지루한 업무들을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통해 자동화할 수 있다. 무엇보다 많은 시간을 빼앗기는 작업을 사람이 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더 빠르고 더 정확하게 오류 없이 처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런 RPA가 자동화를 통해 업무를 수행하지만, 지시된 업무 외적인 비정형 데이터 집계나 관리, 업무 효율성을 나아지게 하는 것도 AI 기능을 도입해 더욱 효율적인 자동화 프로세스를 완성할 수 있다. 즉 AI가 업무의 양을 조율하고 결정을 한다면, RPA는 명령받은 업무를 보다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기존 RPA가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루틴화한 워크 플로우를 자동화했다면, AI가 적용된 RPA는 향후 데이터 집계에 대한 판단, 적용 값을 벗어나는 오류 상황에 대한 판단과 결정, 나아가 개선된 업무의 적용까지 확대될 예정이다.AI를 도입한 RPA는 대규모 투자와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전사적자원관리와 달리 기존의 업무 프로세스와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한 상태에서 적은 비용으로 짧은 시간에 다양한 형태와 방법으로 적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도 매력이 있다. 또한 단순·반복적인 업무를 디지털 직원이 자동으로 처리해 주기 때문에 사람들은 더 부가가치가 높은 창의적이고 전문적 혹은 재량적 업무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어 업무성과를 높일 수 있다.
디지털 전환의 큰 흐름에 맞춰 일반 기업 중심으로 적용되던 RPA가 공공부문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이미 미국의 공공기관에서 도입하여 성공한 사례도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도 지난해 정부출연연구기관으로서는 최초로 로봇프로세스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하였으며, RPA에 AI 요소를 도입해 더욱 효율적인 업무 수행과 데이터 분석을 해나갈 수 있게 됐다.
도입에 앞서 우선 직원들이 RPA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필요가 있었다. 이를 위해 RPA 교육과 세미나를 3차례에 걸쳐 실시했고, 부서별로 면담과 논의를 거쳐 적용 대상 업무 수요를 취합했다. 최종적으로 업무량, 업무 복잡도, 업무 규모 등을 고려하여 과제공고, 세금계산서 발행요청, 입찰공고의 알리오 공지 등 4개 업무를 선정하고, 시범적으로 RPA를 적용했다. 그 결과 연간 약 600시간의 업무시간을 절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특히 직원들은 단순·반복적인 업무들이 자동화되어 시간 절감뿐만 아니라 오류 발생 비율이 줄어들어 만족도가 높았다.향후 시범사업의 효과를 적극 알리고 전사적 업무 분석을 통하여 대상 업무를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RPA 기술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대상 업무의 난이도를 높여갈 계획이다. 현재는 화면 인식이나 문자 인식 등 소극적인 AI 기술을 이용했다면 향후에는 문서에 첨부된 특정 이미지를 더 고도화된 AI 기반의 문서 인식(OCR 등), 비정형 데이터 분석 등을 이용해 증빙의 가능 여부를 확인하고 가능한 경우에는 관련 데이터를 디지털로 변경하는 것이다.
RPA가 초기에는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를 처리하는 수준에 그쳤지만, 챗봇, 자연어 처리, 음성과 문자 인식, 기계학습이 가능한 지능형 RPA가 도입되고 있어 자동화 영역과 대상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이제 사람이 하는 잡무를 로봇이 대신하는 수준을 넘어서, 디지털 직원을 염두에 두고 업무 프로세스를 재구축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RPA의 목표는 일부 업무의 효율화에 맞추기보다는 장기적으로 디지털 변혁에 동참할 인력을 기르고 시스템을 갖춰가는 데 있다.
이제 디지털 변혁을 통해 일하는 방식을 리부팅(Rebooting)하는 것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