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는 나는데 도로라 하지 못하다니…'도로 외 구역' 다시보기[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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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경숙 녹색어머니중앙회 회장어떤 시대나 사회에 대해 알고 싶다면 먼저 법과 제도를 살펴보라는 말이 있다. 법과 제도는 사회 구성원들끼리 꼭 지키기로 약속한 규범이므로 시대와 사회의 특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아파트 단지 사고 8% 비중 차지
"아파트 단지 내에서도 경각심 가져야"
법과 제도는 무엇보다 국민들이 안전하고 편안한 삶을 위해서 꼭 필요한데, 현재 우리나라의 제도 가운데 약간 비현실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부분이 있다. 소위 도로외 구역이라고 말하고 있는 아파트 단지, 대형마트, 대학(교내), 대형병원, 주차장에서 보행자가 차량에 의해 사고가 나도 가해자가 형사처벌을 받지 못하는 부분이 이 중 하나다. 보험개발원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17년에 발생한 전국의 교통사고 약 400만건 가운데 아파트 단지 사고가 약 32만건으로 8%의 비중을 차지한다고 한다. 특히 아파트 단지 안 도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는 차와 사람 사이에 발생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2018년에 발생한 전국의 교통사고 통계를 보면 차와 사람의 사고 비중이 일반 도로는 20% 가량인 반면 아파트 단지 안 사고는 50%로 두 배 이상이 높다.
이렇게 아파트 단지 안에서의 교통사고는 빈번하게 일어나지만 도로교통 처리특례법이 적용되지 않는 법의 사각지대로 남아있다. 아파트 단지 내 교통사고 피해자는 어린이나 60세 이상의 고령자 등 교통약자가 많다. 단지 안에서 속도를 내는 차량이 많고 과속방지턱이나 횡단보도 그리고 시야를 넓혀주는 반사경 같은 교통안전시설이 구비되어 있지 않아 주민들이 불안해 할 수밖에 없고 이를 구비 하지 않아도 도로교통법상 아파트 단지 안의 도로는 사유지로 취급돼 단속을 받지 않는 게 현실인 것이다.
또한 아파트 단지 내에서 교통 안전상의 위험 요인이 있거나 교통사고가 발생해도 전문성이 없는 아파트 관리소장이나 입주자 대표 등이 관리하고 있어서 그에 대한 적절한 개선방안이나 올바른 해결책을 내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다.운전자는 '설마 아파트 단지 내에서 사고가 나겠어? '와 같은 안일한 생각을 가진다. 아파트 단지 내에서도 일반 도로처럼 생각하고 경각심을 가져야 하며, 운전자는 단지 내에서 10~20km로 서행해야 하고, 주·정차 차량이 많아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 경우 차 사이로 아이들이 갑자기 튀어나오는 경우가 있으니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
자녀가 있는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차도를 향해 뛰지 못하도록 주의를 주고, 단지 내 도로 횡단뿐만 아니라 일반 횡단보도에서의 어린이 교통안전 수칙 4원칙인 '1단 멈춤 2쪽 저쪽 3초 동안 4고 예방'을 지도하여 어린이도 운전자도 안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추진하고 있는 도로교통법 개정이 3년이나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으로 조속한 법 개정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다. 교통사고가 난 뒤 운전자를 처벌한다 해도 보행자는 사고 발생 전으로 다시 돌아가지 못한다. 그러므로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예방을 하여 보행자와 운전자 모두 안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교통사고는 순간 부주의에서 일어나는 것이 대부분이므로 운전자와 보행자 모두 교통법규를 준수해서 교통사고의 위험에서 멀어질 수 있게끔 해야 한다. 우리 모두 보행자가 안전하고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천경숙 <사)녹색어머니중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