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듯 돈 푼 美…재정·물가·자산·달러 '4대 쇼크' 덮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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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메랑'된 대규모 부양책미국에서 545개의 매장을 운영하는 최대 스테이크 전문점 텍사스 로드하우스는 지난달 말 메뉴 가격을 평균 1.4% 인상했다. 원재료와 임금 상승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어서다. 이 회사는 조만간 추가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실업수당·코로나 지원금 퍼주다
한해 재정적자 3500조원 넘어서
풀린 돈은 주식 등 '자산거품' 키워
물가 무섭게 뛰고 달러 가치 추락
미 정부가 팬데믹(전염병 대유행)발 경기 하강을 막기 위해 대규모로 푼 부양 자금의 부작용이 가시화하고 있다. 재정 적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물가는 급등세다. 앞서 정부와 의회는 지난해 3월부터 총 5조3000억달러의 부양책을 시행했다. 한 해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1에 달하는 규모다.
(1) 재정 적자
12일(현지시간) 미 재무부에 따르면 2021회계연도가 시작된 작년 10월 이후 지난달까지 7개월 동안의 재정 적자가 1조9000억달러로 집계됐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30% 급증한 수치다. 코로나19 지원금과 소상공인 대출, 실업수당 등 추가 지출이 워낙 컸던 탓이다. 경기가 호조를 보이며 세수가 16% 늘어난 2조1000억달러에 달했지만 역부족이었다.올해 적자 폭은 2020회계연도에 기록했던 3조1320억달러를 넘어설 게 확실시된다. GDP 대비 부채비율은 작년 129%로, 전년(106%) 대비 23%포인트 상승했다.조 바이든 대통령은 적자를 메우기 위해 법인세와 소득세 인상을 공언하고 있다. 손성원 로욜라메리마운트대 교수는 “미국이 1조달러의 국가 부채를 축적하는 데 200년이 걸렸는데, 최근엔 3개월마다 1조달러씩 늘고 있다”며 “후세대 부담이 급증하는 등 장기적 역효과가 매우 클 것”이라고 말했다.
(2) 물가 급등
미국 내 물가 오름세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다. 미 노동부는 4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달에 비해 0.6%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13일 발표했다. 이는 시장 예상(0.3%)을 크게 웃돈 것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6.2% 급등했다. PPI는 올 들어 넉 달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도 전달에 비해 0.8% 뛰었다. 시장 예상(0.2%)을 네 배 웃도는 수치다. 작년 동기와 비교하면 4.2% 급등했다.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물가는 전달 대비 0.9% 뛰었다. 이런 상승률은 1982년 4월 이후 39년 만에 가장 큰 폭이다. 목재 가격은 올 들어서만 124% 폭등했고 경제활동의 척도인 구리 가격은 36% 올랐다는 게 CNBC의 전언이다. 월스트리트 전문가들은 급등세가 적어도 올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3) 자산 거품
부양책과 통화 팽창 정책이 시장 거품을 키웠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돈 풀기를 멈추고 긴축으로 전환할 경우 거품이 일시에 꺼지면서 투자자 피해가 속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팬데믹 이후 주식, 암호화폐 등 금융 부문에서 광범위한 거품이 생겼다”며 “변이 바이러스 확산과 같은 외부 충격에 쉽게 무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암호화폐의 대장 격인 비트코인 가격은 작년 3월의 저점 대비 10배 안팎 뛴 상태다. 나스닥지수도 같은 기간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주택의 평균 매매 가격은 올 3월 32만9100달러(미국부동산협회)로 협회가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9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억만장자 부동산 투자자인 제프 그린은 CNBC 인터뷰에서 “(정부가) 수도꼭지를 틀 듯 돈을 쏟아부으면서 모든 자산에서 거품이 발생했다”며 “언제까지나 계속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4) 달러 가치 추락
달러 가치가 희석되면서 기축통화 지위가 흔들릴 것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유로, 엔, 파운드 등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90.75로 마감했다. 4월 물가가 급등했다는 소식에 이날 강세를 띠었으나 100을 훌쩍 넘었던 작년 3월과 비교하면 10% 이상 평가절하된 수치다.세계 결제 시장에서의 위상도 예전 같지 않다. 국제은행간전기통신협회(SWIFT)에 따르면 결제 시장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월 기준 38.43%로 작년 1월(40.81%) 대비 2%포인트 넘게 줄었다. 작년 10월엔 결제 통화 1위 자리를 유로에 내주기도 했다. 달러가 잠시나마 2위로 내려앉은 건 2013년 2월 이후 처음이다.
스탠리 드러켄밀러 뒤켄패밀리오피스 회장은 “정부가 적자 정책을 지속하면 달러가 15년 안에 기축통화 지위를 잃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