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車 전환 땐 10명 중 3명 노는데…현대차 노조 "64세까지 정년연장"

전기차發 '일자리 쇼크' 임박
내연기관차 대비 부품 30% 적어
인력 재배치·구조조정 불가피
다임러·닛산·GM 인력감축 나서
"골든타임 놓친다" 대대적 투자
사진=연합뉴스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인력 구조조정이 가속화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과 차량용 반도체 부족 등에 따라 생산량을 줄인 가운데 부품 수가 내연기관차 대비 약 30% 적은 전기차로의 급속한 전환에 대응하기 위한 투자 여력 확보에 나섰다.

국내 완성차 업계는 정반대다. 구조조정은커녕 인력이 늘어나는 추세다. 현대자동차·기아 노동조합은 올해 임금·단체협상에서 기존 일자리 유지와 정년 연장을 주요 요구안으로 내세웠다. 요구안이 협상에서 관철되면 고령 위주의 과잉 인력과 노동 경직성이 향후 전기차 전환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다임러 CEO “일자리 논의 솔직해야”

13일 외신 등에 따르면 메르세데스벤츠를 운영하는 독일 다임러의 올라 칼레니우스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탄소배출 제로 자동차로의 전환을 앞당기려는 노력에 찬성하지만, 전동화가 자동차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공개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일자리에 대해 솔직하게 얘기해야 한다”며 “전기차보다 내연기관차를 생산하는 데 더 많은 노동 시간이 걸린다”고 덧붙였다. 전기차 시대 일자리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다임러는 지난해부터 구조조정에 나섰다. 내년까지 1만 명을 감축하는 데 이어 2025년까지 1만 명을 더 줄이는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다임러뿐 아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 프랑스 르노, 독일 BMW 등도 1만 명대 중반 규모의 인적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구조조정 움직임은 올해 들어 더 빨라지고 있다. 독일 폭스바겐은 지난 3월 전기차 투자여력 확보를 위해 직원을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폭스바겐은 최대 5000명의 직원을 감축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포드는 지난 1월 내연기관차를 생산하는 브라질 공장 세 곳을 모두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모건스탠리는 5년 내 전기차 전환으로 인해 글로벌 자동차산업 종사자 1100만 명 중 300만 명이 실직할 것이라고 최근 분석했다.

현대차·기아 노조 “정년 늘려달라”

국내 완성차 업체는 딴판이다. 지난해 인력이 오히려 늘었다. 현대차 직원 수는 2019년 말 7만32명에서 지난해 말 7만1504명으로 증가했다. 현대차·기아는 구조조정은 엄두도 내지 못한 채 정년퇴직에 따른 자연 감소만 기다리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 노조는 기존 일자리는 물론 정년 연장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노조는 최근 대의원대회를 열고 올해 임·단협 요구안 확정 절차에 돌입했다. 노조 집행부가 마련한 요구안은 전기차 시대에 대응한 기존 일자리 지키기와 정년 연장 등이다. ‘밥그릇 지키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현대차 노조는 우선 사측이 친환경차 관련 주요 부품을 개발·생산할 때 국내공장에 우선 배치하도록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일자리 유지를 위해 노사가 함께 노력한다는 내용의 ‘산업전환에 따른 미래협약’도 사측에 제안할 계획이다. 기존 만 60세인 정년을 국민연금 수령 개시일이 도래하는 해의 전년도인 만 64세로 바꾸는 방안도 협상 테이블에 올리기로 했다. 기아노조는 만 65세로 정년을 연장하라고 요구했다.올해 교섭에선 적지 않은 갈등이 예상된다. 지난 3월 현대차 울산공장에선 아이오닉 5 테스트카의 생산라인 투입 여부를 놓고 노사가 물리적으로 맞서는 상황이 발생했다. 아이오닉 5 양산라인에 투입할 인력 규모에 대한 노사 합의가 이뤄지지 못한 상황에서 사측이 테스트카를 투입하자 노조가 라인을 멈춰 세운 것이다.

“장기근속 인력구조 조정 필요”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인력 과잉을 그대로 두고서는 현대차·기아가 글로벌 경쟁에 밀릴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한다. 높은 인건비 부담 등으로 연구개발(R&D) 여력이 글로벌 기업에 비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동차산업연합회가 이날 연 ‘탄소중립 전략 및 과제’ 포럼에서 협회의 권은경 실장은 “고령 위주의 인력 구조와 노동 경직성은 전기차 경쟁력 확보에 장애 요인”이라며 “장기근속 위주의 인력구조 조정과 파견·대체근로의 합법적 활용 등을 통한 생산 유연성 확보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일규/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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