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이야기는 어떻게 교과서 속 '동화'가 됐을까

국립한글박물관 특별전 개막…"관계의 가치 생각해보길"
1964년에 간행된 2학년 2학기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에는 '의좋은 형제' 이야기가 나온다. 한마을에 사는 형과 아우가 밤마다 자기 집에 있던 곡식을 들고 몰래 상대 집에 찾아가 두었는데, 날이 밝아 낟가리를 보면 양이 전혀 줄지 않아 놀랐다는 내용이다.

이는 서로를 걱정한 형제가 같은 행동을 해서 벌어진 일이었다.

교과서 속 이야기는 "형제는 저도 모르게 볏단을 내던지고 달려들었습니다. 그리고 얼싸안았습니다.

하늘에서 달님이 웃으며 보고 있었습니다"로 끝난다.

이 이야기의 기원은 조선왕조실록에 등장한다고 알려졌다. 세종실록을 보면 대흥호장 이성만은 아우 순(順)과 더불어 부모를 잘 섬기고 음식 하나도 나누어 먹었다고 한다.

이성만 형제의 효심과 우애를 기리는 비석은 지금도 충남 예산에 있다.

이처럼 교과서에는 어린이가 올바른 가치관을 확립하고 공동체의 건강한 일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옛날이야기가 적지 않게 실렸다.
국립한글박물관은 '의좋은 형제'를 비롯해 근현대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수록된 다양한 옛날이야기를 조명하는 특별전 '친구들아 잘 있었니? - 교과서 한글 동화'를 13일 개막했다.

교과서에 실린 동화와 옛날이야기를 씨줄과 날줄로 삼아 엮은 이번 전시는 자료 128건·142점으로 구성했으며, 전시 공간은 크게 두 곳으로 나뉜다.

첫 번째 주제는 '더불어 사는 사람살이의 지혜'. 교과서가 옛날이야기를 통해 형제자매 사이좋게 지내기, 부모에게 효도하기, 이웃과 화목하게 지내기처럼 더불어 살아갈 때 필요한 가치를 어떻게 소개했는지 살핀다.

현대 국어 교과서는 물론 조선시대 생활 교과서라고 할 수 있는 '삼강행실도언해'와 '금을 버린 형과 아우' 이야기의 배경이 된 한강 공암나루 풍경을 그린 겸재 정선 그림을 볼 수 있다.

전시 두 번째 주제는 '소망이 이루어지는 세상의 친구들'로, 교과서 한글 동화에 나오는 여러 동물과 도깨비, 산신령을 소재로 꾸몄다.

선비가 뱀에게 먹히려는 까치를 구했다가 곤경에 처했다는 '은혜 갚은 까치', 영리한 토끼가 악독한 호랑이를 골탕 먹인다는 '토끼의 재판', 어리숙한 도깨비가 나오는 '혹부리 영감' 등 다양한 이야기를 시청각 자료와 체험 활동으로 접한다.

이외에도 해방 직후 나온 국정교과서 '바둑이와 철수'부터 교과 과정별 국어 교과서, 조선어학회가 1933년 만든 '한글 마춤법 통일안'을 볼 수 있다.

전시는 한충이 1927년 펴낸 전래동화집 '우리 동무'로 서문으로 마무리된다.

그는 동화를 동산의 꽃같이 예쁜 어린이의 유일한 동무, 보감, 지침이라고 했다.
강연민 국립한글박물관 학예연구사는 "교과서 한글 동화는 슬기로운 관계 맺기를 통해 이루는 성장과 삶에 대한 긍정을 담고 있다"며 "부모와 아이가 함께 동화 속 친구들과 만나 관계의 가치를 생각해 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10월 10일까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위해 관람 인원은 한 시간에 100명으로 제한한다. 관람 예약은 국립한글박물관 누리집(hangeul.go.kr)에서 하면 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