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뭐하는 데니?"…윤여정도 궁금해한 KT 'IDC'의 정체

"어두컴컴 전산실은 옛말, 데이터센터 뜬다"

"글로벌 기업들 아시아 거점으로 한국 낙점"
"데이터 산업 '전기 먹는 하마' 오명 벗는 것 숙제"
KT IDC 남구로에서 관리자들이 서버 상태를 점검하는 모습. 2021.5.12 [사진=KT 제공]
"얘, 근데 여기는 뭐하는 데니?" "중요한 건 여기 다 있구나."

KT가 기업간거래(B2B) 데이터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인한 언택트 비즈니스 환경 조성과 5G 통신망 인프라 확충을 앞두고 인터넷데이터센터(IDC) 부문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한다는 전략이다. KT는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윤여정 배우를 목소리 모델로 기용하며 IDC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본격 홍보전에 돌입했다.

IDC 산업 치고 나가는 KT

윤여정 배우가 목소리 출연한 KT 광고 영상 [사진=KT 유튜브 캡처]
13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는 올 들어 IDC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날 서울 구로구에 'KT IDC 남구로'를 열고 14번째 IDC 운영을 시작했다. 정보통신(IT)업체가 대거 모여 있는 남구로 지역 IDC는 KT가 선보이는 최초의 '브랜드 IDC'이다. 종전까지 IDC가 별도 공간을 마련한 후 서버를 구축하고 네트워크를 연결했다면 브랜드 IDC는 다른 사업자가 운영하는 데이터센터를 빌려 KT 운용체계와 네트워크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윤여정 배우가 광고에서 언급한 용산 IDC는 클라우드 사업 확대를 꾀하는 KT의 의지가 담긴 시설이다. 연면적 4만8000㎡에 지상 7층, 지하 6층 규모의 용산 IDC는 8개 서버실에서 10만대 이상 대규모 서버 운영이 가능하다. 10만 서버는 국립중앙도서관 3만개의 데이터를 수용할 수 있는 용량이다.용산 IDC는 국내 최초로 IDC 자체 네트워크를 통해 단일회선으로 100기가비피에스(Gbps) 속도를 제공한다. 수도권에 위치한 KT의 IDC(용산, 목동, 강남, 분당)를 연결해 하나의 거대한 IDC 형태로 구성하고 최대 네트워크 경로를 8개로 다원화했다.

이를 통해 한 곳의 IDC에서 갑작스럽게 대용량 트래픽이 발생해도 인접 IDC를 경유해 백본망(저속의 여러 하위 망들을 서로 연결하거나 분산된 통신장치들을 통합하기 위한 최상위 통신 네트워크)에 접속하는 방식으로 차질 없이 데이터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했다.

데이터센터 시장 급성장 전망

용산 IDC 건물 전경 [사진=KT]
KT가 그동안 비주류 영역으로 인식되던 IDC를 전면에 내세운 가장 큰 이유는 성장성이다. 빅데이터,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등 신기술 등장과 함께 데이터 관리가 기업의 필수 요소로 부상했다. 또 코로나19 이후 영상회의, 온라인 쇼핑이 급증하면서 이를 뒷받침하는 클라우드 사용량이 폭증하는 등 시장 규모가 대폭 커진 것.

한국데이터센터산업협의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내 민간 데이터센터 관련 총 매출액은 2조4240억원으로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2019년 기준 2조3000억원)을 추월했다. 국내 데이터센터 근무자(2019년 기준)도 1만768명으로 센터당 평균 141.7명이 근무 중인 것으로 조사돼 고용 유발 효과도 크다.

IT, 통신은 물론 금융, 유통, 병원 등 각종 민간 산업 현장에서도 데이터센터에 대한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한국데이터센터산업협의회에 따르면 2000년대 이전 50여개에 불과했던 데이터센터는 2019년 158개로 세 배 가량 늘었다. 자체 IT 수요를 위해 데이터센터를 설립하던 분위기에서 점차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거나 대여하는 방향으로 선회하는 중이다.여기에 2024년까지 24개 가량 데이터센터가 신규 설립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18개 센터는 상업용, 6개는 자사용센터로 조사됐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데이터센터의 신규 설립 속도가 이보다 훨씬 빠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장분석컨설팅업체 한국IDC가 지난달 발간한 '2021년 국내 서버 시장 전망 보고서'에서도 국내 서버 시장이 향후 5년간 연평균 성장률 8.1%를 기록하며 2025년 2조6200억원의 매출 규모에 이를 것이 전망했다.

업계에선 올해 국내 서버 시장이 데이터센터 확장으로 전년 대비 2.4% 성장한 1조82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위기 상황 속에서 기업이 생존을 위해 디지털 혁신을 확대함으로써 안정적인 비즈니스 운영을 위한 서버 도입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어 매출 규모는 더 커질 것이라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국내 IDC 비즈니스를 개척한 것으로 평가받는 KT는 실적 개선까지 이뤄냈다. KT는 올 1분기 실적에서 B2B 분야에서만 매출 1345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7.5% 증가했다. 금융·게임 등 주요 IDC 고객사의 수요 증가와 지난해 11월 오픈한 용산 IDC가 매출에 기여한 결과라는 게 KT 설명이다. KT가 B2B 분야에서 신규 먹거리로 IDC 구축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과거 전산실 정도로 인식…대형산업 부상"

구현모 KT 대표 [사진=연합뉴스]
장민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KT는 앞으로 5G 기반의 스마트 팩토리 및 클라우드 사업 확대에 따른 실적 성장이 기대된다"며 "최근 기업 디지털화에 따른 IDC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는 상황에서 용산 IDC센터를 중심으로 선제적인 투자를 한 것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김회재·이지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KT는 올 1분기부터 IDC에서 본격적으로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며 "올해 IDC 매출은 전년 대비 약 20% 증가한 34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언급했다. 이어 "좋은 입지 여건과 우수한 운영 능력을 인정받아 글로벌 클라우드 사업자들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고 긍정적 평가를 내놨다.

업계 관계자는 "데이터센터는 과거 사옥 내 구석 어두컴컴한 전산실 정도로 인식됐지만 이제는 하나의 대형 사업으로 자리잡았다"며 "데이터센터를 지을 여력이 안 되거나 여의치 않은 사업장이 무수히 많기 때문에 IDC 일부를 빌려주는 데이터센터 임대업과 거기서 파생한 리츠 산업도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주요 기업들이 아시아 데이터센터 거점으로 한국을 눈여겨보는 것도 주목해야 한다"며 "지정학적 리스크가 큰 중국, 홍콩, 대만은 물론 디지털화가 더디고 빈번한 지진으로 서버 유실 위험이 큰 일본보다 뛰어난 5G 환경과 노하우, 안정된 치안을 가진 한국에 세계적 기업들의 신규 데이터센터 설립이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그는 "ESG 경영이 기업 경쟁력을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로 부상했기 때문에 데이터센터가 '전기 먹는 하마'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라도 환경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IDC 신축·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