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섭의 바이오 탐구영역] “임상 비용 지원하겠다” 먹는 인슐린 개발에 ‘러브콜ʼ 이어지는 삼천당제약

삼천당제약은 10년 전까지만 해도 해외에서 만든 신약을 복제해 국내에 파는 회사였습니다. 여러 중견 제약사 중 하나였죠. 변화의 시작은 2014년이었습니다. LG전자와 삼정KPMG컨설팅을 거친 전인석 대표가 온 뒤 사업 구조가 180도 변한 것입니다.
삼천당제약이 개발하는 먹는 인슐린 약의 임상 비용은 두 파트너사가 각각 1000억 원씩 지불하는 조건이다. 전인석 삼천당제약 대표는 “이 과정에서 기술력을 철저히 검증받았다”라고 강조했다.
가격 경쟁력이 있는 안과 치료제 제네릭(복제약)을 해외에 내놓고, 주사 의약품을 먹는 약(경구제)으로 바꾸는 에스패스(S-PASS)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먹는 인슐린과 코로나19 백신은 올해 본격적인 임상 1상을 시작합니다. 전인석 대표는 “지난 7년 동안 준비했던 결과물이 올해부터 나타나기 시작한다”고 자신했습니다.제네릭 해외 진출의 선구자

1943년에 설립된 삼천당제약은 국내 최초로 점안제(눈에 넣는 물약)를 개발한 회사입니다. 안과 질환 치료제에 강점이 있습니다. 안과 질환 중 국내에서 규모가 가장 큰 안구건조증 치료 시장에서 2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점유율 1위입니다.

이 회사는 녹내장과 안구건조증 등 안과 질환 치료제 24종을 올해부터 유럽과 미국 시장에 내놓을 예정입니다. 한국에서 가격이 불과 몇 천 원에서 몇 만 원 안팎인 안과 치료제가 미국에선 200달러(22만 원) 이상에 판매되고 있는 것을 보고 일찌감치 해외 진출에 나선 겁니다.전 대표가 제네릭 의약품의 해외 진출을 선언했을 당시 국내 제약사들의 반응은 냉소적이었습니다. 제네릭을 해외에 수출한 사례가 거의 없는 데다 복잡한 허가 절차를 통과하기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회계사 출신인 전 대표가 제약업계 사정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전 대표도 어려움을 예상치 못했던 건 아닙니다. 7년 동안 시행착오의 연속이었습니다. 다만 제네릭 중심의 중견 제약사는 공멸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1년 중 8개월 정도를 해외 고객사와 만나며 경험을 쌓자 성과가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제네릭 의약품을 허가받기 위한 서류 분량이 한국에선 50여 쪽이라면 해외에선 웬만한 사무실 하나를 서류로 다 채워야 허가를 받을 수 있다”며 “이제는 노하우가 쌓여 빠르게 허가 절차를 끝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해외 진출 과정에서 유럽과 미국의 까다로운 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GMP)을 맞춘 공장도 준비했습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보다 더 힘들다는 영국 의약품규제청(MHRA) 인증도 받았습니다. 점안제의 경우 무균 공장 시설이 필요해 허가를 받기 더 어렵습니다. 국내의 한 유력 점안제 회사 역시 미국 제네릭 시장 진출을 수 년째 ‘노크’ 중입니다. 하지만 현지의 깐깐한 규제 문턱을 넘어서지 못해 한 개의 제품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쉽지 않다는 뜻입니다.

해외 진출의 결실은 벌써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4월 26일에 처음으로 독일 정부로부터 일회용 녹내장 치료제 판매 허가를 받은 것이죠. 단순한 제네릭이 아닌 개량신약입니다. 시중에 유통되는 기존 녹내장 점안제는 보존제가 들어 있어 장기간 사용하면 건성안, 각막 석회화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 제품은 보존제가 없습니다. 이 제품 유통은 독일의 옴니비전이 맡게 됩니다. 독일 안과 시장에서 제네릭 분야 1위 업체입니다. 옴니비전과 체결한 나머지 세 개 제네릭 제품은 올해부터 내년까지 순차적으로 나옵니다.

삼천당제약이 현지 제약사와 손잡고 제품을 공급하는 계약은 세 건 더 있습니다. 미국 글렌마크와 BPI 등 중견 제약사를 파트너로 두고 있죠. 이 계약들은 매출액의 50% 이상을 삼천당제약이 가져가는 구조입니다. 생산도 한국(자체생산), 미국·독일(위탁생산) 등 네 개 공장에서 직접 합니다.제네릭 판매는 곧 본궤도에 오릅니다. 회사 측은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 1878억 원의 매출과 1365억 원의 영업이익을 해외 시장에서 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해당 매출액은 현지 파트너사가 예상한 전망치입니다. 제품 허가 역시 현지 파트너의 철저한 시장조사 후 돈이 되는 제품을 상의해 임상에 돌입한 겁니다.

전 대표는 “보수적으로 잡은 수치로 실제 판매 금액은 이보다 더 많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제품 판매에 따른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는 올해와 내년 약 100억 원이 들어옵니다. 한 가지 무기가 더 있습니다. 삼천당제약은 처음부터 제네릭 제품을 일회용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한 제품으로 여러 번을 써야 하는 제품보다 더 경쟁력이 있습니다.
에스패스(S-PASS)로 퀀텀점프 노린다

삼천당제약은 점안제 제네릭 사업은 신약 연구개발(R&D) 비용을 충당하기 위한 밑바탕이라고 설명합니다. 특히 경구제 플랫폼 기술인 S-PASS 기술에 관심도가 높습니다. 항체 바이오의약품은 보통 주사제로 만들어집니다. 대부분이 병원을 방문해 맞는 정맥주사(IV)죠. 정맥주사를 개량하면 피하주사제(SC)가 됩니다. 한국의 알테오젠이 이와 관련한 기술수출을 여러 건 했죠. 이를 경구용으로 만드는 건 더욱 어렵습니다.

약물이 필요한 부분에 효과적으로 전달되지 못한다는 단점 때문입니다. 먹는 약은 식도와 위, 십이지장을 거쳐 장으로 이동합니다. 이때 단백질 성분은 위에서 배출되는 펩신과 십이지장에서 배출되는 트립신 등 소화 효소를 만나며 분해가 됩니다. 단백질로 만들어진 바이오의약품이 경구용으로 만들어지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S-PASS는 먹는 인슐린(SDC0503)으로 개발되고 있습니다. 위나 십이지장 등 위장관(GI) 상부에서부터 흡수가 시작됩니다. 장에 도달하기 전에 몸에 흡수가 되는 것이죠. 위장관 상부에서 흡수되더라도 분해 효소에 의해서 사라지지 않습니다. 이는 약물을 감싸는 ‘마이셀’이란 기술 덕분입니다. 캡슐 같은 것으로 단백질(약물)을 싸는 겁니다. 이 약물은 캡슐 형태로 간문맥을 통해 간으로 직접 전달됩니다.

인슐린은 간에서 직접 작용하고 20% 이하의 저농도 인슐린만 전신 순환으로 온몸에 전달됩니다. 췌장에서 자연 발생하는 인슐린과 같은 과정이죠. 전 대표는 “피하 주사와 달리 저혈당 현상과 몸무게가 증가하는 등의 부작용 우려가 없다”고 설명합니다. 약효는 30IU(약 1.15mg) 기준으로 15분부터 혈당이 떨어져 6시간 이상 지속됩니다.

다수의 제약사들이 경구용 인슐린 개발을 시도했지만 개발을 완료한 사례는 없었습니다. 노보노디스크는 임상 2상의 긍정적인 결과에도 개발을 포기했습니다. 생체이용률이 너무 낮아 상업성이 없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생체이용률이 낮은 경우 원료가 너무 많이 듭니다.

현재 임상 3상 단계인 이스라엘 오라메드 제품이 가장 앞서 있습니다. 다만 이 제품도 인슐린 원료가 일반적인 주사제보다 16배 정도 더 들어갑니다. 또 약효가 나타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훨씬 깁니다. 이 회사가 분석한 경쟁제품 오라메드 경구용 인슐린의 약효 발현 시간은 1시간 30분입니다.
“임상 비용 지원하겠다” 러브콜

삼천당제약은 올해 하반기에 중국과 미국에서 임상에 돌입할 예정입니다. 임상 완료 후 판매 시점은 2025년입니다. 현재 독성시험은 완료를 했습니다. 두 시장에서 모두 2000억 원 정도의 임상 비용이 듭니다.

삼천당제약은 두 국가 모두 파트너십 계약을 통해 임상비용을 해당 국가의 제약사로부터 지원받을 예정입니다. 중국에선 곧 중국 인슐린 판매 1위 업체와 조인트벤처(JV) 설립 계획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JV에 기술을 이전하고 마일스톤과 매출의 20%를 가져가는 방식의 계약을 체결합니다. 세부 계약 내용 등 협상 대부분이 마무리 단계인 것 같습니다. 임상 비용은 해당 중국 회사가 댑니다.

미국 시장 역시 제품 공급과 매출의 일정 부분을 삼천 당제약이 가져가는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할 예정입니다. 대신 독점 판매 권한은 상대 회사에 주는 겁니다. 일본 시장도 한 파트너사가 임상 등의 비용을 지불할 예정입니다. 전 대표는 “상대 파트너사가 1000억 원의 임상 비용을 다 지불하는 조건”이라며 “적지 않은 돈을 쓰는 과정에서 기술력을 철저히 검증했다”고 강조했습니다.

2형 당뇨와 비만을 치료하는 경구용 리라글루타이드도 개발 중입니다. SDC0503과 마찬가지로 올해 안에 임상에 돌입하고 2023년에 임상 단계가 모두 끝납니다. 시판은 2024년이 될 전망입니다.

이 제품은 당뇨병 치료제 전문회사인 노보노르딕스의 빅토자라는 제품을 경구용으로 만든 겁니다. 2024년에 특허가 만료됩니다. 제네릭 제품이 등장하는 시기인 데요, 경구형으로 만들어도 가격 경쟁력이 있다고 합니다. 현재 여러 제약사에서 당뇨병 치료제로 펜타입 주사제형의 리라글루타이드 복제약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 경우 원조약에 비해 가격이 절반 가까이 줄어 듭니다.

S-PASS의 가격 경쟁력은 충분하다고 합니다. 빅토자는 월 사용금액이 약 700달러 수준입니다. 삼천 당제약에서 추정하는 자사 제품의 가격은 월 30달러 안팎입니다. 이 제품 역시 미국과 중국, 일본 지역의 파트너사를 이미 정했습니다. SDC0503과 마찬가지로 이들이 임상 비용을 댈 예정입니다.

코로나19 치료제 올해 임상

삼천당제약은 대표적인 고분자 물질인 단일클론항체에 대해서도 경구제 변환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자가 면역치료제인 에타너셉트(제품명 엔브렐)를 경구화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전임상이 진행 중이죠. 나아가 백신 역시 경구형으로 개발할 전망입니다.

현재 진행 단계가 가장 앞선 건 먹는 코로나19 백신입니다. 이미 백신 개발을 완료한 업체와 파트너십을 맺었습니다. 이 회사의 백신을 받아 이를 먹는 약으로 하는 데 성공한 것이죠. 이 제품을 갖고 임상에 곧 돌입합니다. 회사 측은 1~1년 반 안에 개발에 성공할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삼천당제약은 오는 5월 28일 마감인 전염병대응혁신연합(CEPI)의 개발 비용 사업에 컨소시엄을 구성해 도전할 계획입니다. 컨소시엄엔 서너 개 업체가 참여할 예정입니다. 지원 결과는 2~3개월 뒤에 받는다고 합니다.

올해 안에 코로나19 백신 임상은 CEPI 지원 여부와 관계없이 시작할 계획입니다. 전임상에서 주사제와 동일한 원료를 넣어도 비슷한 수치의 면역반응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특히 별도의 면역증강제를 넣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부작용이 줄어든다는 설명입니다.

임상 비용은 3000억 원 정도가 드는데요, 현재 컨소시엄 참여 업체들이 이 비용을 대는 방향으로 논의가 되고 있습니다. 특정 국가에서 판매독점권을 주는 대신 임상 비용을 지원받는 겁니다. 이 회사의 S-PASS 기술력을 인정받아 큰 규모의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죠. 먹는 백신은 코로나19를 시작으로 독감과 자궁경부암, 폐렴 구균 백신으로 다양화할 계획입니다. 이미 여러 백신 회사에서 공동 개발 제안을 받았습니다.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도 속도

삼천당제약의 주력 파이프라인 중 하나는 황반변성치료제 아일리아(성분명 애플리버셉트)의 바이오의약품 복제약(바이오시밀러)입니다. 글로벌 물질 특허가 끝나는 2025년에 맞춰 물질을 개발 중입니다. 현재 560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3상이 진행 중입니다. 임상 환자수는 황반변성 바이오시밀러 가운데 가장 많습니다.

그러나 이 제품에 대한 판권 계약이 늦어지면서 주가가 부진한 상황입니다. 삼천당제약은 일본 다케다그룹 계열사인 센주제약과 독점판매권 및 공급계약을 4220만 달러(약 470억 원)에 체결했습니다. 시장이 더 큰 유럽 시장이 문제입니다. 곧 나올 것 같았던 유럽 계약이 늦어진 겁니다. 전 대표는 “우리의 문제가 아닌 판권 이전을 원하는 유럽 A사가 양해를 구해왔다”고 설명합니다.

사정은 이렇습니다. 아일리아와 함께 황반변성 치료제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한 경쟁 제품의 물질특허가 유럽에서 2022년 7월 만료 예정입니다. A사는 두 품목에 대해 바이오시밀러 판권을 모두 보유하고 싶은데, 이 계약을 동시에 체결하고 싶다고 전해왔습니다.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계약을 먼저 체결할 경우 해당 경쟁 제품의 바이오시밀러 판권 이전이 더 어려울 수 있다는 게 A사의 의견이었습니다.

전 대표는 “일본 센주제약과 계약을 체결하는 데에만 2년 9개월이 걸렸다”며 “아직 판매 개시까지 시간이 있는 만큼 시간을 갖고 계약을 맺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김우섭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5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