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완치자와 백신 접종자 [여기는 논설실]

사진=연합뉴스
백신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면서 가뜩이나 백신 공급 부족으로 지지부진한 백신 접종률이 당분간 크게 오르기는 힘들게 됐다. 15일 기준 백신접종률은 7.2%, 2차까지 접종을 완료한 비율은 고작 1.5%에 불과한 실정이다. 한국리서치가 지난달 27~29일 18세 이상 1000명을 조사한 결과 백신을 맞겠다는 비율은 61.4%였다. 지난 3월(68.0%)은 물론 지난해 7월(87%)과 11월(83%)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에 백신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진 탓이다. 정부가 백신 부작용과 관련 "자료가 충분하지 않아 인과성 검증이 어려운 경우에도 최대 1000만원의 의료비를 지원하겠다"며 독려에 나섰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 지는 의문이다. 정부는 백신 접종을 모두 마치고 항체형성기간(2주)이 지난 예방접종완료자에 대해 자가격리 면제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또 확진자와 접촉하거나 해외에서 귀국해도 자가격리 대신 능동감시 대상으로 분류된다. 여기에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은 백신을 맞은 사람에게는 5인 이상 집합금지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여기에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것은 코로나 완치자에 대한 배려다. 아직 정확한 통계나 데이터가 확립된 것은 아니지만 코로나 완치자는 최소 6개월 가량은 코로나에 면역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완치자중 일부는 몸에 항체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는 검사를 해보면 알 것이고 어쨌든 대부분의 완치자는 일정 기간 백신 접종자와 같은 코로나 저항력을 갖는 것은 분명하다. 영국 공중보건국에 따르면 완치자의 면역력은 화이자 백신과 비슷하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보다는 훨씬 뛰어나다고 한다.

그렇다면 자가격리면제나 집합금지 예외 대상에 완치자도 포함하는 방안도 함께 고려해보면 어떨까 한다. 우리 사회는 유독 코로나에 걸린 사람에 가혹하다. 직장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도 있고 주변 사람들도 "뭔가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은 것 아니냐"는 비난을 듣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도 100% 감염경로가 알려지지 않는 코로나는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걸릴 지 알 수 없고 코로나에 걸린 사람은 어떻게 보면 억울한 희생양일 뿐이다.

그런데도 한국에선 자신이 확진자나 완치자라는 걸 가급적 숨기려 들고 주변 사람들도 마뜩지 않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는 명백히 잘못된 것이고 코로나 대응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그런 점에서 정부는 백신 접종자와 사실상 다르지 않는 코로나 완치자에 대해서도 해외 여행이나 귀국시 자가격리 면제 등 합당한 조치를 취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코로나 완치자에 대한 추적 조사에도 보건 당국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외국에서는 완치자에 대한 추적 조사 연구 결과 등이 종종 발표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그런 연구 결과를 들어본 적이 없다. 코로나와 같은 전염병은 인종에 따라 면역반응에서 많은 차이가 난다. 동아시아인이 코로나에 대항하는 면역유전자가 있어서 코로나 감염과 사망에서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연구 결과도 최근 나왔다. 따라서 외국 사례만 들여다 볼 게 아니라 한국인 완치자를 대상으로한 독자적인 추적 연구는 반드시 필요하다.

보건당국은 완치자 중 몇%가, 얼마나 오랜 기간 면역력을 유지하는지, 재감염률은 어느 정도인지 등에 대한 정밀 추적조사를 실시하고 그 데이터를 공유할 필요가 있다. 최근 외국의 연구결과는 코로나 백신의 면역력도 결국 한시적인 것이고 독감처럼 매년 백신을 맞아야 할 지도 모른다는 쪽으로 모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백신 접종자나 완치자나 사실상 거의 차이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도 있다.

12만명에 육박하는 국내 완치자들에 대한 신뢰성 있는 데이터가 모아진다면 집단면역을 오직 백신 접종자 확대에서만 찾으려고 발버둥치는 정부의 노력도 그만큼 덜어질 수 있다. 코로나 완치자들이 알게 모르게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정부가 적극 나서고 그들에게 백신 접종자와 같은 일부 면제 혜택을 주는 방안은 여러모로 유용하고 충분히 검토할 가치가 있다.

김선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