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삼성 '20조+α' 중대 결단 나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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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정부와 '보폭' 맞추는 TSMC반도체 업계의 관심이 오는 21일 한미정상회담 전후로 발표될 가능성이 있는 삼성전자의 미국 투자 계획으로 쏠리고 있다.
투자 앞두고 있는 삼성 입장에선 '부담'
시스템반도체 38조 추가 투자하기로 한 삼성
美서도 20조 넘는 투자 계획 나올 수 있어
미국 정부가 반도체를 '전략 물자'로 보기 시작하면서 미국 기업들이 공급망 확대를 위해 똘똘 뭉치고 있는 데다,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경쟁사인 대만 TSMC 마저 미국 정부와 '밀월' 관계를 강화하는 등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입지가 변곡점을 맞고 있어서다.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13일 삼성 평택캠퍼스에서 열린 정부의 'K-반도체 전략 보고회'에서 "지금 대한민국의 반도체 산업은 거대한 분수령 위에 서 있고 대격변을 겪는 지금이야 말로 장기적인 비전과 투자의 밑그림을 그려야 할 때"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김 부회장이 말한 분수령은 미국 정부가 반도체를 안보적 이슈로 바라보기 시작하면서 삼성도 이와 관련된 선택을 더이상 미룰 수 없다는 얘기"라고 해석했다.
이 때문에 미국에 약 170억달러(약 20조원) 투자를 검토 중인 삼성전자의 결정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달 12일 미국 백악관이 개최한 반도체 공급망 점검을 위한 1차 회의 전 인텔은 200억달러의 미국 내 투자를 발표했으며, 회의 후에는 차량용 반도체 제조에 직접 나서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9개월 안에 반도체를 자동차 회사에 공급하겠다고 선언까지 했다.대만 기업인 TSMC도 120억달러를 추가 투입해 미국 애리조나 파운드리 공장에 3년 내 라인 5개를 더 추가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여기에 더해 TSMC는 전날 미국 정보기술(IT) 및 반도체 기업들의 연대인 미국반도체연합(SAC)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국 정부와 '밀월' 관계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SAC는 최근 정부에 500억달러 규모의 반도체 산업 지원금을 제공하라 촉구하는 등 표면적으로는 로비단체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나 이면에는 미국 정부의 반도체 전략에 보폭을 맞추기 위한 연대로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재계에선 삼성전자로서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 임박했다고 보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당초 예정됐던 금액에서 '+α 계획'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삼성전자가 전날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에 38조원을 추가 투자해 총 171조원을 집행하기로 하는 등 국내 투자를 발표한 것과 동시에 조만간 발표할 미국 투자에 대한 계산도 함께 끝냈을 것이란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 내 건설 예정인 두 번째 파운드리 공장과 관련해 텍사스 오스틴을 후보지로 놓고 텍사스 주(州) 및 오스틴시와 인센티브 조건 등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