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이코노미] 아마존의 폭발적 성장 비밀은 따로 있었다

디지털 경제 읽기
(7) 디지털 전환 전략

온라인 서점서
마켓플레이스로 급성장

고객에 플랫폼 제공 위해
클라우드 서비스 시작
핵심 역량 지렛대로 영역 확장
전화는 1876년 등장했다. 이후 1억500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할 때까지 89년이 걸렸다. 같은 수의 사용자를 확보하는 데 흑백 TV는 38년이 걸렸고, 가방에 넣기도 어려울 만큼 컸던 초기 휴대폰은 14년이 걸렸다. 그러나 오늘날 소프트웨어나 스마트기기는 1억5000만 명에게 확산하는 데 1년이 채 걸리지 않는다.

디지털경제 대비하는 전형적인 방법들

수닐 굽타 하버드경영대학원 석좌교수는 엄청난 속도로 다가오는 디지털 물결에 기업이 반응하는 형태를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한다.첫 번째 유형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비용을 절감하고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반응이다. 분명 디지털 툴은 효율성 측면에서 효과적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은행이 지점 수를 줄이고 모바일 뱅킹으로 전환하는 효율을 추구한다고 해도 알리바바와 같이 생각하지도 못했던 금융서비스가 등장할 경우 비용 효율을 추구하는 전략은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두 번째 유형은 빠른 변화로 인한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하겠다는 반응이다. 실제 많은 기업이 크고 작은 내부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뚜렷한 결과가 없다. 독일 헨켈 기업의 회장은 내부에서 약 200개의 신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음을 발견했지만 의미 있는 진전을 찾지 못했다.

세 번째 유형은 크고 느린 배인 대기업은 혁신에 적합하지 않으니 작고 빠른 배를 만들어 혁신을 장려한다는 반응이다. 대기업 내부의 관료주의로 신기술의 도입과 혁신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한계 극복을 위해 직원을 선발해 실리콘밸리로 파견 보낸다. 하지만 아무리 특출난 자원이 실리콘밸리의 문화를 배워온다 한들 변화의 싹을 틔울 수 없다. 진정한 변화는 크고 느린 배가 움직일 때 발생하기 때문이다.

모두 알지만, 제대로 모르는 아마존 전략

어떤 전략을 채택하든 핵심은 그간 쌓아온 핵심 역량에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대한 적응도 핵심 역량을 유지하면서 시도돼야 한다. 문제는 핵심역량과 다가올 미래에 필요한 역량 사이에 갭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이 갭을 메울 방법을 찾는 것이 디지털시대 경영 전략의 핵심이다.

아마존의 시작은 온라인 서점이었다. 서점에 가지 않아도 수많은 종류의 책을 저렴하게 제공하겠다는 목표에서 시작했다. 고정비용이 없었기에 가능한 비즈니스였다. 이후 아마존은 책을 넘어 다양한 상품을 거래하는 마켓플레이스로 진화한다. 아마존에서 다양한 물건을 팔 수 있도록 공간을 제공한 것이다. 많은 수요자는 많은 공급자를 불러왔고, 다양한 상품이 아마존 플랫폼에서 거래되자 더 많은 수요자가 몰렸다.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는 저비용 구조로 시작된 이런 선순환을 ‘플라이휠 효과’라고 불렀다. 이후 아마존이 월마트보다 커졌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오늘날 아마존의 주 수익원인 아마존웹서비스(AWS)라는 클라우드 사업을 시작한 이유는 자세히 알지 못한다. AWS 등장으로 기업은 모두 사용하지도 않는 대규모 서버를 계약하는 대신 사용한 만큼만 비용을 지급하는 것이 가능해져 불필요한 지출을 아낄 수 있었다. 아마존은 클라우드 사업 성공으로 오늘날 월마트가 아닌 IBM이나 마이크로소프트(MS)와 경쟁하고 있지만, 도입 초기 AWS는 핵심 역량에서 벗어난 사업이라고 비판하는 의견도 존재한다. 하지만 AWS 역시 아마존의 중요한 핵심 역량이다. 수많은 수요자와 공급자가 아마존 플랫폼에 모이고, 이들이 원활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표준화된 서버와 플랫폼을 제공하다 보니 이 자체로 비즈니스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내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견한 것이다. 핵심 역량이 클라우드라는 분야로 확대되자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도 시작할 수 있었다. 이런 서비스로 소비자가 더 큰 만족감을 느끼자 아마존 플랫폼에 대한 의존도는 더욱 높아졌다.

디지털역량으로 재창조되는 핵심 역량

김동영 KDI 전문연구원
오늘날 살아 숨 쉬는 모든 것은 진화와 생존의 산물이다. 이는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전면적인 변화가 아니라 적응이 최상의 결과를 가져온다는 의미다. 구체적으로 비즈니스 영역에서 적응이란 자신의 기존 핵심 역량을 지렛대 삼아 새로운 영역을 유연하게 개척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버의 공세에 아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던 택시업계는 도태됐지만, 디지털 툴을 받아들이고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한 기존 택시업체는 살아남았다. 디지털 시대에는 모든 것이 서비스화된다. 기존 제품도 기존 서비스도 다른 서비스로 전환돼야 한다. 흔히 이때 유의미한 전환이 되기 위해서는 미래를 예측하는 상상력이 가미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상상력이란 미지의 세계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디지털로 변화된 환경 속에서 핵심 역량을 지렛대로 어떻게 하면 소비자 니즈를 충족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이는 디지털 시대의 전략이 아닌 모든 시대에 적용되는 영원한 법칙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날의 모든 디지털 전환은 그저 ‘현대화’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