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성場 '방패' 내수주가 뜬다

음식료·통신·의류주 등 연일 강세

인플레 우려에 불확실성 확대

SPC삼립, 이달 25% 올라
풀무원 24%·한섬 11% 상승

"물가상승은 수요확대의 결과
의류주에는 기회 될 수도"
Getty Images Bank
음식료·통신·의류주 등 내수주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는 성장주 질주에 가려 있었지만 올해 인플레이션 우려로 증시가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는 사이 방어주로 부상했다. 금리 상승 우려에서 비교적 자유롭고, 꾸준한 실적 개선이 기대되자 매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증권가에선 당분간 증시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안정적 실적에 금리 상승 타격이 덜한 이들 업종에 주목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변동성에도 꾸준한 음식료·통신株

이달 들어 14일까지 코스피지수의 일일 변동폭(고가와 저가 비교)을 조사한 결과, 코스피지수는 하루 평균 47.52포인트 움직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달에는 하루 평균 28.33포인트 움직였다. 전달 대비 시장 변동성이 급격히 높아졌다는 얘기다.

인플레이션 우려 때문이다. 유가 철광석 구리 등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경제 정상화로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정부가 유동성을 죄면 주식시장에는 악재다. 미국에서는 인플레이션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12일 발표된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작년 대비 4.2% 올랐다. 시장은 이 발표에 요동쳤다. 시장은 요동쳤지만 종가 기준 코스피지수는 이달 들어 5.46포인트(0.17%) 오르는 데 그쳤다. 좁은 박스권이라고 할 수 있지만 내용적으로는 변동성에 시달렸다는 얘기다.이런 시장에서 음식료·통신주는 괜찮았다.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 음식료 업종은 8.68%, 통신 업종은 6.47% 올랐다. 전기전자 업종이 3.12% 내리고 화학 업종이 2.07% 하락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개별 종목으로 보면 풀무원이 이달 들어 23.70%, SPC삼립이 25.04% 올랐다.

○시총 상위 종목 약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화학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이 대거 포함돼 있는 전기전자·화학 등 업종은 약세를 보였다. 일각에서는 국내 시장을 대표하는 종목이 약세를 보인 것은 그만큼 시장 전반에 대해 외국인과 기관이 불투명하게 보고 있다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런 시장에서 실적을 바탕으로 방향성이 확실해 보이는 음식료·통신 업종은 방어주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안소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발표되는 경제지표는 해석의 여지가 많고 시장 방향성이 뚜렷하지 않아 종목 선택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음식료·통신 같은 업종은 시장 방향성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특징을 갖고 있는 데다 실적도 좋다 보니 안전한 방어주 성격으로 주목받고 있고, 밸류에이션 측면에서도 여전히 매력이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실적 반등에 주목받는 의류株

불확실한 시장 속에서 주목받는 또 다른 업종은 의류 업종이다. 섬유의복 업종지수는 이달 들어 4.99% 올랐다. 의류 업종 역시 시장 불확실성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내수 회복, 중국 시장 확대에 대한 기대까지 더해 주가가 강세를 보였다. 개별 종목으로 보면 이달 들어 한섬과 한세실업이 각각 10.82%, 12.91% 올랐다.

실적도 잘 나오고 있다. 경제가 재개되며 옷을 사려는 수요가 증가한 까닭이다. 지난 7일 발표한 한섬의 1분기 영업이익은 452억원으로, 작년 대비 54.5% 증가했다. 이는 증권가 컨센서스인 356억원을 25% 이상 웃도는 수치였다.

한세실업도 1분기 영업이익이 증권가 컨센서스(117억원)를 크게 웃도는 295억원을 기록했다. 의류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ODM(제조업자개발생산) 업체인 한세실업은 미국 경제 회복 수혜까지 봤다는 평가다.물가 상승이 의류 업종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물가 상승이 공급망 문제에 의한 게 아니라면 수요 증가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추가 매출 증가가 가능하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소비자물가 상승은 수요 확대가 반영된 결과”라며 “공급 병목 현상에 의한 물가 상승이 아닌 품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으며 의류 업종이 이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