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부회장과 제이릴라는 전혀 닮지 않았다

한경 CMO Insight

전주언 안양대 교수의 「1분 마케팅」
캐릭터와 브랜드 퍼스널리티
전주언 안양대 교수
2021년 어린이날을 맞이해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자신을 쏙닮은 ‘제이릴라’ 캐릭터를 향한 독설을 올렸다.

“아니 얘는 나 디스하는거까지 모자라서 애들까지 고릴라로 만들고 있네”라 쓰고 “너무나 짜증나는 고릴라 x끼”라며 본인은 제이릴라와 닮지 않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제이릴라는 신세계푸드가 이마트로부터 소유권을 가지고 온 캐릭터로 정 부회장의 영문 이니셜 ‘제이(J)’와 고릴라의 ‘릴라’를 합성해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세계푸드뿐만 아니라 국내 많은 기업들은 소비자들에게 친근한 이미지를 전달하기 위해 다양한 캐릭터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현장에 있는 마케터들은 이제 우리 회장님을 닮은 캐릭터를 새로 만들어야 하나 고민에 빠지고 만다.

캐릭터에 관심이 많은 MZ세대들을 공략하기 위해 마케터들은 자사의 브랜드를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는 캐릭터 개발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제이릴라처럼 귀엽고 친근한 캐릭터를 개발하면 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제이릴라와 정용진 부회장(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인스타그램)
브랜드 캐릭터는 해당 브랜드를 의인화시켜 고유의 브랜드 퍼스널리티(brand personality)를 구축시키는 역할을 담당한다. 브랜드 퍼스널리티는 브랜드에 대해 소비자들이 인식하는 인간적 특성으로 정의되는데, 이러한 특성에는 성별 혹은 나이와 같은 인구 통계적 특징과 성격 특질 등이 있다.

소비자들이 지각하는 브랜드 퍼스널리티는 해당 브랜드에 대한 감정적 결합 유형인 소비자와 브랜드 간의 동일시(brand-self identification)로 이어져, 브랜드 자산(brand equity)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정용진 부회장을 전혀 닮지 않은(?) 제이릴라를 접한 소비자들은 단순히 친근함을 넘어 신세계푸드 제품에 감정적 동일시를 경험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신세계푸드의 마케팅 목표일 것이다.브랜드 퍼스널리티는 브랜드 젠더(brand gender)를 기준으로 여성적 브랜드 퍼스널리티(female brand personality: FBP)와 남성적 브랜드 퍼스널리티(masculine brand personality: MBP)로도 구분이 가능하다. 흥미로운 점은 소비자들에게는 전혀 새로운 혁신 제품의 경우 여성적 브랜드 퍼스널리티가 투영된다면 보다 친근하고 호의적으로 인식해 제품수용이 보다 쉽게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시중에 나와 있는 AI 스피커의 음성 어시스턴트는 대부분 여성 목소리로 설정되어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이해가 쉽다.
미쉐린의 비벤덤 초기와 현재(guide.michelin.com)
최근에 소개되고 있는 캐릭터들은 하나같이 친근함, 귀여움, 그리고 재미 등을 강조하고 있다. 즉 착한 성격의 캐릭터들 밖에 없다. 그래서 필자는 캐릭터 간에 개성이 없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봤다. 하긴 120여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미쉐린의 캐릭터 비벤덤(Bibendum)도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사랑받기 위해 수많은 성형을 거치기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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