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켓팅'이 따로 없었다…'내돈내산' 스타벅스 쿨러 구입기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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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안의 화제' 스타벅스 쿨러 언박싱매번 품절 대란을 빚는 스타벅스 굿즈를 온라인몰에서 구매하려니 '피켓팅('피 튀기는 티켓팅'이란 뜻의 속어)'이 따로 없었다.
스타벅스, SSG닷컴서 e프리퀀시 굿즈 판매 첫날
고객 10배 몰려 '시스템 마비'
신세계그룹 통합 온라인쇼핑몰 SSG닷컴이 스타벅스 e프리퀀시 굿즈(증정품) 판매를 시작한 지난 13일 오전 10시. 기자도 미리 로그인한 SSG닷컴 애플리케이션(앱)에서 '대기' 타고 있었다. 10시 정각이 되자마자 스타벅스 탭을 눌러 뜬 e프리퀀시 상품란에 들어가 '쿨러'를 터치하기까지는 좋았다.쿨러를 장바구니에 담으며 마음을 놓은 게 문제였을까. 그때부터 문제가 시작됐다. 접속자가 몰리면서 SSG닷컴 앱 시스템이 마비된 것이다.
스타벅스 쿨러, 장바구니 담았더니 '접속 마비'
발단은 기사를 쓰기 위해 들여다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였다. 줄줄이 올라온 '인증샷'을 둘러보다 보니 쿨러 제품이 눈에 밟혔다.마침 SSG닷컴에서 이번에 처음으로 스타벅스 e프리퀀시 굿즈를 판매한다는 소식에 귀가 솔깃했다. 굿즈를 얻기 위해 스타벅스에서 17잔 음료를 마시는 것보다 e프리퀀시 굿즈를 간편하고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매크로가 난무하는 아이돌 티켓팅도 아닌데 쿨러 한 개 구입은 그렇게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왕년에 친구 부탁을 받아 아이돌 그룹 티켓팅에 참전했던 기자다. 자신만만하게 앱을 켰다.
SSG닷컴에 들어가 장바구니에 쿨러를 담은 오전 10시4분께까지는 순조로웠다. 장바구니에서 진행 중임을 뜻하는 노란 트럭 표시가 없어지지 않자 다시 장바구니 아이콘을 누른 게 잘못이었다. '네트워크 오류 안내' 메시지가 떴다. 와이파이에 문제가 생겼나 싶어 휴대폰을 모바일 데이터 접속 모드로 전환하고 다시 장바구니 아이콘을 눌렀지만 같은 메시지만 떴다. 그 다음엔 홈페이지 에러 메시지가 떴다.시스템이 마비됐구나. 이제는 장바구니와 쿨러가 문제가 아니었다. 접속 장애를 알리는 기사를 썼다. 그 와중에 10시20분께 들여다본 앱은 접속은 됐지만 장바구니는 여전히 열리지 않았다. '사이트 점검 안내' 메시지만 떴다. 기사를 마감하고 나니 시간이 많이 흘렀다. 이미 품절일 듯해 입맛이 썼다.SSG닷컴에 문의하니 평소의 10배가 넘는 고객이 몰려 일시적으로 접속 장애가 발생했다고 했다. 평소에 굿즈에 큰 관심 없는 기자까지 줄을 섰으니, 아이돌 콘서트 예매전쟁 못지 않았으리라 싶었다.
오전 11시가 넘어 다시 앱을 켜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장바구니에 들어갔더니, 스타벅스 쿨러가 고이 담겨 있었다. 마음이 다시 급해졌다. 쿨러 하나만 주문하려니 배송비를 내야 한다. 장바구니에 담겨 있던 아무 상품이나 눌러 4만원을 채웠다. 결제창으로 넘어가는 사이에 품절되면 어쩌나 마음을 졸였다. 5~6초 만에 넘어간 곳은 배송 시간 선정이다. 배송 시간을 누르니 또 '일시적 오류 발생' 메시지가 떴다. 시간을 설정하고 결제를 마쳤더니 다시 오류 메시지로 전환됐다. 험난한 과정을 되풀이하려니 도저히 엄두가 안 나던 참에 카카오톡으로 SSG닷컴의 '결제완료' 메시지가 떴다. SSG닷컴에 따르면 11시20분께 준비물량이 전체 소진됐다고 한다. 기자가 막차를 탄 셈이었다.그날 저녁, 집 앞으로 온 쿨러가 '쓱' 배송됐다. '오션 블루' 색상 쿨러의 언박싱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슬그머니 '서니 핑크'색 쿨러가 궁금해지는 게 문제라면 문제였다.
1차 판매에 기회를 잡지 못했다면 오는 27일까지 이어지는 추가 판매전을 노려봄직하다. SSG닷컴은 20일과 27일 오전 10시에 각각 2차, 3차 판매를 순차 진행할 계획이다. SSG닷컴 관계자는 향후 2~3차 판매 시점에는 고객 불편이 일어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했다.
스벅 17잔 마시는 대신…SSG닷컴·레스케이프 패키지서도
올해는 스타벅스 e프리퀀시 굿즈 '득템처'가 예년보다 한층 늘었다.e프리퀀시행사는 스타벅스가 매년 여름과 크리스마스 시즌에 진행하는 행사다. 미션 음료 3잔을 포함한 총 17잔의 제조 음료를 구매해 e프리퀀시를 완성한 스타벅스 회원 고객을 대상으로 사은품 1종을 증정한다.
올해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신세계그룹 계열사들과 e프리퀀시 굿즈를 중심으로 다각도로 협업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올 여름 처음으로 계열사 SSG닷컴에서 별도 판매를 시작했다. 신세계그룹 계열 부티크 호텔 레스케이프 역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스타벅스 굿즈 마케팅에 나섰다.레스케이프는 지난해 선보인 레디백(다용도가방) 등 스타벅스 e프리퀀시 굿즈 증정 호캉스(호텔+바캉스) 패키지에 이어 올해도 유사한 패키지를 내놨다. 조선호텔앤리조트에 따르면 레스케이프는 도시 속 감성 캠핑을 콘셉트로 '서머 에디션: 데이 브레이크 & 칠 나이트'를 오는 15일부터 8월31일까지 운영한다.
스타벅스 e프리퀀시 굿즈는 매년 화제가 된다. 특히 지난해 굿즈 중 레디백은 품절 대란을 빚었다. 올해도 첫날부터 소비자들의 굿즈 인증샷과 리셀러의 재판매가 쏟아졌다.
올해 굿즈 중에서는 쿨러 가격이 높게 형성됐다. 인기가 높은 핑크색 쿨러의 경우 9만원 안팎에서 가격대가 형성됐고 최고 15만원까지 부른 판매자도 눈에 띄었다. 랜턴의 경우 개당 7만~8만원대에 팔겠다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자 스타벅스는 올해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모바일 예약 시스템’을 도입하는 한편, 1인당 기간별 예약 개수를 제한하기로 했다. 여기에 더해 행사 기간에 매장 오프라인 음료 주문을 1인1회 최대 20잔으로 제한했다.
지난해 '레디백 대란' 당시 고객들이 굿즈를 받기 위해 대량으로 음료를 주문한 사례의 재현을 막기 위해서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해 서울 여의도동 소재 한 스타벅스 매장에서는 당시 행사상품인 레디백을 받기 위해 한 고객이 제조음료 300잔을 주문한 사례가 있었다. 당시 그 고객은 레디백 17개와 음료 한 잔만 갖고 매장을 떠나 두고두고 회자됐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스타벅스는 매년 커피전문점뿐 아니라 외식업계 굿즈 유행을 선도하는 경향이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캠핑 관련 굿즈가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