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 하나 사서 60만원 벌었어요"…샤넬 리셀러의 하루 [안혜원의 집에서 돈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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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돈벌기 1]
샤넬 매장에 몰린 투잡러
명품시장 역대급 호황
매장 개장 2시간 전 70~80명 긴 줄
"돈 있어도 가방이 없다" 아우성

샤넬 ‘오픈런’(open run) 취재를 위해 이날 ‘줄 서기 알바’를 하는 김해나 씨(34·가명)를 만났습니다. 최근 언택트 시대를 맞아 보복소비가 상당히 늘어나면서 샤넬 등 명품 가방에 대한 구매 욕구도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이 덕에 전국 각지의 샤넬 매장에선 오전시간에 매장 앞을 집중적으로 줄 서기 알바를 하는 ‘프리랜서’도 생겨났습니다. 주부나 학생 등 비교적 여유 시간이 많은 사람들이 많지만, 직장을 다니며 오픈런을 뛰는 투잡러들도 적지 않습니다.IT회사를 다니는 해나 씨도 오픈런 투잡러입니다. 해나 씨네 회사는 출근 시간이 자유로운 편입니다. 더군다나 최근엔 재택 근무를 하게 되면서 오후 근무를 택한 해나 씨의 오전은 온전히 개인 시간이 되었습니다. 해나 씨는 최근 오픈런 알바를 하면서 시간당 1만원에서 1만2000원가량을 벌고 있습니다. 그는 “1등 자리를 맡으러 나올 경우엔 하루에 8만~9만원 가량을 번다”고 소개했습니다.
해나 씨는 줄 가장 끝으로 가 캠핑용 의자를 능숙하게 펼치더니 자리에 앉았습니다. 그는 “가장 첫 번째 자리에 줄을 서려면 새벽 3~4시엔 와야한다”며 “적어도 오전 7시엔 도착해야 10번대 대기표를 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해나 씨는 “오늘은 수요일이라 그런지 비교적 사람이 적은 편”이라며 “보통 이 시간 정도엔 100명~150명 가량은 줄을 서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리셀러들은 하루에 두세개 매장을 돌며 눈에 보이는대로 인기 상품들을 사들입니다. 예컨대 압갤(압구정 갤러리아백화점)에 아침 일찍 도착해 대기번호를 걸어놓고 도보 10분 거리의 압현(압구정 현대백화점)에 들러 대기 등록을 한 다음, 또 가까운 거리의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로 가 다시 줄을 서는 식입니다. 시간이 남으면 잠실 롯백(롯데백화점 에비뉴엘 월드타워점)까지 들를 수 있다고 합니다.이날 현장에서 만난 2년차 리셀러 고모 씨(28)는 “가방 하나 당 50만~60만원, 지갑 하나 당은 10만~15만원의 웃돈을 받고 팔 수 있다”며 “인기가 많은 백을 ‘득템’할 경우 현금으로 프리미엄을 챙기는 것은 물론 백화점 구매 실적을 쌓아 VIP 대접도 받을 수 있다”고 자랑했습니다. 고 씨는 롯데백화점 상위 0.5% 수준의 우수 고객(MVG) 입니다.
이 리셀러들이 되파는 샤넬 제품들이 얼마나 많았던지 주로 거래가 이뤄지는 한 중고 거래 커뮤니티에선 현재까지 샤넬 가방 새제품만 판매한다는 글이 1200개 가량 올라와 있습니다. 이들 덕분인지 백화점들은 올 1분기 ‘초역대급’ 매출을 연일 발표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한해 7만명이 넘는 자영업자들이 빚을 내며 버티다 끝내 폐업의 길로 들어서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분위기입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