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듣고, 맡는 음악…전시관 연 하이브 '용산 랜드마크' 될까 [연계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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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의 연계소문]
연(예)계 소문과 이슈 집중 분석
하이브, 14일 전시관 '하이브 인사이트' 오픈
복합문화공간 표방…체험형 전시 주력
프로듀서·아티스트 음악 이해도 높이는 구성
전시 관람 마치며 뮤지엄숍으로 연결
하루 1000명 예약 가능, 재방문율 관건

그간 수많은 연예 기획사들이 강남구에 둥지를 틀면서 오랜 시간 강남 일대는 K팝 관광의 성지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JYP가 강동구 성내동으로, YG가 마포구 합정동으로 각각 사옥을 옮겼다. SM 또한 성동구 성수동으로의 이전을 예정하고 있어 대형 엔터사들의 '탈 강남화'가 뚜렷해졌다. 그 가운데 하이브는 '용산시대' 개막에 앞장섰다.용산에 자리를 잡은 하이브가 제일 먼저 선보이는 것은 음악을 매개로 한 전시와 체험 등을 즐길 수 있는 뮤지엄 '하이브 인사이트(HYBE INSIGHT)'다. 100% 사전예약제로 운영되는 이 공간은 입장 회차를 20번으로 나눠 50명씩, 하루에 총 1000명까지 수용한다. 하이브의 지하 1, 2층에 걸쳐 설계됐으며 약 1406평의 규모를 자랑한다.
위치한 곳은 '번화'한 느낌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도심의 한 가운데에 자리했지만, 거리 곳곳에서 한적한 기운이 느껴진다. 우뚝 솟아있는 하이브의 자태가 단번에 눈에 들어오지만 순간 생소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아니나 다를까 잠깐 머문 인근 카페에서 한 손님은 "저기는 대체 무슨 건물이냐"며 관심을 보였고, 사장은 "방탄소년단 회사다"고 말했다.
과연 '하이브 인사이트'는 매일 1000명의 팬들을 불러들이며 용산의 '랜드마크'로 거듭날 수 있을까. 그 내부를 들여다봤다.
◆ 내 가수는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음악을 만들까?
전시관 입구에서는 빛과 사운드의 조화로 뮤지엄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효과를 느껴볼 수 있다. 하이브는 이를 '포털'이라 명했다. 하이브의 음악 세계로 진입하는 '포털'이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현실과 분리된 또 다른 세계로 발을 들이는 느낌이 입구부터 강한 몰입감을 준다.
프로듀서, 아티스트가 떠올린 영감이 하나의 서사, 즉 스토리로 구현되는 창작의 과정도 엿볼 수 있다. 실제 방시혁이 책을 읽다가 영감을 얻어 써 내려간 메모 내용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데미안', '사랑의 기술', '융의 영혼의 지도' 사이사이에 직접 밑줄을 긋거나 간단한 생각을 썼다.
관람 말미 메아리 같은 울림이 이어지는 잔향실과 소리의 울림이 사라지는 무반향실로 구성된 공간을 마련해 대조되는 두 공간을 경험하며 음악의 여운을 느끼도록 한 점도 인상적이다. 모든 전시관 관람이 끝나면 아티스트 굿즈를 구매할 수 있는 뮤지엄샵과 연결된다.
◆ 벽이 열리면 하이브 세계가…탄탄한 구성·높은 공간 활용도
3, 2, 1…카운트다운과 함께 열린 '하이브 인사이트'는 다채로운 구성과 창의적인 공간 활용으로 관람의 재미를 한층 끌어올린다. 여러 섹션으로 나뉜 전시 공간은 소리, 춤, 스토리라는 키워드 안에서 유기적인 흐름을 갖는다. 이를 효과적으로 살리기 위한 공간의 '연결'도 인상적이다.특히 눈길을 끈 것은 지하 2층의 마지막 전시 공간인 '하이브 뮤직'이다. 하이브 측 역시 해당 전시를 '하이라이트'라고 표현했을 정도다. '하이브의 음악을 만나다'라는 주제로 풀어낸 지하 2층과 '다양한 음악의 힘을 경험하다'라는 콘셉트를 지닌 지하 1층이 이 공간에서 만난다.
관람을 마치고 나면 하이브가 추구하는 음악향(向)에 한층 가까워졌다는 생각이 든다. 오락적(amusement) 측면보다는 전시의 의미가 강하다. 체험형 구성 또한 보고, 느끼며, 습득한다는 느낌이 크다.
앞서 K팝 팬 복합문화공간으로는 SM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코엑스아티움을 선보였던 바 있다. 두 곳 모두 복합문화공간을 표방하지만 공연, 샵, 카페, 전시, 체험 공간을 두루 두었던 SM과 달리 하이브는 전시에 주력한다. 또 아티움은 개방형 공간이었지만 하이브는 사전예약제로 운영되는 전시관으로 정제된 느낌도 강하다. 아티움은 팬들에게 '만남의 장소'라는 상징적 개념이 커 팬 결속력을 다지는 역할을 했던 반면, '하이브 인사이트'는 전혀 다른 구성을 취해 지속적으로 팬들을 유입시킬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하이브 레이블 아티스트들을 한 데 모은 전시지만, 비중에 있어 일부 팬들은 아쉬움을 느낄 측면도 있어 이는 차차 보강해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 하루 1000명 제한…재방문율도 관건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