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실종 의대생 친구 A, 지금까지 침묵한 까닭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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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씨 친구 A 측 변호사서울 한강공원에서 실종된 뒤 숨진 채 발견된 의대생 손모(22)씨의 친구 측이 많은 의혹에도 말을 아낀 이유를 밝혔다.
"해명은 유족과 진실공방, 도리 아냐"
"억측과 오해, 수사결과 나오면 해소될 것"
서울 한 사립대학 의대 본과 1학년 재학중이었던 손 씨는 지난달 25일 새벽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된 뒤 연락이 두절됐다. 이후 닷새 만인 지난달 30일 오후 3시50분께 실종장소인 반포한강공원에서 민간구조사에 의해 숨진 채 발견됐다.지난 15일 방송된 MBC '실화탐사대'에서 손 씨 부친은 "3시 30분 부터 친구 A가 혼자 나온 4시 30분까지 그때 아들이 빠진거다. 그게 어떻게 들어갔는지 모르는 것"이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친구와 술을 마시러 간다는 연락 후 싸늘한 주검이 되어 온 아들. 손 씨의 죽음을 둘러싸고 수 많은 의혹이 불거졌다 .
손 씨 부친은 "아빠의 마지막 약속이고, 아빠 죽을 때까지 반드시 할거다. 널 이렇게 만든게 있다면 절대로 가만히 두지 않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손 씨 친구는 고인에 대해 "말도 많고 쾌활하고 한 번도 화낸 걸 본 적이 없었다. 그 정도로 성격이 좋았다"라고 떠올리며 고인을 추모했다. 손 씨는 '잘 커줘서 고맙다'고 말하는 아버지에게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살가운 아들이었다. 유족들의 가슴은 미어졌다.
경찰에 따르면 11시 30분 경 손 씨와 친구 A 는 한강 둔치에 자리를 잡았고 1시 20분 경 '잘 놀고 있다'는 메시지를 어머니에게 보냈다. 30분 후 친구와 동영상도 찍었다. '골든 건은 봐주자'는 내용이었다. '골든'은 가수 이름인 것으로 전해졌다.
손 씨 부친은 "우리 아들이 찍은 동영상이 있기 때문에 최소 2시까지 거기에 있었다는 건 증명이 된거다. 4시 30분에 (A 씨가) 혼자 나온 건 맞으니까 모든 일은 2시간 반 사이에 일어난 거 아니냐 했을 때 그렇다고 했다"고 전했다. 손 씨와 A 씨의 모습을 찍은 목격자는 "야구점퍼 입은 분(A 씨)가 일어나서 손 씨를 툭툭 치고 일으켰는데 안 일어났다. 한번 잡았다가 놓으니까 풀썩 쓰러졌다. 안 일어나니까 쭈그려서 핸드폰을 하더라. 깨워서 안 일어나면 경찰을 불러 가야겠다 했다. 근데 야구점퍼 분이 (2시 50분쯤) 그 옆에 다시 눕더라"라고 설명했다.
A 씨는 새벽 4시 30분경 홀로 집으로 돌아갔다. 약 1시간 후 부모와 함께 다시 한강을 찾았다.손 씨 부친은 "친구는 혼자 토끼굴로 들어가고 부모는 왔다갔다 했다. 우리 아들을 찾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A 씨 측으로 부터 5시 30분 경 연락을 받았다. 부친은 "거기까지 왔으면 우리에게 연락을 해서 만났을 수도 있는데 그런데 연락도 없이 간거다"라고 말했다. A 씨는 친구 아버지를 한강에서 마주했지만 인사만 하고 스치듯 떠났다. 손 씨 부친은 다음날 친구를 찾았다고 했다. 그는 "둘째날 마음이 급해졌다. A 씨를 만났다. 근데 말을 자꾸 돌린다. 할머니도 돌아가시고 본과 들어가서 친구들과 멀어져서 힘들어했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A 씨가 이상하게 여겨진 이유에 대해 "아내는 (아들) 핸드폰으로 연락을 했는데 세 번만에 친구가 받았다. 그때까지 (핸드폰이 바뀐 줄)몰랐다. 자기 핸드폰을 찾으려고 하는 걸 안 했다는 것(이 이상했다). 자기는 4시 30분에 깨서 주섬주섬 담았는데 그게 아들의 핸드폰이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프로파일러 배상훈 교수는 "현장 상황과 잘 안맞는다. 그게 뭐냐면 했어야 하는 행동이 부재하다. 최소한 112 신고라도 하고 누군가에게 쫓아가서 누구 봤냐고 얘기를 하는 등 나타난다. 그런 행동이 전혀 없이 집에 가서 부모님 데리고 찾는다. 딱 첫 느낌이 그랬다. '사고 플러스 사건'"이라고 했다.
A 씨는 술에 취해 생각이 나는 게 없다고 했다. 실종 담당 형사가 A 씨 핸드폰 통화 내역을 받았고, 3시 30분 집에 전화한 적이 있었다. 당시 A 씨는 "친구가 안 일어 난다"며 어머니에게 전화를 했고 그 뒤 사라졌다.
손 씨와 A 씨가 그날 편의점에서 구매한 영수증에는 총 6병의 술 구입 내역이 찍혀있다. 이는 손 씨의 평소 주량을 넘는 양이었다고.
손 씨의 절친한 친구는 "두 병 먹으면 큰 문제 없이 집에 잘 들어갔다. 필름이 끊길 정도로 마시면 그냥 잠을 잔다. 물을 되게 싫어해서 스스로 들어갔을 거 같지는 않다"고 했다.
손 씨 부친은 "A 씨는 2시간 30분 경 기억이 딱 하나있었다. 우리 아들이 갑자기 일어나서 넘어졌고, 신음을 냈다고 하더라. 그래서 걔를 일으키느라 힘들었고 옷과 신발이 더러워졌다고 했다. 제가 이틀동안 수풀을 뒤져도 그렇게 안 더러워지더라. 그때 신발 볼 수 있냐고 물어봤더니 '버렸다'고 했다"고 분노했다.
이어 "최면 검사를 두 번 했는데 형사분께 먼저 사정 이야기를 했다. 이런 경우는 탐지기 조사를 해야하고 최면이 안된다고 하더라. 잘 부탁한다고 했는데 변호인을 대동하고 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우리 아들을 찾을 마음이 전혀 없구나' 생각했다"고 토로했다.
제작진이 A 씨의 집과 부친의 병원을 찾았지만 그 어떤 말도 들을 수 없었다. A 씨 측 변호인은 문자를 통해 "저희의 기본적인 입장은 저희에 대해 일체 보도하지 말아달라는 것이다"라고 했다.
A 씨 측은 "지금은 고인을 추모하고 유족의 슬픔을 위로할 때라고 생각한다. 저희 입장을 해명하는 것은 결국 유족과 진실공방을 하게 되는 것이며 이는 유족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는 생각"이라며 "사소한 억측이나 오해는 경찰 수사결과가 나오면 저절로 해소될 것으로 믿고 있다.그때까지 참고 기다리며 애도하는 것이 저희가 지켜야 할 도덕적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그래서 일체 해명도 말아주시고 해명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보도하지 말아달라고 부탁드린다"고 했다.
프로파일러 배상훈 교수는 "친구의 입장에선 방어적일 수 밖에 없을 거 같다. 그건 충분히 이해 된다. 적극적으로 하다가 심리적으로 상처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만 아쉬운건 너무 냉정하다. 아무래도 친구고, 친구가 죽었고 부모님이 슬퍼하는데 최소한 위로 전화, 이런 것조차 없다. 설명을 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거는 너무 아닌거다"라고 지적했다.
지난 13일 서울경찰청은 전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전달 받은 감정 결과 서울 한강공원에서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손모 씨의 사망 원인은 익사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머리 부위에 발견된 2개의 상처는 사인으로 고려할 정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경찰은 두 사람의 공통 행적이 확인되지 않는 오전 3시38분부터 A 씨만 홀로 자다 발견된 4시 20분까지 행적을 재구성하는데 수사력을 집중할 계획이다.
손 씨의 부친은 A 씨와 관련해 무수한 의문을 드러냈고 지난 4일 서울중앙지검에 경찰 초동 수사의 미진한 부분을 지적하며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