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 아픈 가족이 있어요" 월북 시도 40대 남성 '실형'

40대 남성, 사회 부적응 끝에 북 체제 동조
선장들에 "북까지 데려달라" 제안했지만 실패
중국 심양 북한 총영사관에 7차례 전화
사진은 기사와 관계 없음. 강화도 양사면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일대. 사진=연합뉴스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40대 남성이 월북을 시도하다 실형을 선고받았다.

춘천지법 형사3단독 정수영 부장판사는 국가보안법상 잠입·탈출 혐의 등 혐의로 기소된 A (41)씨에게 징역 1년과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A 씨는 지난해 9월 4일 오후 3시 24분 강원 고성군 거진항에서 B호 선장에게 자신을 북한으로 데려다 달라고 제안했다. 2시간 전엔 속초시 동명항에서 C호 선장에게 "북한에 아픈 가족이 있다"며 "북으로 태워달라. 사례하겠다"고 권유했다.

A 씨는 월북을 위해 거짓말까지 했다. 물론 선장들은 A 씨의 부탁을 모두 거절했다.

이튼날 오전 2시 12분경 A 씨는 속초시 동명항 D호 선장에게 사례를 하겠다며 북한까지 데려다 달라고 했으나 역시 실패했다. 울산에서 어머니와 거주한 A 씨는 잦은 이직 등으로 사회와 직장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다 가족들과도 멀어지게 됐다.

2018년 북한 사회에 관심을 가지게 된 A 씨는 북한 공산집단이 반국가단체이며 월북시 대남공작과 체제선전에 이용될 수 있는 것을 알면서도 체제에 동조해 월북을 결심했다.

A 씨는 현금 135만 원을 지인들에게 빌렸고, 수영할 경우를 위해 구명조끼 준비, 비상식량을 싣고 강원 동해안을 찾았다. 선장들의 거절로 월북에 실패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A 씨는 같은 달 18일 원북 조력을 구하고자 중국 심양에 있는 북한 총영사관에 7회에 걸쳐 전화를 걸어 직원과 통화했다.

정수영 판사는 A 씨에 대해 "반국가단체의 지배 아래에 있는 지역으로 탈출을 계속 예비한 점, 구성원과 통신하려는 시도를 반복한 점, 범행이 예비와 미수에 그친 점, 초본인 점 등을 참작했다"고 판시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