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원격수업 1년…고통받는 교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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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들, 사진 캡처해 품평까지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디지털 세상’이 일반화됐다. 기업들도 그렇지만 학교 교실에도 ‘빛’만큼이나 ‘그림자’가 뚜렷하다. 원격수업이 1년여간 지속되면서 ‘사이버 교권 침해’도 커져가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믿기 힘든 현실' 방치만 할 건가
김남영 지식사회부 기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이 취합한 사이버 교권침해 사례를 보면 깜짝 놀랄 정도다. 원격수업을 진행하는 교사의 얼굴을 캡처해 학생들끼리 돌려보는 것은 양반이다. 교사의 사진이나 영상을 다른 사람의 나체나 성관계 사진 등과 합성·편집해 성적 모욕을 주는 이른바 ‘지인 능욕’ 사례도 많다.학생뿐 아니라 학부모들도 단톡방, 맘카페에 교사들의 얼굴을 올려놓고 품평을 할 정도다. 온라인 화상 수업 링크가 유출되는 바람에 수업 중 외부인이 난입, 욕설이나 음란물을 올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한 중학교 교사는 “쌍방향 수업을 할 때 속옷만 입은 모습을 노출하는 학생과 학부모도 있다”고 토로했다.
학생과 학부모들이 재미 삼아 하는 이런 행위들은 심각한 범죄행위다. 사진 유포는 초상권 침해로 민사소송이 가능하다. 품평하는 행위는 모욕죄, 명예훼손죄 등이 적용될 수 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사진을 음란물과 합성해 유포하면 지난해 6월 개정된 성폭력처벌법(딥페이크처벌법)으로 처벌할 수 있다”며 “미성년자도 예외 없다”고 강조했다.
법적으로 대응 방법이 있지만, 교사들은 커다란 마스크를 쓰거나 목소리만으로 수업하는 등 소극적으로 스스로를 보호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한 고등학교 교사는 “내 얼굴이 어디에서, 어떻게 돌아다니고 있는지 파악할 수 없어 대응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며 “학부모 눈치를 보는 학교 관리자들은 미온적”이라고 토로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원격수업 과정에서 교사와 학생 모두 심각한 인권 침해를 겪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사이버 분야 교권 보호 체계를 손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교사들은 온라인클래스, 뉴쌤 등 공공에서 제공하는 원격수업 플랫폼에 최소한 캡처 방지 기능이라도 들어가길 바라고 있지만, 교육당국은 “기술적으로 어렵다”며 손사래를 치고 있다.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들이 한목소리로 “워터마크, 포렌식마크 등 캡처한 사람을 추적하는 기술을 도입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며 “교육당국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고 지적하는 데도 말이다.
무엇보다 교사들의 인권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학교 관리자들의 인식이 뿌리부터 바뀌지 않으면 교사들의 안전은 계속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교사는 수업을 하는 인공지능(AI)이 아니라 엄연한 인격체다.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안전한 교육환경을 만들기 위해 모두의 고민이 절실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