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레임덕 없는 문재인 정부가 더 걱정된다

서정환 정치부장
문재인 정부는 노태우 정부 이후 처음으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를 곧장 가동했다. 4년 전 김진표 위원장이 노타이 차림에 무선 마이크를 낀 채 설명하던 장면이 생생하다. ‘100대 국정과제 대국민 보고대회’에서다.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비전 아래 △국민이 주인인 정부 △더불어 잘사는 경제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라는 5대 국정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따라 20대 전략과 100대 과제를 선정했다. 대선 기간 내걸었던 201개 공약과 892개 세부공약에서 추려냈다. 공약과 국정 운영 과제는 다를 수밖에 없다. 공약은 선거용이고 때론 공약(空約)이 되기도 한다.

초라한 4년 경제 성적표

청와대는 지난 4년 경제정책 성과를 놓고 자화자찬한다. 국내총생산(GDP) 연평균 증가율(1.9%)과 연평균 실업률(3.8%)을 해외와 비교하면서다. GDP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연평균(1.6%)을 웃돌았고 실업률은 평균(6.0%)보다 낮았다. 코로나19 초기 방역 성공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코로나19 백신 접종 효과가 반영될 올해를 포함해도 OECD 평균을 웃돌지는 의문이다.세부 지표에 들어가면 상황은 심각하다. 비정규직 ‘제로(0)’를 외쳤지만 비정규직은 4년간 94만5000명 증가했다. 6년8개월 만에 최대라는 지난달 취업자 수는 ‘60세 이상’ 고령층과 ‘세금 알바’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 같은 고용의 질 악화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빼놓고 설명하기 힘들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과 주 52시간 등 무리한 정책 추진은 고용시장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부동산 정책은 25번 모두 실패했다. 지난 4년간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한국부동산원)는 75.2% 급등했다. 문재인 대통령조차 지난 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 “부동산 문제만큼은 할 말이 없다”고 했다. 노동은 존중받았는지 모르지만 가치는 추락했다. 임금을 한 푼도 안 쓰고 21.8년을 모아야 서울에서 중간 가격 아파트를 살 수 있다. 2030세대는 불나방처럼 주식, 암호화폐로 몰렸다. 정치·사회 부문 평가 또한 박하다. 적폐청산·검찰개혁이란 명분 아래 정책은 과거에 머물렀고 국민은 좌우로 갈라섰다.

'그들만의 정책'은 곤란

과거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은 진영의 반대를 무릅쓰고 한국 경제사에 큰 업적을 남겼다. 김 전 대통령은 강력한 경제구조 개혁으로 외환위기를 최단기간에 극복했다. 정리해고제, 근로자 파견제 도입 등 노동개혁도 단행했다. 민주노총이 “기대와 달리 노동자들에게는 고통의 시대였다”(DJ 5년 노동정책 평가보고서)고 말할 정도였다. 노 전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해인 2006년 2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을 선언했다. “국가 경제를 생각할 때 반드시 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반기업·반미 성향의 지지층이 등을 돌렸다. 지지율은 임기 말 12%까지 급락했다.

문 대통령 지지율은 30%대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5년차 역대 최고 지지율이다. 근저에 ‘대깨문(대가리가 깨져도 문재인)’이라는 극렬 지지층이 있다. 문 대통령은 “남은 임기 1년이 대한민국 운명을 좌우할 수 있다는 자세로 국정에 임하겠다”고 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문재인 정부에 규제개혁, 노동시장 유연화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속칭 ‘문빠’들이 ‘친기업’이라고 금기시하는 정책들이다. 지난 4년처럼 ‘그들만을 위한 정책’이라면 지지율은 임기 말 역대 최고를 기록할지 몰라도 성과 없는 진보정부로 기억될 것이다. 레임덕 없는 문재인 정부가 더 걱정스러운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