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전자발찌 착용하고 또 성범죄 302건…"모니터링 개선해야"

전국 전자발찌 대상자 4천832명, 재범 절반이 집주변 1㎞ 내
성폭행범 피해자 집에서 1시간 45분, 이상 징후 아니라는 법무부
최근 부산에서 성범죄자가 전자발찌를 착용한 상태에서도 여성이 홀로 사는 원룸에 침입, 성범죄를 저지른 가운데 유사한 사건이 지난 5년간 무려 302건이나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자발찌 위치를 추적하는 법무부 부실 모니터링 정황도 나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법무부에 따르면 전국에 '전자 감독 대상자'는 4천832명이다.

이 가운데 최근 5년간 전자발찌를 부착한 상태에서 또 성범죄를 한 범죄자는 302명으로 확인된다. 2016년 58명, 2017년 66명, 2018년 83명, 2019년 55명, 2020년 41명이다.

최근 5년 통계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올해도 4월까지 12명이 또 범행했다.

이달 12일 부산에서 발생한 사건은 원룸에 사는 여성들의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 전자발찌를 부착한 20대 A씨가 주거지에서 100여m 떨어진 원룸 2층에 배관을 타고 올라가 침입한 뒤 범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피해자 원룸에서 무려 1시간 45분을, 원룸 인근까지 포함하면 무려 2시간 이상을 특정 장소에 머물렀는데 법무부는 A씨 동선에서 '이상 징후'를 파악하지 못했다고 밝혀 전자 감독의 한계를 보여줬다.

법무부는 "대상자가 주거지에서 외출한 이후 주거지 인근에서 이동했고, 어린이 보호구역 접근 금지 등 특정 지역 출입 금지 준수사항도 부과되지 않아 특정 장소에 체류하는 것을 이상징후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A씨가 머무는 장소가 평소 왕래하는 주거지 인근이었고, 머무는 시간 동안 식사 등 개인 업무를 하는 경우가 많아 이를 이상징후로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법무부 해명은 불안한 지역 주민의 감정과 동떨어진 설명일뿐더러, 성범죄자의 재범 형태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부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해식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전자발찌를 착용한 전과자 54%는 집 주변 1㎞ 안쪽에서 범행했다.

구체적으로 100m 거리 내가 33%, 100∼500m가 11%, 500∼1㎞가 10%, 그 외 46%를 차지했다.

성범죄자 집에서 가까울수록 범죄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인데, 법무부가 주거지 인근이라 이상 징후로 판단하지 못했다는 건 납득이 힘들다.

2017년 강원도 원주에서 일어난 전자발찌 찬 30대 성범죄 사건도 바로 아래층 여성을 대상으로 일어났다.

전문가는 모니터링 요원들에 대한 정확한 매뉴얼과 지침이 없어 이런 일이 발생한 것으로 진단했다. 이효민 영산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이상 징후라는 것이 주관적이고 자의적인 판단에 맡기는 것이라 '이상함'이 무엇인지 좀 더 세분화하고 매뉴얼화해 대응하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몇 분 이상 정지 신호가 있으면 이상해서 확인해야 하는지 좀 더 세분화하고 판단에 따른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