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 "8.4조 美투자 반대…한미정상회담 선물용인가"

올해 노사 임단협도 진통 예상
서울 서초동 현대자동차 본사./ 사진=뉴스1
현대자동차의 8조원대 미국 투자 계획이 노동조합 반발에 부딪혔다. 노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해외 공장보다는 국내 공장에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대차의 대규모 투자 결정이 올해 임금 단체협상(임단협) 교섭 개시를 앞둔 상황에서 노사의 갈등의 불씨를 지핀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노조 "한마디 상의도 없었다…5만 조합원 무시"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차지부는 17일 성명을 통해 "해외공장 투자로 인한 조합원 불신이 큰 마당에 노조와 한 마디 상의도 없이 천문학적 투자계획을 사측이 발표한 것은 5만 조합원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사측의 일방적인 8조4000억원 미국 시장 투자 계획에 반대한다"고 밝혔다.노조는 "친환경차, 모빌리티, 로보틱스, 도심항공교통(UAM) 등 산업이 격변하는데 기술 선점과 고용 보장을 위한 새로운 노사가 관계가 필요하다. 사측이 해외 투자를 강행하면 노사 공존 공생은 요원할 것"이라면서 "품질력 기반 고부가가치 중심 국내 공장을 강화하고 4차 산업으로 인한 신산업을 국내 공장에 집중 투자하는 것이 살길"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는 미국 현지에서 전기차를 생산하는 등 올해부터 2025년까지 미국에 8조4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겠다고 지난 13일 밝힌 바 있다. 이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바이 아메리카' 정책을 의식한 행보다. 미국산 제품을 우선시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이에 선제 대응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대미 투자, 한미 정상회담 앞둔 선물용인가"

현대자동차 노조원들이 지난 12일 울산 북구 현대차 문화회관에서 열린 임시 대의원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스1
노조는 "국가 간 관세 문제로 일정 정도 해외 공장 유지는 부정하지 않지만 해외 공장은 현재 수준으로 충분하다"며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미 대통령 정상회담을 두고 준비한 선물용이라면 더 비판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대차 노조가 대미 투자에 대한 강력 반대 입장을 내놓으면서 올해 임단협은 진통이 예고된다. 노조는 지난 12~14일 열린 대의원 회의에서 임금 9만9000원(정기·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성과금 30% 지급, 노령연금 수령 개시일이 도래하는 해의 전년도로 정년연장(최장 만 64세) 등의 내용을 올해 요구안에 담았다.

뿐만 아니라 차세대 차종이나 친환경 차 관련 주요 부품을 개발, 생산할 때는 국내 공장 우선 배치를 원칙으로 하는 등 국내 일자리 유지 방안도 요구안에 넣었다. 노조는 이달 말 사측에 올해 임단협 교섭 상견례를 요청할 계획이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