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쿠팡 비켜"…자사몰이 뜬다

가격주도권 회복 'D2C 전략'
라방 채널 구축, 물류센터 확대

신세계인터, 작년 매출 84% 늘어
CJ제일제당 '더마켓'은 60% 성장
제너시스BBQ는 지난해 한 유튜브 채널과 손잡고 1만8000원짜리 치킨을 1만1000원에 할인 판매했다. 주문은 BBQ 앱에서만 받았다. 한 달 만에 앱 가입자 수는 30만 명에서 200만 명으로 7배가량 급증했다. 올 들어서도 배달료, 수제맥주 할인 캠페인을 이어갔다. 1분기 BBQ 앱을 통한 매출은 지난해보다 200% 이상 늘었다.

식품·패션 제조업체들이 대형마트와 쿠팡으로 넘어가는 가격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D2C(direct to consumer)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자사몰 고객에 대한 다양한 유인책을 통해 독자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 자체 라이브방송 채널 구축과 물류센터 투자 확대도 대항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명품 플랫폼’ 키우는 신세계

D2C는 제조업체가 백화점, 네이버 쿠팡 등 거대 유통 플랫폼을 거치지 않고 자체 온라인몰을 통해 소비자에게 직접 제품을 판매하는 방식이다. 유통 단계를 줄여 가격 경쟁력과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것이 D2C의 가장 큰 특징이다. 소비자와 직접 소통을 통해 트렌드를 읽고 데이터를 축적해 신제품 개발에 활용할 수 있다.

최근 가장 성장세가 높은 자사몰은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에스아이빌리지.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84% 늘어난 130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90% 증가한 250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정품 only’ 전략이 성장 비결이다. 병행 수입 제품도 취급하는 다른 패션몰과 달리 100% 정품만 판매해 고객의 신뢰를 확보했다.신세계는 에스아이빌리지를 국내 대표 명품 플랫폼으로 키운다는 목표다. 80여 개의 패션, 뷰티 브랜드를 판매하고 있다. 최근엔 조선호텔 이불 등 최고급 침구류뿐만 아니라 김환기 작가의 작품 등으로 판매 품목을 확대하고 있다. 자체 스튜디오를 마련하고 라이브방송 ‘에스아이라이브’를 시작하는 등 서비스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명품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플랫폼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패션업체 한섬이 운영하는 더한섬닷컴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70% 가까이 증가했다. 생일축하 쿠폰, 무료반품 혜택 등 VIP 마케팅을 강화한 전략이 주효했다. 한섬은 자사몰 강화를 위해 경기 이천에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도 짓고 있다. 내년 상반기 완공 예정인 물류센터는 1만4518㎡ 규모로 더한섬닷컴·H패션몰 등 한섬이 운영하는 온라인몰 물류를 전담한다.

자사몰에서 타사 제품도 판매

식품업체의 자사몰 매출 증가세도 가파르다. CJ제일제당의 CJ더마켓, 오뚜기의 오뚜기몰은 지난해 각각 60%, 50% 성장했다. 동원그룹이 운영하는 동원몰, 풀무원의 풀무원샵, 대상의 정원e샵도 20~30%의 성장세를 기록했다.제품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자사 제품뿐만 아니라 타사 제품도 판매한다. 동원디어푸드가 운영하는 동원몰은 동원그룹 제품 3000여 종뿐 아니라 생활·주방용품, 미용제품, 가전제품 등 13만여 종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