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형아트서울' 첫날부터 1만명…부산이어 흥행 릴레이
입력
수정
지면A30
19일까지 코엑스서 열려지난 1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1층 B홀 앞에 긴 줄이 늘어섰다. 이날 개막한 ‘2021 조형아트서울’에 방문객이 예년의 두 배 수준인 1만 명 가까이 몰리면서 입구에서 병목 현상이 벌어진 것. 미술시장의 비주류로 여겨지는 조형예술 분야 아트페어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인 것은 이례적이다. 행사 운영위원장을 맡은 손성례 청작화랑 대표는 “주최 측은 물론 참여 화랑들도 컬렉터를 응대하느라 정신이 없다”며 “지난해 코로나19로 억눌렸던 예술품 수요가 올해 폭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아트페어가 열리기만 하면 ‘연타석 홈런’을 치고 있다. 지난 3월 화랑미술제와 4월 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는 각각 역대 최대 매출을 올렸다. 지난 13~16일 열린 아트부산은 역대 최대 관람객(8만 명 이상)과 판매액(350억원)을 기록했다. 서울옥션이 홍콩에서 운영 중인 갤러리 에스에이플러스(SA+)는 마르크 샤갈의 ‘꽃다발(Le Bouquet)’을 200만달러(약 22억6900만원)에 팔아 최고가 기록을 새로 썼다.투자 가치가 있는 미술품에는 장르와 가격대를 가리지 않고 뭉칫돈이 몰리는 모양새다. 코로나19로 풍부해진 시중 유동성이 미술시장으로 향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행사인 조형아트서울에서도 이 같은 흐름이 이어졌다. 16일 하루에 참여 화랑들이 거둔 매출은 총 14억원. 전시장 곳곳에 작품이 팔렸음을 알리는 빨간 딱지가 나붙었다.
비앙갤러리가 내놓은 이우환의 ‘바람’은 3억원에, 전광영의 ‘집합’은 1억2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아트스페이스H가 내놓은 최우 작가의 작품 13점은 첫날 완판 기록을 세웠다.
소형 조각 작품도 인기를 끌었다. 회화보다 값이 저렴하면서도 장식품으로서 기능은 못지않다는 판단에서다.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인테리어와 투자를 겸해 수십만원대 조형 작품을 사려는 수요가 늘었다는 분석이 나온다.특별전 중에서는 신진 작가 33인의 ‘K-pop sculpture 33인전’에서 첫날 다섯 점의 작품이 팔린 게 눈에 띈다. 김성복·권치규 성신여대 교수와 박찬걸 충남대 교수 등이 추천한 작가 33명의 소품 조각을 모은 전시로, 김병규 김재호 박지선 오누리 신필균 변경수 등 30대를 주축으로 한 유망 작가들이 참여했다. 신준원 조형아트서울 대표는 “미술시장 호황 덕에 신진 작가들의 진입이 원활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조형아트서울은 19일까지 열린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