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실종 의대생 父 "어떤 후원도 원치 않아" [전문]

한강 실종 의대생 관련 집해 개최
유튜버들, 후원 방송 진행 논란
父 "관심 하나면 충분하다"
16일 오후 서울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열린 '고 손정민 군을 위한 평화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강 실종 의대생 집회에서 몇몇 유튜버들의 후원 방송이 논란이 되자 아버지 손 모 씨가 직접 입을 열었다.

손 씨는 16일 자신의 블로그에 "집회가 있었다고 들었다"면서 "저와 **이의 의사와 관계없이 누구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많은 유튜버분들이 있고, 후원 관련 문제가 있다고도 들었다"며 "우리는 어떤 후원도 원치 않고 앞으로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분명하게 전했다.

손 씨 아들 손모 씨는 서울 한 사립대 의대 본과 1학년에 재학 중이었다. 지난달 25일 새벽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된 후 5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이후 해당 사건이 '한강 의대생 실종 사건'으로 불리며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지난 15일에는 '정의로운 신실규명' 측 주최로 오후 2시부터 서울 한강공원 반포지구에서 손 씨가 숨진 원인에 대해 공정하고 정확한 수사를 요구하는 집회가 진행됐다. 비가 오는 날씨였지만 시민 200여 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죽음의 진상을 규명하라', '신속하고 정확한 수사 촉구' 등이 적힌 피켓을 들었다. 또한 CCTV 공개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시민들이 행진을 시작하면서 경찰이 '미신고 불법 행진'이라고 막아섰지만, 몸싸움 끝에 경찰 저지선을 뚫고 행진을 강행해면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또한 몇몇 유튜버들은 해당 집회를 생중면서 '손 씨에게 전달하겠다'며 후원금을 받기도 했다. 이에 손 씨 측은 "제겐 소중한 건 많은 분들의 관심 하나면 충분하다"며 "많은 분들이 힘센 변호사를 동원해 압박해야 한다고 하는데, 민사도 아닌데 왜 그 과정에서 힘센 변호사가 필요하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도 "만약 많은 분들이 우려하시는대로 누군가 압력을 부당하게 행사하고 있다면 그들에게 묻고 싶다"며 "당신은 천년만년 살것 같냐고, 그렇게 지키려는 것들도 언젠간 다 부질없다고"라고 여전히 자신의 아들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을 제기했다.


다음은 손 씨가 쓴 글 전문


안녕하세요. 오늘은 차주 출근을 앞두고 염색과 이발을 했습니다. **이랑 같이 가던 곳인데 왠지 이상했습니다.어릴땐 사우나도 곧잘 데려갔었는데 온탕도 싫어하고 사우나는 더더욱 싫어했죠.

아들있는 아버님들은 같이 갈때의 기분을 이해하실겁니다. 어릴땐 뛰어다니다 넘어져서 걱정했고, 클수록 같이 가길 싫어하게 되죠. 지금은 없어진 센트럴의 사우나를 어릴때 많이 데리고 갔었는데 없어져서 아쉽고, 코로나때문에 1년 이상 사우나를 같이 가지못해 몹시 아쉽습니다.

핸드폰을 뒤지다 보니 아래의 사진이 나왔습니다. 의사가운은 못입었지만 어느 분께서 또 그림을 잘 그려주셨네요.

오늘 집회가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어릴때부터 배운 사회교과서에 우리나라는 집회, 시위, 결사의 자유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저와 **이의 의사와 관계없이 누구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사람들이 모이다 보면 그걸 이용하려는 분들도 있고 각자의 생각이 틀리다 보니 문제가 있을 수도 있고 그걸 해결해 나가는 게 우리사회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많은 유투버분들이 있고 후원관련 문제가 있다고도 들었습니다. 우리는 그 어떤 후원도 원치 않고 앞으로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각자 판단하실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제게 소중한건 많은 분들의 관심 하나면 충분합니다. 많은 분들이 힘센 변호사를 동원해서 압박해야 한다고 하십니다. 경찰이 내사중인 사건이고 기소가 가능하다면 검찰로 넘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민사도 아닌데 왜 그 과정에서 힘센 변호사가 필요할까요 ? 우리나라는 그래야만 하는 나라일까요 ? 제 판단이 틀릴지도 모르지만 전 2021년의 우리나라를 믿고 싶습니다. 누구나 공정하게 국가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믿고 싶습니다.

만약 많은 분들이 우려하시는대로 누군가 압력을 부당하게 행사하고 있다면 그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당신은 천년만년 살것 같냐구요. 그렇게 지키려는 것들도 언젠간 다 부질없다고.....저보다 나이도 많을것 같은데요.댓글이 없다고 우리 부부를 걱정하시는 것 같아 글을 올립니다. 아직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안하셔도 됩니다. 악성 댓글도, 알바도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사회엔 그런 분들도 있으니까요. 다양성을 포용할 수 있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