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지방자치] "단 한 사람도 빠짐없이 소통" 제주도 전담 수어통역사 임용

전국 광역지자체 중 첫 채용…원희룡 지사 "수어 통역 관련 제도개선도 추진"

제주도가 전국 광역자치단체에서는 처음으로 전담 수화언어(수어) 통역사를 채용해 청각 장애인(농인) 등의 정보 접근성을 강화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보건·안전 분야에 대한 올바른 정보 제공이 중요해지면서 수어 통역사 채용을 통한 사회적 약자의 정보 접근성이 한 걸음 더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제주도는 지난 3월 22일 제주도 전담 첫 수어 통역사로 고영산 주무관을 신규 임용했다.

고 주무관은 도 공보관실 소속으로 배치돼 코로나19 관련 등 언론 브리핑과 제주의 미래를 결정하는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전부개정 토론회 등 주요 사안에 참석해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업무로는 '도정 주요 브리핑 및 언론 취재 시 동시 수어 통역', '도 공식 SNS 및 소셜네트워크 방송 삽입용 수어 통역 영상 지원', '도정 홍보 영상용 통역 영상 지원' 등이다.

또한 도정 주요 행사의 내용과 토론회, 라이브방송에 대한 현장 통역 지원과 함께 각 부서의 정보 소외 계층과 관련한 복지 업무 등도 수행하고 있다.

도는 또 정보 소외 계층의 알권리 실현을 위해 매월 1회 도정 뉴스 점자책과 음성 CD(300부)를 제작해 보급하고 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지난 3월 수어 통역사 임용 당시 "광역자치단체 최초로 수어 통역사를 임용한만큼 수어 통역사에 대한 여러 가지 여건이나 제도 개선사항에 대해 늘 관심을 가지겠다"고 말했다.

원 지사는 또 "청각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의 마음의 소리까지 듣고 도정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제주도 첫 전담 수어 통역사인 고 주무관은 국가 공인 수어 통역사와 한국수어교원 자격을 보유하고 전 제주도 농아복지관 수어연구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10여 년간 제주도 내 방송사와 공공기관 등에서 제주 현안을 수어로 전달하며 정보 접근이 어려운 청각 장애인들의 알권리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2016년 올해의 수어 통역사상을 수상했으며 시사, 행정, 법률, 정치 등의 전문 용어를 청각 장애인들이 보다 알기 쉽게 한국 수어로 변환해 통역하는 수어 연구 사업도 추진해 왔다.

고 주무관은 제주특별자치도 공보관 내 시간선택제임기제(다급·주 35시간)로 근무하며 도정 주요 브리핑의 동시 수어 통역과 제주특별자치도의 주요 행정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국내에서는 '수화 언어법'이 제정되기 전까지 청각장애인들의 소통 수단으로만 인식됐고 하나의 다른 언어로 인식하지 않아 왔다.

청각장애인 등의 노력 끝에 2016년 2월 한국 수화 언어법이 제정되면서 '한국 수화 언어가 국어와 동등한 자격을 가진 농인의 고유한 언어'임을 인정받았다.

이에 따라 국내 수화는 한국 수화언어(手話言語)로서 영어, 중국어, 일본어와 같이 하나의 언어가 됐다.

이에 2008년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시행에 따라 한국 수어를 사용하는 청각장애인에게 정치, 교육, 문화, 예술, 의료 등 사회 모든 영역에서 정보 접근이 가능하도록 수어 통역이 제공돼야 한다고 명시됐다.
고 주무관은 "제주도가 청각장애인들에게 생명이라 할 수 있는 수어의 중요성을 인식해 전담 수어 통역사를 임용하게 됐다"면서 "이는 제주도의 핵심 공약인 장애인을 위한 지원 및 장애인이 행복한 제주 등을 실현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도는 장애인 권익옹호 기관을 설치해 장애인 학대 행위에 대한 신고를 전화나 제보 외에도 카카오톡으로 신고받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이 같은 공로로 원희룡 지사는 지난 3월 30일 제1회 지방 자치복지대상에서 광역자치 부문 대상을 받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