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이라는 증거 없는데"…한강 대학생 '친구 보호 모임' 등장
입력
수정
약 150여명 모여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손모(22)씨의 사망 사건과 관련한 경찰 수사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고인과 마지막 술자리를 함께한 친구 A씨를 보호해야한다고 주장하는 모임이 등장했다.
17일 오전 7시 기준 카카오톡 오픈채팅에는 '친구A 보호 모임'이라는 제목의 채팅방에 약 150명이 참여 중이다.대화방에는 "누구에게나 가해질 수 있는 무근거 무논리 궁예질을 반대한다. 현재 오픈 채팅방이 여러개 있는데 대부분이 친구 A를 범인으로 확신하는 방"이라며 "이 방은 반대로 친구 A가 손씨의 사망과는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분들로 대부분 구성돼 있다"는 소개가 적혀 있다.
이어 "현재 A씨 본인은 학업을 중단했고, A씨의 아버지는 직장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지금의 상황에서는 경찰에서 실족사로 수사 종결을 한다 해도 친구 A씨를 향한 공격이 사그라들까 의문이다. 그를 향한 공격에 근거가 없기에 그 근거없는 공격들이 과연 멈추긴 할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대화방 참여자들은 "정황만 가지고 사람 살인자 만든다", "손씨도 불쌍한데 범인이 친구라고 낙인찍는 게 싫다", "A씨가 죽인 게 아니면 어쩌려고 애 하나를 살인범으로 만들어버리냐" 등의 말로 친구 A씨를 범인으로 단정짓는 여론이 형성된 것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앞서 카카오톡에서는 '한강 실종&사망사건 추리방', '손씨 사건진상규명 대화방', '손씨 한강사건 진실찾기' 등의 제목으로 단체대화방이 만들어져 손씨의 사망 경위에 대해 추론하는 이들이 생겨났다.'정의로운 나라'라는 오픈채팅방에서 시작된 모임은 지난 16일 낮 한강공원에서 진상규명 촉구 집회를 주도하기도 했다. 집회에는 약 200여 명의 사람들이 모였고, 이들은 '손씨 죽음의 진상을 규명하라', '신속·공정·정확 수사 촉구'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었다. 이와 함께 "CCTV를 공개하라", "조작하지 말아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한편, 손씨는 지난달 24일 오후 11시쯤부터 이튿날 새벽 2시까지 한강공원에서 친구 A씨와 술을 마신 뒤 잠이 들었다가 실종됐다. 이후 같은달 30일 실종장소 인근 한강 수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부검 결과 손씨의 사인은 익사로 추정됐다.해당 사건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친구 A씨를 둘러싸고 각종 추측을 제기했다. A씨의 부친이 전 강남경찰서장, 대형 로펌 변호사, 강남세브란스병원 교수라는 소문이 돌았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으며, A씨의 외삼촌이라고 소문이 돌았던 최종혁 서울경찰청 수사과장(전 서울 서초서장)도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A씨 측은 지난 15일 MBC 시사교양 프로그램 '실화탐사대'를 통해 "지금은 고인을 추모하고 유족의 슬픔을 위로할 때라고 생각한다"며 "사소한 억측이나 오해는 경찰수사 결과가 나오면 저절로 해소될 것으로 믿고 있다. 그때까지 참고 기다리며 애도하는 것이 저희가 지켜야 할 도덕적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처음으로 입장을 전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