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자 주거 대책, 주택연금 활용하자 [최원철의 미래집]

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청년 외에도 은퇴자 주거 문제에 관심 가져야"
지자체 외국처럼 '은퇴자마을' 조성

은퇴자 마을 입주시 주택연금 필수로 한다면…
주거와 생활비, 세금 등 문제 한 번에 해결 가능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정부에서는 청년과 신혼부부에 대한 주택공급을 지원하기 위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90%까지 완화하는 정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 공시가격이 급등해 세금이 부담이 되는 은퇴한 1주택자에 대한 재산세도 감면하는 방안도 같이 고려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결국 서울 강남이나 마용성(마포 용산 성동) 지역은 공시가가 매년 현실화되게 되면 다시 한번 보유세가 올라가게 될 겁니다. 공시가 상승에 따른 각종 세금도 같이 올라 은퇴자들을 위한 진정한 대책이 되긴 매우 힘듭니다. 그래서 은퇴자들이 수도권이나 지방에서 생활 인프라까지 잘 갖춰진 환경에서 생활비 걱정없이 지낼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은퇴자 주거대책이 필요한 겁니다.미국의 경우에도 남부지역이나 캐러비안 지역 국가에 은퇴한 사람들이 저렴한 주거비로 생활할 수 있는 다양한 은퇴자 마을이 공급되고 있고, 특히 선시티(Sun City) 라는 대규모 은퇴자마을은 각 주마다 대규모로 조성될 정도로 성황을 이루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은퇴 후 귀농귀촌을 할 수 있는 다양한 제도가 있지만, 모든 생활 인프라가 잘 갖춰진 도시에서 살던 분들이 지역민들과 어울려 사는게 결코 쉽지 않아 정착하는데 문제가 생기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귀농귀촌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수도권이나 새만금 지역에 이런 도시형 대규모 은퇴자마을들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은퇴자를 위한 주택을 공급할 때 '과연 그 주택이 나중에 다시 팔릴까' 하는 걱정들부터 합니다. 때문에 분양방식에는 한계가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공공임대 위주로만 한다면 결국 생활비를 별도로 연금형태로 받아야 합니다. 의료비 급증 등을 감안하면 이것도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서울 남산을 찾은 시민들이 서울 강남 일대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그런데 국내에서는 그 어느나라보다 가장 잘 되어있는 주택연금 제도가 시행되고 있습니다. 주택연금 종신형을 가입하게 되면 현재 살고 있는 주택을 주택금융공사에 담보로 제공하고 매월 생활비를 일정하게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주택의 가치가 매년 생활비에서 빠져나게 줄어들게 되므로 재산세도 점차 줄어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담보가치가 남아있는 동안에 돌아가시게 되면 현재 오른 가치를 기준으로 남은 금액을 상속자에게 돌려줍니다. 반면 담보가치가 완전히 사라지게 되더라도 정부에서 계속 그집에 살 수 있도록 해주고, 그동안 지급하던 생활비도 돌아가실 때까지 계속 받을 수 있게 됩니다. 즉 돌아가실 때까지 주거걱정과 생활비 걱정이 없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현재 주택연금 가입연령은 이미 55세까지 완화됐고, 부부 중 한분이 돌아가시더라도 계속 생활비가 지급될 수 있도록 법이 변경됐습니다.

이런 제도를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곳은 기존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은퇴자 뿐만 아닙니다. 바로 수도권이나 지방에 새로 공급되는 은퇴자 마을에 입주하는 분들에게 적용할 수 있습니다. 즉, 은퇴하시는 분들이 새로 도시와 같이 조성되는 은퇴자 마을에 분양을 받아 입주를 하는 경우, 입주 즉시 주택연금 종신형에 가입토록 합니다. 그러면 나중에 다시 팔아야 하는 걱정도 줄어들 수 있습니다. 죽을때까지 살 집과 생활비 걱정을 안해도 될 것입니다.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대규모 은퇴자 마을이 지방 곳곳에 생길 수 있습니다. 최소 5000가구 이상으로 조성되는 이런 은퇴자 마을에는 병원을 비롯, 각종 생활인프라가 잘 갖춰져 불편없이 살 수 있게 됩니다. 2025년부터 상용화될 일명 '드론택시'를 최우선 적으로 배치하는 것도 고려할 만 합니다. 주변 대도시의 큰 병원이나 백화점, 대형상가나 문화센터로 연결시키게 된다면 생활하는 데 불편함이 없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일단 은퇴한 이후 서울 강남이나 마용성 지역에서 비싼 보유세나 세금을 내면서 살 필요가 없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제도를 현재 정부에서 진행중인 공공재건축이나 공공재개발에 적용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센티브로 기부채납하는 공공임대 주택을 바로 주택연금 종신형 가입조건으로 직접 분양을 하는 방식으로 추진하게 된다면 공공임대는 줄어들고, 적은 평수로 주택연금 가입이 가능한 분양가로 제공할 수 있게 됩니다.

공공은 더 빨리 인센티브로 투자한 금액을 회수할 수 있고, 주택연금 종신형 가입자는 빠르게 늘어날 수 있습니다. 공공재건축을 진행할 때 가장 큰 걸림돌인 공공임대를 없앨 수 있게 됩니다. 매년 공시지가가 오른다 하더라도 주택연금 종신형 가입되신 분들은 재산세가 매년 줄어들게 됩니다. 때문에 보유세 문제도 해결되고 또한 주거 걱정이나 생활비 걱정을 더이상 안해도 됩니다. 다만, 주택연금 종신형 연계 주택을 분양받는 분들에게는 중도해지하는 경우 다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로만 환급되도록 해 주택투기가 절대로 일어날 수 없도록 방지장치를 하면 됩니다.

지금 청년이나 신혼부부를 위한 주택공급 정책도 중요하겠지만, 실수요자인 은퇴자를 위한 주택공급 정책도 꼭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미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었고, 로봇이나 인공지능(AI)으로 고령자의 일자리도 확보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이런 주택연금 연계형 주택을 은퇴자를 위해 공급하는 제도는 하루라도 빨리 도입이 돼야 합니다. 이 제도를 활용하면 공공재개발이나 소규모 택지공급시에도 충분히 공급이 가능합니다. 서울은 물론 수도권, 지방까지 골고루 균형발전이 이루어 질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생애주기별 주택공급대책이라고 하는 것이 주택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비 걱정도 덜어주는 진정한 의미의 대책이 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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