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배당주 메리츠 배신…개미들 '분노'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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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 강화?…"완전 자회사화 배제 어려워"
메리츠 측 "주주가치 제고 방안일 뿐"
지주, 화재·증권 지분율 각각 56%, 47%

메리츠 측은 주주가치 제고와 관련 "배당을 더 주는 것보다 자사주 매입을 통해서가 낫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대주주 지분율이 높아지는 자사주 매입 방안을 언급한 것에 대해 '지배구조 강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18일 오전 9시50분 현재 메리츠금융지주는 전 거래일 보다 300원(1.81%) 오른 1만6850원에 거래되고 있다. 메리츠증권(1.78%), 메리츠화재(0.28%)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기관투자로 추정되는 창구에서만 매수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전날의 폭락세와 비교하면 미약한 반등세다. 전날 메리츠화재는 16.78% 급락했고 메리츠금융지주와 메리츠증권도 각각 15.56%, 13.83%씩 하락했다.
지난 14일 장 마감 직후. 메리츠금융지주, 메리츠화재, 메리츠증권 등 메리츠금융그룹 3사가 나란히 똑같은 공시를 냈다. 이들은 '당기순이익의 10% 수준으로 배당하고, 자사주 매입 소각 등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실행하겠다'고 밝혔다. 공시엔 담겨 있지 않았지만 사실상 배당성향을 기존 35% 수준에서 10%로 낮추겠다는 발표였다.

다른 증권사들도 "이해되지 않는다"…"원활한 상속 때문 아니냐"
NH투자증권은 메리츠화재, 메리츠증권, 메리츠금융지주에 대해 최근 발표한 주주환원 정책을 납득하기 어렵다며 보수적 접근을 권고했다.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는 따로 제시하지 않았다. 이 증권사 정준섭 연구원은 "메리츠화재, 메리츠증권, 메리츠금융지주는 이번 공시를 통해 배당성향을 대폭 낮췄다"며 "사측은 배당성향 하향과 함께 자사주 매입 소각 등 주주가치 제고방안을 실행하겠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고 분석했다.일각에선 이번 메리츠금융그룹의 배당성향 축소 결정에 대해 의구심을 보내고 있다. 대주주의 지분율을 높이는 자사주 매입을 언급한 것이 향후 원활한 상속을 염두에 둔 지배구조 초석을 다지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임희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현 시점에서 메리츠금융그룹이 이 같은 내용(배당 축소, 자사주 매입)을 공시한 의도에 공감하기는 어려우나, 자사주 매입과 소각 시 궁긍적으로 대주주 지분율 확대가 예상된다"면서 "완전 자회사화에 대한 개연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메리츠 측 관계자는 "회사 차원에서 자사주를 사들인 뒤 소각하는 방법이기에, 대주주 지분율과의 연계성은 없다"면서 "이번 자사주 매입 결정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방안일 뿐, 대주주 지분율을 높이기 위한 꼼수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메리츠금융지주의 최대주주는 지난 3월 말 기준 조정호 회장(지분율 72.17%)이며, 장녀인 조효재 씨가 0.05%의 지분율 보유하고 있다. 메리츠금융지주는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 지분을 각각 56.09%, 47.06% 가지고 있다. 조정호 회장은 메리츠증권 지분 0.92%를, 조효재 씨는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 지분을 각각 0.03%와 0.05% 보유 중이다.
류은혁/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