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 공무원도 갱생한다고…스페인에 재활과정 등장

뇌물·횡령 등 화이트칼라 범죄자 대상
정신과 의사 감시 속 교도소 특별세션
자아도취·도덕적 해이 등 치료에 주력
카를로스 알부르케르케(75)는 스페인 남부 코르도바의 시 공증인이었다. 2015년 은퇴한 그는 그러나 계약서 및 증서 등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40만 유로(약 5억5천만원)를 착복한 혐의로 체포됐고, 결국 징역 4년이 선고돼 복역 중이다.

최근 그는 특별한 재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술이나 마약에 손대지 않은 그가 참여하는 재활 프로그램은 탈세와 횡령, 착복, 뇌물 등의 지능범죄를 저지른 공무원 등 화이트칼라족의 사회 복귀를 돕는 프로그램이다. 스페인의 신문에는 늘 공공 재산에 손을 댄 이들의 이야기가 실릴 정도로 부정부패와 관련된 추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스페인 교정 당국이 이 같은 화이트칼라 범죄자들의 갱생이 가능한지를 알아보기 위해 지난 3월부터 특별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라고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스페인 9개 교도소에서 2천44명의 화이트칼라 범죄자가 참여하는데, 여기에는 국왕의 친인척, 공작 등은 물론 국민당(PP) 정부의 실각으로까지 이어졌던 '귀르텔 사건'의 핵심 인물 등이 포함돼 있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범죄자들은 형기가 단축되지는 않지만 추후 가석방 심사 때 유리하게 작용할 수는 있다.

이들은 약 11개월간 총 32개 세션에 참여하며, 정신과 의사들로부터 면밀한 모니터링을 받는다.

스페인 당국은 화이트칼라 범죄자들을 다른 범죄자들로부터 떨어뜨린 뒤 다시 주류 사회에 편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번 프로그램을 계획했다. 범죄자 스스로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깨닫는 한편, 피해자들에 대한 용서를 구하도록 유도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번 프로그램 고안을 도운 세르히오 루이스 박사는 살인자 등의 갱생에 관한 과학적 문헌은 많지만, 화이트칼라 범죄자 재활에 관한 연구는 거의 없는 것에 놀랐다고 밝혔다.

자신이 직접 화이트칼라 범죄자와 폭력 범죄자, 평범한 사람들에 관해 조사한 결과 화이트칼라 범죄자들은 가치나 신념 등에 있어 일반인들과 차이가 없었다고 전했다.

다만 이들은 잘못된 행동이 자신보다는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처럼 설명하는 '도덕적 해방'이라는 독특한 사고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자기중심성과 자아도취 증세가 강한 것으로 분석됐다.

스페인 교정시스템 책임자인 앙헬 루이스 오르티스는 누군가를 바꾸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수개월 동안 세션을 진행할 수 있다. 죄수들과 함께하면서 언제 결실이 나타날지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