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현장 수용도 높은 최저임금" 고용장관 주문의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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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위원회 심의 본격 스타트내년도에 적용할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심의가 18일 막을 올렸다. 지난달 20일 제1차 전원회의가 열리긴 했지만, 위원 대부분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었던 시점이라 정부의 심의 요청서만 접수하는 수준이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2차 전원회의를 열고 최저임금 심의에 착수했다. 이날 회의에 앞서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번에 새로 위촉된 위원 25명(공익위원 8명, 근로자위원 8명, 사용자위원 9명)에게 위촉장을 전수했다. 새로 멤버가 꾸려진 만큼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날 회의를 시작으로 향후 현장 간담회, 전문위원회 등을 거쳐 6월부터는 본격적인 협상 모드로 들어간다. 이날 회의는 신임 위원들 간 상견례 수준이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공익위원 유임 등에 항의 표시로 참석도 하지 않았다. 이렇다 할 알맹이가 없는 회의였지만 주목을 끈 대목은 안 장관의 '당부 말씀'이었다.
"현장 수용도 높은 합리적 최저임금"
주무장관 인사말서 '이례적' 표현 눈길
과거 이재갑·김영주 장관 당부와도 차이
文정부 4년간 롤러코스터 탄 최저임금
마지막 최저임금 수준 놓고 노사 줄다리기
고용부가 지난 17일 출입기자들에게 미리 배포한 보도자료 내용 중 일부다.
#안경덕 장관은 인사말에서 "전문위원회 논의, 현장 의견청취 등을 활발하게 진행하여, 산업현장의 수용도가 높은 합리적인 최저임금이 결정될 수 있도록 노력해 주시기 바란다"라고 하면서, “저임금노동자의 생활안정을 도모하고, 불합리한 임금격차를 줄이면서 일자리도 지키기 위해서는 최저임금 뿐만 아니라, 소상공인 지원 등 다양한 정책 패키지를 조화롭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최저임금위원회의 심의와 결정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안 장관의 인사말을 요약하면 △산업현장의 수용도가 높은 합리적인 최저임금 결정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안정과 불합리한 임금격차 해소 △최저임금 뿐 아니라 다양한 정책패키지 활용 필요 등이다. 여느 때와 다른 바 없는 인사말 같지만 첫 번째로 등장하는 '산업현장의 수용도'는 통상 사용자 측의 '언어'로 이전 최저임금 위원 위촉식에서의 장관의 당부와는 큰 차이가 있다. 최저임금 인상 외 다른 정책패키지 필요성을 언급한 부분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 수준에 대한 현 정권의 의중이 담긴 메시지가 아니겠느냐"라는 분석이 조심스레 제기되는 이유다. 다만 현장에서 안 장관의 발언은 이런 부분을 의식했는지 "저임금 근로자 보호와 산업현장의 수용도가 높은 합리적인 최저임금이 결정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로 바뀌었다. 참고로 2018년 5월 17일과 2019년 5월30일에 있었던 최저임금위원회 위원 위촉식에서의 고용부 장관의 발언은 이랬다.
#2019년 5월 30일 이재갑 장관 "최저임금위원회에 참여하는 모든 주체들이 공익적 관점을 가지고 논의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저임금위원회가 앞으로 공청회, 현장 방문 등을 통해 각계의 의견을 수렴할 예정으로 알고 있는바 최저임금이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 안정과 고용·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균형 있게 고려하여, 국민적 수용도가 높고 합리적인 수준의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해 줄 것을 기대한다"
#2018년 5월 17일 김영주 장관 "금년도 최저임금 연착륙 상황, 고용·경제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저임금 노동자의 격차해소를 통해 소득분배 상황이 단계적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합리적인 수준으로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해달라"
이 전 장관은 최저임금위원들에게 공익적 관점을 갖고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안정과 고용·경제에의 영향을 고려해줄 것을, 김 전 장관은 고용·경제상황을 고려하면서 저임금 노동자의 격차 해소와 소득분배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김 전 장관의 발언에는 '국민적 수용도' 혹은 '산업현장의 수용도'라는 표현은 없었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올해보다 얼마나 인상될지는 이전 어느 해보다 '안갯속'이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이뤄진 네 차례의 인상률은 16.4%, 10.9%, 2.9%, 1.5%였다. 초반 2년간 급격한 인상의 후폭풍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라는 외생변수가 결합돼 만든, 그야말로 롤러코스터 최저임금이었다. 그런 만큼 소상공인 등 경영계에서는 코로나19 위기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최저임금의 동결 내지 인하를, 노동계에서는 내년 이후 회복될 경제상황과 최근 2년간의 낮은 인상률을 이유로 대폭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주무장관의 달라진 첫 당부가 어떤 결과로 귀결될지 주목된다.
백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