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학대 몰랐다" 양부 안 씨, 1심 불복 항소장 제출

호송차 향한 시민들의 분노 (사진=연합뉴스)
16개월 입양아 정인이 학대 사건의 양부 안 모(38) 씨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안 씨는 18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이상주)에 항소장을 제출했다.아동학대, 아동유기·방임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안씨는 지난 14일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안 씨는 "남은 아이를 생각해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안 씨는 재판 과정에서 일부 학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아내 장 모(35)씨가 정인이를 학대한다는 사실은 몰랐다고 주장해 왔다.하지만 재판부는 "안씨가 피해자의 상태를 알기 쉬운 지위에 있었는데도 학대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납득할 수 없는 변명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아내에 대한 아동학대 신고가 3회나 이뤄졌음에도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아내의 기분만을 살피면서 학대를 방관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오히려 아내의 일부 범행에 동조해 함께 피해자를 자동차 안에 유기하기도 했다"고 질타했다.
이어 "아내의 학대 행위를 제지하거나 피해자에게 치료 등 적절한 구호 조치를 했더라면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비극적인 결과를 방지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그러면서 "피해자의 사망 전날 어린이집 원장이 피해자의 악화된 건강 상태를 설명하고 피해자를 꼭 병원에 데려갈 것을 강하게 당부했음에도 이러한 호소조차 거부했다"며 "피해자를 살릴 마지막 기회조차 막아버린 점 등을 고려해 안씨에게 보다 엄한 처벌을 내리는 것이 불가피하다"며 양형 사유를 밝혔다. 아울러 20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아동관련기관 10년 취업제한도 명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공개된 CCTV에 따르면 사망 전날 어린이집에 등원한 정인이는 먹지도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태였고 선생님 품에 얌전히 앉아있거나 우두커니 고개만 돌릴 뿐이었다. 어린이집 선생님은 하원을 위해 찾은 안 씨에게 "병원에 꼭 데려가라"고 당부했지만 양부와 양모 누구도 정인이를 의사에게 보여주지 않았다.
사망 당일에도 정인이 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알아챈 장 씨는 남편에게 "병원 데려가? 형식적으로"라는 메시지를 보낸 채 구급차도 아닌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의사가 정인이가 회복 불가능한 상태임을 고지했으나 장 씨는 어묵 공구 글에 댓글을 다는 등 엽기행각을 벌였다.

안 씨는 앞서 재판부에 제출한 반성문에서 "육아 스트레스를 받는 아내를 달래주고 그의 방식에만 맞춰준 것이 결국 아내의 잘못된 행동을 부추긴 것 같다"고 에둘러 자신의 무고함을 항변했다.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장 씨와 검찰도 조만간 항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