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최저임금 회의 불참…장외집회서 '대폭 인상' 요구(종합2보)

공익위원 유임 등에 반발…공익위원 간사 "장외 주장 자제해달라"
노동계 "저임금 노동자 처참" vs 경영계 "올해 최저임금도 안정 필요"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에 착수한 최저임금위원회가 18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불참으로 심의 초반부터 차질을 빚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위한 제2차 전원회의를 개최했다.

최저임금위는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 9명씩 모두 27명으로 구성되는데 민주노총 추천 근로자위원 4명은 전원 불참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입장문에서 최저임금 심의의 키를 쥔 공익위원 9명 중 박준식 위원장과 권순원 위원(공익위원 간사)을 포함한 8명이 유임된 점 등을 불참 사유로 거론했다. 민주노총은 공익위원들이 지난해와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을 각각 2.9%, 1.5%로 떨어뜨렸다는 이유로 이들의 대폭 교체를 요구한 바 있다.

공익위원 전원을 대상으로 대량의 항의 메일과 문자메시지도 발송했고 박 위원장과 권 위원이 각각 교수로 재직 중인 한림대와 숙명여대에서는 사퇴를 요구하는 기자회견과 1인 시위도 했다.

민주노총은 근로자위원 5명의 추천권을 요구했음에도 정부가 이를 수용하지 않고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보다 1명 적은 4명의 추천권을 준 데 대해서도 불만을 표시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세종청사 앞에서 수십명 규모의 집회를 열어 내년도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을 요구했다.

최저임금위는 최저임금 심의 막바지에 노동계와 경영계로부터 최저임금 인상 요구안을 받는데 노동계 요구안은 양대 노총이 협의를 거쳐 결정하게 돼 있다.
민주노총이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초반부터 장외 투쟁으로 압박 강도를 높인 데 대해 권순원 위원은 강하게 비판했다. 권 위원은 이날 회의 모두 발언에서 민주노총의 항의 메일 발송을 거론하면서 "일부 공익위원이 심리적 압박과 개인 업무 수행상 물리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공익위원을 상대로 한 장외 개별적 문제 제기는 향후 금지해달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마지막 부탁'이라며 "향후 장외 주장을 자제해주고 위원회 아래에서 토론이 이뤄지도록 협조를 부탁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회의에서도 노사 양측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폭을 놓고 날카롭게 대립했다.

근로자위원인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지난 2년간 코로나19 상황에서 최저임금의 역대 최저 수준 인상률로 노동 현장 저임금 노동자의 삶은 그야말로 처참한 수준"이라며 대폭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는 최저임금이 현 정부 초기 2년 연속 대폭 인상으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코로나19 팬데믹 극복과 고용 창출, 경제 상황 등을 반영하면 올해도 역시 최저임금이 안정돼야 한다는 게 우리의 기본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류 전무는 코로나19 사태로 큰 피해를 본 숙박·음식업의 경우 최저임금도 못 받는 노동자 비율이 높다며 "(최저임금의) 업종별 구분 적용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는 박준식 위원장이 제12대 위원장으로 선출돼 유임됐다.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은 회의 직전 회의장을 방문해 새로 위촉된 위원 25명에게 위촉장을 전수했다.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의 기초 자료인 노동자 생계비 등을 심사할 전문위원회도 구성됐다.

최저임금위는 전문위의 심사 결과를 보고받고 다음 달 15일 제3차 전원회의를 열어 내년도 최저임금의 본격적인 심의에 들어가기로 했다.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의 법정 시한은 다음 달 말이지만, 최저임금위가 법정 시한을 지킨 적은 거의 없다. 최저임금 고시 시한이 8월 5일인 점을 고려하면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는 늦어도 7월 중순에는 결론을 내야 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