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늘한 의사들" 비판에…前 의협회장 "환자들이 만든 것"

노환규 전 의협회장, 권순욱 토로에 의사들 입장 대변
"의사들의 '싸늘한 자기방어'는 의무가 됐다"
권순욱 감독 / 사진 = 권순욱 감독 SNS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장이 의사들의 입장을 대변해 눈길을 끈다. 가수 보아의 오빠이자 현재 말기 복막암 투병 중인 권순욱 뮤직비디오 감독이 의사들에 대해 "싸늘하다"고 말한 데 대해 입장을 전한 것이다.

노환규 전 의협화장은 지난 1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어젯밤 권순욱씨가 SNS에 '지나치게 냉정한 의사들의 태도'에 섭섭함을 토로했다는 기사가 올라왔다"며 "얼마나 섭섭했을까. 그 심정 백분 이해가 된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의사들이 환자의 아픔을 공감하고 환자를 가족처럼 생각해서 안타까워하면 얼마나 좋을까. 모든 환자들의 바람일 것"이라며 "그런데 그가 만난 의사들이 왜 그렇게도 한결같이 싸늘하게 대했을까. 한마디로 '자기방어'다. 그리고 '싸늘한 자기방어'는 의사들의 의무가 됐다"고 전했다.

그는 권순욱이 SNS를 통해 공개한 의무기록지를 언급했다. 노 전 회장은 "의사들이 이런 '싸늘하고 냉정한 경고'를 하지 않았다면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가족은 조기사망에 대한 책임을 의사에게 돌릴 수 있다"며 "결국 의사는 법정소송으로 시달리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불충분한 설명을 이유로 의사는 법적인 책임을 지는 상황까지 몰릴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가는, 이 사회는, 의사들에게 '싸늘하고 냉정한 경고'에 대한 주문을 해왔고 이제 그 주문은 의사들에게 필수적인 의무사항이 됐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더 큰 문제는 때로는 이 '싸늘하고 냉정한 경고'가 지나치게 걱정이 많은 환자들에게는 올바른 선택의 기회를 앗아가기도 한다는 점"이라며 "발생할 수 있는 수많은 부작용에 대한 빠짐없는 설명의무가 주어져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법적 책임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희박한 부작용'마저도 의사들은 일일이 설명해야 하고, 그 설명을 들은 환자가 겁을 먹고 그에게 꼭 필요한 치료를 거부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싸늘하고 냉정한 경고'에 대해 섭섭해하지 마시라. 죄송하지만, 이런 싸늘한 환경은 환자분들 스스로 만든 것"이라며 "안타깝게도 환경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악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끝으로 노 전 회장은 "어려운 상황이지만 권순욱씨가 이를 극복해내고 건강을 회복하시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빈다"고 전했다.

앞서 권 감독은 지난 12일 SNS를 통해 복막암 4기 투병 사실을 밝히며 "복막암 완전 관해(증상 감소) 사례도 보이고 저도 당장 이대로 죽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는데 의사들은 왜 그렇게 싸늘하신지 모르겠다"고 언급했다. 특히 "가슴에 못 박는 얘기들을 면전에서 저리 편하게 하시니 제정신으로 살 수가 없었다"고 토로했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