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같은 소설로 MZ세대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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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홀린 아이네블루메의 '채팅형 소설' 플랫폼 채티스마트폰 화면 채팅 창에 메시지가 뜬다. “안녕하세요”(한실리). 화면을 계속 터치하자 다른 인물이 나타났다. “엇, 안녕하세요, 손님이세요?”(선유한), “아뇨, 저 알바 면접 보러 왔는데요”(한실리), “아아 그러시구나, 따라 들어올래요?”(선유한). 스마트폰을 터치(탭)하면 새로운 글이나 말풍선이 뜨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스타트업 아이네블루메가 운영하는 채팅형 소설 앱 ‘채티’에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그래서 나는 알바를 시작했습니다’라는 작품의 도입부다.
이용자 40만명…70%가 10대
20% 이상이 직접 작가로 활동
하루 평균 이용시간 60분 육박
카카오 등 누적 투자액 100억
최재현 대표 "내년 해외 도전"
카톡처럼 읽는 소설
스마트폰이 일상으로 파고들면서 새로운 형식의 소설이 10대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다. 카카오톡과 같은 모바일 메신저의 채팅 방식으로 이야기를 제공하는 콘텐츠다. ‘채팅형 소설’이라고 불린다. 2015년 해외에서 먼저 나왔다.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많은 관련 콘텐츠를 보유한 서비스는 한국 스타트업 아이네블루메의 채티다. 최재현 아이네블루메 대표는 “채티의 10대 이용자 증가 추이를 보면 10대가 책이나 글을 읽지 않는 것이 아니라 선호하는 형식과 플랫폼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2018년 1월 설립된 아이네블루메는 같은 해 5월 채티를 출시했다. 채티가 제공하는 채팅형 소설에서는 등장인물들이 채팅을 주고받는 형식으로 이야기가 이어진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웹소설보다 진화한 형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기준 이용자는 40만 명으로 늘었다. 1년 전(30만 명)보다 30% 이상 증가했다. 이용자의 70% 이상이 10대다. 이용자당 하루 평균 이용 시간은 60분이다. 채티에서 볼 수 있는 작품은 약 40만 편에 달한다.특유의 몰입감도 채티의 인기 요인이다. 이용자가 스마트폰 화면을 터치할 때마다 새로운 말풍선이나 글이 나온다. 이용자가 이야기 진행 속도를 결정할 수 있다. 마치 역할수행게임(RPG)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
구독자의 20% 이상이 창작
채티는 일종의 콘텐츠 기반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최 대표의 설명이다. 창작자와 이용자 간 유대 관계가 끈끈하다는 것이다. 카카오톡 오픈채팅을 바탕으로 작가별 팬 커뮤니티 활동이 왕성하다. 여기에서 팬들은 작가에게 ‘주인공을 살려달라’는 등 다양한 요구를 쏟아낸다. 최 대표는 “10대 또래 친구들의 작품에 자극받아 창작에 나서는 이용자도 늘고 있다”며 “구독자의 20~25%가 직접 소설을 쓰고 있다”고 했다.아이네블루메는 지난해 인공지능(AI)을 도입해 서비스 품질을 높였다. 회차 기준으로 매일 1만 편 이상 올라오는 신규 콘텐츠를 AI가 검수한다. AI 기반의 개인별 추천 기능은 이용자의 채티 체류 시간을 늘렸다.아이네블루메는 아직 적자 상태다. 대부분 무료 서비스인 데다 이용자의 상당수가 10대라서 유료 모델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사업성을 인정받아 투자는 꾸준히 유치했다. 누적 투자 유치 금액이 100억원을 넘는다. 카카오벤처스, 프리미어파트너스, 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 대성창업투자 등이 투자했다.
NHN(현 네이버) 미국 법인장을 지낸 최 대표는 “투자 자금을 추가로 유치해 내년에는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