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영 前 강남구상공회장 "늦깎이 그림 인생 15년…재능·수익 모두 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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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야기' 그림 에세이집 펴내“50대에 늦깎이로 붓을 쥐며 그림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벌써 15년이 흘렀네요. 첫 시작은 취미였지만 이젠 개인전을 통해 기부를 하면서 더욱 보람을 느낍니다.”
53세에 그림 시작해 '프로 등단'
가족그림에 코로나 희망 글귀
두 차례 개인전 수익금 전액 기부
상공회장 은퇴 "농원개발 계획"
최재영 전 서울상공회의소 강남구상공회장(거봉INC 대표)의 사무실 안에는 물감과 기름, 캔버스, 붓들이 가득한 ‘작업실’이 또 하나 있다. 그가 틈틈이 시간을 내면서 그림을 그리는 간이 화실이다. 이렇게 작업한 그림 일부는 복지시설의 쌀과 기부금으로, 삭막한 공사장 외벽을 꾸며주는 벽화로 재탄생했다.지난달 자신의 작품 100여 점을 모은 그림 에세이집 《캔버스에 그리는 행복이야기》를 펴낸 최 전 회장은 “그동안의 작품활동을 소개하고파 책을 출간하게 됐다”며 “독자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글귀도 함께 담았다”고 했다.
최 전 회장이 그림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53세가 될 무렵이었다.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지인이 그림을 배워보라고 권유하면서부터다. 그림과는 담을 쌓고 살아왔지만 홍익대 평생교육원에서 기초부터 차근차근 배워가면서 흥미를 붙였다. 최 전 회장은 “쉰 살이 넘어 그림을 배우다 보니 서툰 곳이 한두 곳이 아니었다”며 “주말마다 화실을 빌려 그림연습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딸과 손자, 며느리까지 온 가족이 함께 그림을 그린다”고 덧붙였다.
그림은 그에겐 기부활동이기도 하다. 차차 실력을 쌓아갔을 무렵, 최 전 회장은 주변의 권유로 첫 개인전을 열면서 ‘프로 작가’로 등단했다. 첫 개인전을 열면서 거둔 그림 판매 수익금 약 1400만원을 모두 불우이웃 등을 돕는 데 기부했다. 5년 뒤 연 두 번째 개인전에서 올린 약 1200만원의 판매 수익도 조손가정을 위해 기부했다. 재능기부도 틈틈이 한다. 강남 지역 공사현장 울타리 외벽에는 최 전 회장의 작품이 인쇄된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강남구의 도시미관 개선사업에 그림을 기부한 것이다. 오랜 세월 인연을 맺은 서울 산정현교회에도 벽화 그림을 직접 그렸다.그는 “개인전을 열면서 축하 화환도 모두 ‘쌀 화환’으로 보내달라고 했는데, 받은 쌀도 모두 아낌없이 맹인교회 등에 기부했다”며 “개인전을 열면 수익을 내기보다 도리어 적자를 본다”고 말했다.
최 전 회장은 지난달 8년을 맡아온 강남구상공회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는 8년의 임기 동안 코로나19가 덮친 지난해가 가장 어려운 해였다고 말했다.
“유흥업은 물론 대형 식당, 건설사, 설계사 등의 직종이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정부의 지원도 있었지만 큰 업체들은 워낙 타격이 커서 큰 도움이 되진 못했어요. 지역 상공회장으로서 열심히 노력했지만 많은 도움을 주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본업으로 돌아간 최 전 회장은 앞으로 강원 횡성지역에서 관광형 농원을 개발할 계획이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