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또 뭉친 신세계·네이버…"쿠팡 따돌리고 e커머스 승자 되겠다"

군웅할거에서 빅3로 재편중

누구도 10년을 못버틴 쇼핑왕좌
자본+기술 결정체인 e커머스
IT개발자·물류 전쟁으로 불붙어
쿠팡 자극 받은 네이버, 전격 참전
공정위 승인여부가 최대 관건

이베이코리아 인수전 혼전
롯데그룹 "필요하면 풀베팅"
11번가 운영하는 SK텔레콤도
MBK와 막판 제휴 가능성
국내 e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은 ‘졸면 죽는 전쟁터’나 다름없다. ‘1위 자리’를 10년 이상 지킨 업체는 단 한 곳도 없다. 1996년 11월 같은날 각각 오전, 오후 온라인 쇼핑업에 등록한 인터파크와 롯데닷컴은 ‘효시’라는 영예만 얻은 채 경쟁 밖으로 밀려났다. G마켓과 옥션 쌍두마차를 거느리며 한때 독주하던 이베이코리아는 이제 매물로 나오는 처지가 됐다. e커머스 권불십년(權不十年)인 셈이다.
신세계와 네이버 연합군이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뛰어든 것은 160조원 규모(2020년 기준)의 국내 e커머스 시장이 중대 격변의 순간에 접어들었다는 의미다. 인수전에 성공하면 양사 컨소시엄은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의 3분의 1에 육박하는 50조원 규모의 외형을 갖추게 된다.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하며 ‘쩐(錢)의 전쟁’을 촉발한 쿠팡과의 경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거대 장치산업으로 진화한 e커머스

신세계가 네이버와의 지분교환을 넘어 이베이코리아 인수전 공동 참여를 결정한 것은 국내 e커머스산업의 두 가지 특성 때문으로 분석된다. 온라인 쇼핑이 자본과 기술을 집약한 일종의 장치산업으로 바뀌면서 ‘군웅할거’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는 점, 그리고 승자가 되면 ‘K커머스’의 글로벌 시장 진출이라는 더 큰 과실까지 얻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e커머스를 장치산업으로 변화시킴으로써 진입장벽을 높인 건 쿠팡이다. 2014년 로켓배송을 출시하면서 상품 중개에 치중하던 유통산업을 물류와 결합시켰다. 전국에 깔린 쿠팡의 물류기지는 170여 곳에 달한다.

쿠팡은 전문가 SNS인 링크트인을 통해 미국, 중국 등 해외 개발자들을 찾고 있지만 구인난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를 겪으며 글로벌 e커머스 시장이 폭풍 성장하자 물류 개발자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쿠팡은 수천억원을 들여 아마존, 알리바바, 징둥닷컴의 경력자를 끌어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SSG닷컴을 운영하는 신세계그룹이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려는 가장 큰 이유도 정보기술(IT) 개발자 인력과 빅데이터 때문이다. 2001년 토종 오픈마켓인 옥션을 인수하고, 2011년 G마켓을 최종 합병한 이베이코리아의 ‘20년 노하우’에 약 4조원을 지급한다는 의미다. 이베이코리아의 개발인력은 500명 수준으로 전체 직원(970명)의 절반에 달한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이베이코리아는 자체 물류시스템을 구축한 몇 안 되는 쇼핑 플랫폼”이라며 “네이버 같은 IT 기업이 인수한 뒤 통합하는 게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가 가져온 지각변동

이베이코리아 매각이 마무리되는 다음달 이후 국내 e커머스 시장의 대대적 재편이 예상된다. 25년 만에 군웅할거에서 삼국정립처럼 특정 상위사 중심으로 바뀔지가 최대 관심사다.

1996년 태동 이후 e커머스 시장은 그 어떤 산업보다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 규모는 통계청이 온라인 쇼핑 규모 집계를 시작한 2001년 3조3471억원에서 지난해 159조4384억원으로 무려 47배 성장했다.시장 지배자들은 수시로 바뀌었다. 2000년대를 풍미했던 옥션은 인터파크의 사내 벤처로 시작한 G마켓에 2008년 1위 자리를 내줬다. PC 기반에서 모바일로 쇼핑 수단이 변모하기 시작한 2010년대 들어 쿠팡, 티몬, 위메프 등 소셜커머스를 표방한 신예들이 등장하며 시장은 혼전을 거듭했다.

코로나19는 다시 한 번 거대한 변화의 물결을 몰고 오고 있다. 쿠팡은 지난해 전년 대비 93%, 올 1분기엔 작년 같은 기간 대비 74%의 매출 성장을 달성했다. 단숨에 거래액 규모를 24조원으로 키웠다. 네이버 역시 스마트스토어를 포함한 전체 쇼핑 거래액이 28조원대로 치솟았다.

전문가들은 ‘빅3만 살아남는다’는 일반 제조업에 적용되던 공식이 국내 온·오프라인 커머스산업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과거와 달리 우물 안 개구리처럼 국내에서만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승자가 해외 시장에서도 성공을 거둘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에서다. 네이버는 소프트뱅크와 제휴해 일본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쿠팡 역시 싱가포르 상륙을 준비 중이다.

박동휘/차준호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