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그나칩, 국내 투자 확대…설비·연구개발에 5000억"

김영준 부회장, 기술유출 우려 일축

인수 나선 중국계 사모펀드
韓 투자 확대·사업 유지 약속
매그나칩반도체가 앞으로 5년간 국내에 5000억원 이상을 투자한다. 설비와 연구개발(R&D)을 더한 규모다.

김영준 매그나칩 부회장(사진)은 지난 18일 서울 삼성동 서울사무소에서 기자와 만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한국에 투자를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김 부회장이 구체적인 투자 계획을 공개한 것은 ‘기술 유출’ 논란 때문이다. 매그나칩의 주인이 중국 베이징에 본사를 둔 사모투자펀드(PEF) 와이즈로드캐피털로 바뀔 것으로 예상되면서 디스플레이구동칩(DDI) 관련 기술이 해외로 유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김 부회장은 “인수 측에서 현재 경영진을 유지하고 임직원과 생산시설, 지식재산권(IP) 등을 한국에 유지하겠다고 약속했다”며 “기술 유출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매그나칩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DDI를 설계하지만 고객사의 OLED 핵심 기술엔 접근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OLED는 기술의 해외 유출이 제한되는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돼 있다.

김 부회장은 와이즈로드캐피털은 장기 투자를 원칙으로 삼고 있는 PEF라고 여러 번 강조했다. 그는 “와이즈로드캐피털은 지난해 싱가포르의 압력센서 업체 ‘HUBA’, 네덜란드의 패키징 기업 ‘UTAC’ 등을 인수한 이후에도 R&D 투자에 집중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이 회사의 투자 원칙은 장기적인 관점의 사업 운영과 성장을 보장하는 것”이라며 “인수 후 상장폐지를 계획하고 있는 것도 빠르고 효율적으로 투자 결정을 내리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와이즈로드캐피털을 중국계가 아니라 글로벌 PEF로 봐달라고도 했다. 김 부회장은 “본사는 베이징에 있지만 매그나칩 인수자금(약 1조6000억원) 대부분은 중국이 아니라 다른 국가 투자자로부터 조달했다”며 “PEF 경영진도 미국에서 오랜 기간 일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올 하반기 인수 작업이 완료되면 매그나칩의 한국 투자는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 부회장은 “와이즈로드캐피털이 한국 R&D·설비 투자액을 현재 이사회가 승인한 금액(5년간 5000억원) 이상으로 늘릴 것을 공식 문서를 통해 약속했다”며 “대규모 투자를 디딤돌로 삼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강조했다.

매그나칩의 모태는 1979년 설립된 LG반도체다. 외환위기 당시 LG반도체와 현대반도체가 합병하면서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가 출범했다. 현재의 매그나칩은 2004년 하이닉스반도체가 시스템반도체 사업부를 미국계 투자자에게 매각하면서 탄생했다. 주력 사업은 OLED DDI 설계로 세계 5위안에 든다. 2011년 국내 최초로 국내 증시를 거치지 않고 바로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했다.

황정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