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북 비핵화 과정 험난...최대한 유연하게 접근할 것"

바이든 정부 고위 당국자
北, 협상 응하고 비핵화 진전돼야
美도 상응하는 인센티브 고려할듯
미국 행정부 고위 당국자가 19일(현지시간) “북한 비핵화 과정은 험난할 것”이라며 “최대 유연성(maximum flexibility)”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향후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북한의 반응에 따라 최대한 유연한 접근법을 취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21일 백악관에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익명을 전제로 전화 브리핑을 열고 대북정책에 대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한·미 정상회담 후 대북정책과 관련해 구체적인 방법을 발표할 것이냐’는 질문에 “우리 외교전략을 대외적으로 공개하진 않을 것 같다”고 답하고 나서다. 이 당국자는 “우리는 그것(대북정책)을 유연하게 설계하려고 노력했다”고 했다.조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달 말 대북정책 기본 원칙을 공개했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하되 방법론에선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의 ‘전부 아니면 전무’식 접근이나 최대 압박에 초점을 둔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가 아니라 제3의 길을 가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교하게 조정되고 실용적인 접근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구체적인 각론은 내놓지 않았다. 이 때문에 ‘북한을 협상장으로 끌어낼 구체적인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북한이 협상에 응하지 않으면 전략적 인내나 다름없는 정책이 될 것’이란 비판이 이어졌다.

이 당국자는 이날 브리핑에서도 세부 방안을 언급하지 않은 채 ‘유연한 접근’을 강조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2018년) 싱가포르 선언에 기반해 종전선언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접근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싱가포르 선언과 이전 행정부에서 이뤄진 각종 합의에 기반할 것”이라면서도 “종전선언 같은 특정 이슈를 언급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확답을 피했다.결국 북핵 협상은 북한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공’을 넘기는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에 응하고 실질적 비핵화 조치를 취할 경우 그에 상응하는 인센티브를 폭넓게 고려할 수 있지만, 반대로 북한이 핵·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을 계속하면 강력 대응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어서다.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이 지난 3월 말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유엔 결의 위반”이라고 비판하면서 “북한이 긴장 고조를 선택하면 상응 조치를 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러면서도 “최종 결과가 비핵화여야 한다는 전제에서 일정한 형태의 외교에도 관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