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갭투자용 전세대출도 규제" 소문에…하나은행 전세대출 심사강화 '없던 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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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이 집주인이 소유한 기간이 6개월 이하인 주택에 대해 전세대출 심사를 강화하기로 했다가 시행 10여일을 앞두고 방침을 철회했다. 보험사 요청에 따라 급증하는 전세대출 사기를 막고자 검토했던 조치가 ‘전세대출 원천 차단’처럼 와전되자 보류하기로 했다는 게 은행의 설명이다.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나선 은행들은 최근 들어 전세대출 문턱을 조금씩 높이는 추세여서 전세대출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무주택자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의 전세자금대출 권리보험사인 A사는 6월 1일부터 시행 예정이었던 서울보증보험(SGI) 전세자금대출 인수 조건 제한 조치를 잠정 보류하기로 했다.
A사는 당초 전세대출 사기계약을 방지하기 위해 △계약일에서 잔금일까지의 기간이 3주 이내거나 △현 소유자의 소유기간이 6개월 이하인 임차주택(신축인 경우 보존등기 6개월 이하, 매매동시 진행 건 포함)의 전세대출 계약에 대해서는 계약금 이체 영수증, 재직증명서 등 추가 서류를 요구할 계획이었다.
은행은 보험사가 대출계약에 대한 권리보험을 인수해주지 않으면 대출을 내줄 수 없다. 임대차계약 자체가 사기거나 계약에 하자가 있어 은행이 대출을 회수하지 못하는 사고가 발생할 경우에는 보증기관도 이를 대신 갚아주지 않는다. 이런 사고를 대비해 은행이 별도로 가입하는 게 부동산 권리보험이다. 보험사가 해당 임대차계약에 하자가 있거나 숨겨진 권리관계가 있지는 않은지 등을 사전에 점검하고 인수를 승낙하면 대출이 이뤄지게 된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출 사기계약이 늘면서 5년째 권리보험 손해율이 높아지고 있다"며 "전세대출 사기는 일단 발생하면 금액이 수억원에 달하는 만큼 보험사 입장에서는 권리보험 상품을 운용하기에 어려움이 커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일괄적으로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 해당 조건의 대출을 금지하거나 제한하겠다는 게 아니라 건별 심사가 강화될 수 있다는 내용을 대출모집인에게 안내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이를 두고 해당 계약의 전세대출이 아예 막힐 것이란 걱정이 커졌다. 일부에서는 '갭투자를 막기 위한 추가 규제'라는 의견도 나왔다.
특히 현 소유자의 보유기간이 짧은 주택에 들어갈 때 전세대출이 까다로워지는 점을 두고 논란이 벌어졌다. 신축 주택의 경우 집주인이 세입자를 구한 뒤 잔금일에 전세대출을 받아 잔금을 치르는 사례가 많은데, 이런 식의 대출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세입자 입장에서도 난처해질 수 있다. 보험사가 집주인의 신원 확인을 강화하기 위해 재직증명서나 소득 증빙을 필수로 요구하면 집주인이 세입자의 전세대출에 협조를 안 해줄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부동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가뜩이나 전세 매물이 부족해 집주인 우위 시장인데 소득증빙을 요청하면 집주인으로서는 다른 세입자를 구하겠다고 퇴짜를 놓을 수 있다"며 "전세대출이 까다로워지면 세입자의 선택지는 더 좁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자 결국 하나은행과 A사는 시행 자체를 철회하기로 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고객이 향후 예기치 못한 불편 사항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보험사가 인수 거절한 건들은 대출 취급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을 미리 안내하는 과정에서 사실이 와전됐다"며 "불필요한 오해가 생길 수 있어 6월부터 시행하려던 계획을 보류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해프닝을 두고 은행권의 전세대출 문턱이 갈수록 높아지는 현상이 반영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실제 전세대출이 높은 증가세를 이어가면서 은행들은 속속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전세대출 잔액은 112조9776억원으로 올 들어 4개월 만에 7조7000억원 늘었다. 신한은행은 올 들어 주택금융공사·주택도시보증공사 보증 전세대출의 우대금리를 0.2%포인트, 서울보증보험 전세대출 우대금리도 0.1%포인트 깎았다. 우리은행은 2분기 전세대출 한도를 이미 소진해 다음달까지 신규 전세대출을 제한적으로만 취급하고 있다. 기존 신청분이 취소돼야 신규 대출이 가능한 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임대차 3법 시행에 따른 전세수급 ‘미스매치’로 전셋값이 급등한 상황에서 전세난 심화, 전세가격 상승, 전세대출 급증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며 “단순히 대출을 제한하는 식으로는 무주택자의 주거 불안만 심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나선 은행들은 최근 들어 전세대출 문턱을 조금씩 높이는 추세여서 전세대출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무주택자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의 전세자금대출 권리보험사인 A사는 6월 1일부터 시행 예정이었던 서울보증보험(SGI) 전세자금대출 인수 조건 제한 조치를 잠정 보류하기로 했다.
A사는 당초 전세대출 사기계약을 방지하기 위해 △계약일에서 잔금일까지의 기간이 3주 이내거나 △현 소유자의 소유기간이 6개월 이하인 임차주택(신축인 경우 보존등기 6개월 이하, 매매동시 진행 건 포함)의 전세대출 계약에 대해서는 계약금 이체 영수증, 재직증명서 등 추가 서류를 요구할 계획이었다.
은행은 보험사가 대출계약에 대한 권리보험을 인수해주지 않으면 대출을 내줄 수 없다. 임대차계약 자체가 사기거나 계약에 하자가 있어 은행이 대출을 회수하지 못하는 사고가 발생할 경우에는 보증기관도 이를 대신 갚아주지 않는다. 이런 사고를 대비해 은행이 별도로 가입하는 게 부동산 권리보험이다. 보험사가 해당 임대차계약에 하자가 있거나 숨겨진 권리관계가 있지는 않은지 등을 사전에 점검하고 인수를 승낙하면 대출이 이뤄지게 된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출 사기계약이 늘면서 5년째 권리보험 손해율이 높아지고 있다"며 "전세대출 사기는 일단 발생하면 금액이 수억원에 달하는 만큼 보험사 입장에서는 권리보험 상품을 운용하기에 어려움이 커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일괄적으로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 해당 조건의 대출을 금지하거나 제한하겠다는 게 아니라 건별 심사가 강화될 수 있다는 내용을 대출모집인에게 안내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이를 두고 해당 계약의 전세대출이 아예 막힐 것이란 걱정이 커졌다. 일부에서는 '갭투자를 막기 위한 추가 규제'라는 의견도 나왔다.
특히 현 소유자의 보유기간이 짧은 주택에 들어갈 때 전세대출이 까다로워지는 점을 두고 논란이 벌어졌다. 신축 주택의 경우 집주인이 세입자를 구한 뒤 잔금일에 전세대출을 받아 잔금을 치르는 사례가 많은데, 이런 식의 대출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세입자 입장에서도 난처해질 수 있다. 보험사가 집주인의 신원 확인을 강화하기 위해 재직증명서나 소득 증빙을 필수로 요구하면 집주인이 세입자의 전세대출에 협조를 안 해줄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부동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가뜩이나 전세 매물이 부족해 집주인 우위 시장인데 소득증빙을 요청하면 집주인으로서는 다른 세입자를 구하겠다고 퇴짜를 놓을 수 있다"며 "전세대출이 까다로워지면 세입자의 선택지는 더 좁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자 결국 하나은행과 A사는 시행 자체를 철회하기로 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고객이 향후 예기치 못한 불편 사항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보험사가 인수 거절한 건들은 대출 취급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을 미리 안내하는 과정에서 사실이 와전됐다"며 "불필요한 오해가 생길 수 있어 6월부터 시행하려던 계획을 보류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해프닝을 두고 은행권의 전세대출 문턱이 갈수록 높아지는 현상이 반영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실제 전세대출이 높은 증가세를 이어가면서 은행들은 속속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전세대출 잔액은 112조9776억원으로 올 들어 4개월 만에 7조7000억원 늘었다. 신한은행은 올 들어 주택금융공사·주택도시보증공사 보증 전세대출의 우대금리를 0.2%포인트, 서울보증보험 전세대출 우대금리도 0.1%포인트 깎았다. 우리은행은 2분기 전세대출 한도를 이미 소진해 다음달까지 신규 전세대출을 제한적으로만 취급하고 있다. 기존 신청분이 취소돼야 신규 대출이 가능한 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임대차 3법 시행에 따른 전세수급 ‘미스매치’로 전셋값이 급등한 상황에서 전세난 심화, 전세가격 상승, 전세대출 급증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며 “단순히 대출을 제한하는 식으로는 무주택자의 주거 불안만 심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