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가까운 곳에서 요가·캠핑·결혼식까지

Cover Story

칵테일바는 기본…루프톱의 무한변신
몬드리안서울이태원의 프리빌리지바(위) 복합문화공간 라움(아래 왼쪽) 오아시스요가원
지난 13일 찾은 몬드리안서울이태원 꼭대기 RF층, 루프톱으로 향하는 문이 활짝 열렸다. 문턱을 넘자 가장 먼저 마주한 것은 맑게 수놓아진 서울. 왼편으론 용산 주한미군기지 내 우거진 수풀과 그 너머 한강이 아스라이 보였고, 오른편으론 이태원 자락과 우뚝 솟은 서울타워가 깜빡거리며 서 있었다.

서울의 루프톱은 도심 한가운데서 하늘을 독점할 수 있는 곳이다. 반경 몇㎞까지는 시야를 가리는 게 없다. 해가 자취를 감출 무렵이면 보랏빛 하늘과 그 아래 반짝이기 시작하는 도시의 저녁을 만끽할 수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해외 여행지나 최고급 호텔을 찾아야 즐길 수 있던 루프톱은 최근 곳곳에서 생겨나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바나 카페, 다이닝 공간은 기본이다. 요가, 캠핑, 웨딩, 파티 등도 최근에는 루프톱에서 이뤄진다. 도심 속에서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지는 곳, 루프톱의 매력을 알아봤다.

하늘 아래서 먹는 와인 한잔

몬드리안서울이태원의 프리빌리지바
루프톱에서 가장 드라마틱하게 즐길 만한 건 역시 와인 한잔과 다이닝이다. 직접 경험한 몬드리안서울이태원의 프리빌리지바는 루프톱에서 즐기는 럭셔리 다이닝의 로망을 현실화한 곳이었다. 중간에는 이곳의 상징과도 같은 스탠딩바가 있다. 이전의 건물에서 텅 빈 옥상에 있던 냉각탑을 철거하지 않고 리모델링해 원형 모형으로 바로 재탄생시켰다. 해 질 녘 걸터앉아 서울의 풍광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

이곳에선 고급 음식과 샴페인을 함께 먹는 ‘드런치’(dringking+brunch)도 즐길 수 있다. 고급 샴페인 돔페리뇽이나 모엣샹동과 함께 캐비어, 푸아그라 등으로 요리한 핑거푸드를 맛볼 수 있다. 가격은 20만~70만원 수준이다. 100만원 이상을 결제하면 루프톱 내 유리 돔 형태의 프라이빗 공간도 이용할 수 있다. 차신혜 몬드리안서울이태원 마케팅 매니저는 “서울의 경치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곳에서 고급 요리와 술 한잔을 하는 경험을 할 수 있어 입소문을 타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다 저렴하게 루프톱을 즐길 수 있는 선택지도 많다. 서울 해방촌 신흥시장에 있는 바 ‘회전목마’도 실내 공간 외 별도의 루프톱 공간을 조성했다. 실내에서 술 한잔을 즐기던 사람들도 해 질 녘 어둑어둑해질 시간이면 계단을 오른다. 이곳의 운영진인 심우승 이사는 “높은 지대에서 서울 시내와 주변 건물을 내려다 보며 칵테일 한잔을 즐기는 게 활력을 주는 경험인 것 같다”고 말했다.

결혼식, 요가도 옥상에서

운동할 때도 루프톱은 특별한 장소다. 사람들의 눈을 피하면서도 시원한 바람에 땀을 식힐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몸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옷을 입거나 물구나무를 서도 시선을 끄는 일이 없다.

루프톱에서 만끽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운동이 요가다. 미세먼지 없는 맑은 날 야외에서 요가를 하면 바람과 함께 가슴 깊숙이 들어오는 호흡을 느낄 수 있다. 경기 김포시에서 요가원을 운영하는 정미연 오아시스요가 대표는 요가원 수강생을 대상으로 한 달에 한 번씩 루프톱 요가 수업을 한다. 정 대표는 “해외에선 공원이나 광장에서도 요가를 많이 하는데 이런 공간이 부족한 한국에선 루프톱 요가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야외 결혼식을 꿈꾸는 예비 신혼부부들에게도 루프톱은 매력적인 선택지다. 도심 한가운데에 있어 교통이 편리하면서도 야외 결혼식의 낭만적인 분위기도 누릴 수 있다. 서울 강남구의 복합문화공간인 라움은 2층과 3층의 옥상 공간을 결혼식, 기업 행사, 공연, 파티 등 다양한 용도로 대여하고 있다. 권민정 라움 마케팅팀 차장은 “건물 위 공간이지만 넓게 잔디를 깔고 나무를 심어 야외 같은 느낌을 주도록 조성했다”며 “기업이나 파티 등 행사는 크게 줄었지만 루프톱 결혼식 수요는 더 늘었다”고 말했다.

구민기/나수지 기자 kook@hankyung.com